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수도 해외 진출