‘세입자에겐 복비 안 받아요’…이재윤 집토스 대표가 꼽은 업의 본질은?

13개 직영 중개사무소 운영하는 부동산 중개 플랫폼 ‘집토스’ 이야기
4년 전 서울대생들이 창업…개인 사업자·직거래 시절 거쳐 현재 모습 갖춰
이재윤 집토스 대표. 사진 | 집토스

“망하려고 창업했어요. 잘 되려고 창업했다기보다는 망해도 경험을 얻기 위해서 시작한 일이 지금까지 이어졌어요.”

인더뉴스 진은혜 기자ㅣ 거창한 비전이나 구체적인 비즈니스 모델 없이 사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호기심 반 무모함 반. 대학교 조모임으로 시작한 부동산 중개 일은 어느덧 13개 직영점을 거느리는 부동산 중개 비즈니스로 확장됐다. 부동산 중개 플랫폼 집토스 얘기다.

집토스는 중개수수료를 세입자에게 받지 않고 집주인에게만 받는다. 기존의 부동산 앱과는 다르게 오프라인 중개사무소를 직영으로 운영하며 공인중개사를 직접 고용한다. 신한금융이 운영하는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 신한퓨처스랩 5기 선발기업인 집토스는 얼마 전 신한대체투자운용 등으로부터 20억원을 투자를 받았다. ‘기업의 외형적 성장과 사회적 가치 제고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는 이유에서다.

울퉁불퉁한 원석이 세공작업을 통해 영롱한 보석으로 다듬어지듯 집토스는 우여곡절 끝에 현재의 모습을 갖춰나갔다. “경험을 거듭할수록 ‘업의 본질’에 충실해야 한다는 깨달음에 도달했다”는 이재윤(29) 집토스 대표를 지난 11일 집토스 사무실에서 만났다.

거창한 계획 없이 사업을 시작했다고 들었어요.
“맞아요. 2015년 7월 서울대 연합전공인 벤처경영학과 수업에서 만난 친구들끼리 종강을 앞두고 ‘방학 때 뭐하냐, 부동산이나 차려보자’는 말이 나왔어요. 그때 팀원들 나이가 23~25살이었는데, 이른바 자취 전문가들이었죠. 학생 신분으로 자취방을 구해보면 알겠지만, 집 구하는 게 녹록지 않거든요. 부동산 앱은 허위매물투성이고요.

그래서 우리는 ‘답답해서 차렸다! 복비없는 부동산’이란 콘셉트로 신뢰를 주자며 같은 학교 친구들을 상대로 부동산 중개를 시작했습니다. 세 명이 200만원씩 자본금을 모아서 보증금 400만원짜리 오피스텔을 구하고 개인사업자로 등록했어요. 홍보는 학교 커뮤니티나 SNS를 활용했습니다.”

집토스 초창기 SNS 홍보물. 이미지 | 집토스

수수료 없는 부동산이라, 업계의 금기라고 들었는데요.
“저희는 경험이 없었던 덕에 틀에 갇힌 사고에서 벗어날 수 있었어요. 사실 기존 사업자분들도 수수료 없는 부동산을 구상하지 않은 건 아니에요. 하지만 당장의 수입이나 주변 업자들의 눈치 때문에 시도도 못 하는 상황이죠.

이 전략의 파급효과는 꽤 있었어요. 사실 친구나 친구의 지인들만 올 줄 알았는데, 모르는 분과 첫 계약을 했어요. 한 동문분이 커뮤니티에서 홍보 글을 봤다며 사무실에 직접 찾아오신 거예요. 당시 매물도 별로 없었는데 열과 성을 다해서 집을 보여드리고 계약을 성사시켰어요. 그때 업의 본질을 봤어요. 무심코 툭 건드렸는데 그거 본질이었던 거죠.”

-업의 본질이요?
“집토스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이자, 부동산 중개 기업의 본질이라고 규정하는 세 가지가 있어요. 바로 수수료와 신뢰와 매물입니다. 부동산 중개 시장에서 이 세 가지를 차별화하면 헤게모니를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 계약이 성사될 수 있었던 건 수수료 차별화와 신뢰 덕분이라고 판단했어요. 집토스 초창기에 매물은 부족했지만, 입소문을 타서 고객 문의가 끊이질 않았어요. 그렇게 여름방학에 시작한 일이 겨울방학까지 이어지고 지금까지 왔어요.”

-현재의 모습을 갖추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겠어요.
“난관은 계속 있었어요. 2016년에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인 네오플라이에서 첫 투자를 받았어요. 반년 만에 개인사업자에서 법인이 됐더니 확장성이라는 과제에 봉착했어요. 고민 끝에 임차인과 집주인을 연결하고 저희는 정보만 제공하는 직거래 사이트를 만들었어요.

6개월 정도 직거래 사이트를 운영했는데 한계가 있더라고요. 집을 구하는 사람이든 집주인이든 수수료를 내면서 기성 서비스를 이용하는 게 마음 편하다는 분들이 많았어요. 그만큼 신뢰가 중요했던 거죠. 2017년 초 직거래를 접고 부동산 중개를 다시 시작했습니다.

사업을 어떻게 확장할지 고민하던 중에 ‘귀인’이 등장했어요. 저희에게 호기심을 느껴 사무실에 놀러 온 베테랑 중개사분이 집토스에 합류하겠다고 한 거예요. 10여 년간 원룸 중개를 해왔으니 본인한테 중개를 맡겨달라고 하시더라고요. 코파운더급 멤버를 확보한 거사였죠. 이분의 조언을 토대로 지점을 하나 둘 내기 시작했고, 공인중개사 자격증이 있는 친구를 교육시켜서 지점을 맡겼어요.”

집토스부동산 관악점 전경. 사진 | 집토스

-개업 공인중개사 대부분이 개인사업자라고 들었는데, 부동산 중개사를 직접 고용하는 방식이 독특합니다.
“ 집토스는 공인중개사분들과 도급 관계 대신 파트너 관계를 유지합니다. 이분들이 집토스에서 꿈을 키울 수 있도록요. 기업 입장에서 사람을 정규직으로 뽑으면 리스크가 커요. 그런데 그 정도는 안고 가야 업계가 발전한다고 생각합니다. 성장동력의 엔진이 되는 게 기업의 역할이니까요.

현재의 공인중개사 인력시장은 문제가 많아요. 공인중개사는 전문자격산데 제대로 교육해주는 곳이 없어요. 개인사업자로 구성된 파편화된 시장이다 보니 내 밑에 있던 사람이 언제든 경쟁자가 될 수 있거든요. 고용한 중개인을 체계적으로 교육할 유인이 없으니 이리저리 굴리는 데 급급하죠. 자격증을 취득에 들인 노력에 상응하는 노동의 대가를 받지 못하는 구조입니다.

저희는 중개사에게 안정적인 직장과 급여를 제공함으로써 법무법인이나 회계법인처럼 업계에 인력을 배치하는 창구가 되고 싶어요. 이게 집토스의 HR 브랜딩입니다.”

집토스가 당면한 과제는 무엇인가요?
“회사에 대한 로열티와 동기를 부여하는 게 숙제입니다. 부동산을 직영으로 운영하다 보니 공인중개사분들의 절실함이 떨어지는 측면이 있어요. 가만히 있어도 급여를 주니까요. 그 절실함이 사라지는 자리를 어떤 비전으로 채워야 할지 늘 고민하고 있습니다.

집을 구하고 나서도 쓸 수 있는 서비스가 되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어요. 계약 후 이사업체, 이사청소업체 추천 등 생활서비스나 보증금·월세 대출, 보증금 카드결제 등의 금융 연계 서비스도 고려 중이에요. 인터넷이 없는 집에 계약할 때 인터넷을 판매하는 서비스는 이미 진행 중입니다.”

– 집토스는 어떤 회사로 성장하고 싶은가요?
“롤모델이 있습니다. 중국의 대표적인 부동산 중개업체 리엔지아입니다. 이곳은 2001년에 첫 직영점을 냈는데 현재 중국 전역에 8000개 지점을 두고 있어요. 소속 공인중개사만 20만명에 달하고요. 베이징 주택거래의 절반은 확보한 리엔지아처럼 집토스도 우리가 플레이하는 시장의 절반은 잡고 싶습니다.

목표에 도달하는 방식은 아마존을 참고합니다. ‘편리함·물품 수·가격’ 세 가지 핵심가치에 집중해 미국 이커머스 시장을 점령한 아마존처럼 집토스는 ‘수수료·신뢰·매물’이라는 부동산 중개업의 본질에 최우선 가치를 부여하고 의사결정을 합니다.”

4년간 회사를 운영한 소회은 어떤가요?
“어려운 일이 많았어요. 아직 갈 길도 멀었고요. 그래도 신뢰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니 ‘우리는 된다’는 믿음을 확고하게 가지게 됐습니다. 안개가 낀 망망대해를 항해하는 느낌이었는데 안개가 조금씩 걷히면서 보물섬이 보이기 시작한 기분이랄까요.

잘 되려고 창업했다기보다는 망해도 경험을 얻기 위해서 시작한 일인데, 작게라도 우리가 해볼 수 있는걸 찾다 보니 지금까지 이어진 것 같아요. 그 과정에서 핵심가치를 발견해 사업 방향을 설정한 것도 큰 성과고요. 코어 없이 일을 시작해서 코어를 만들어나간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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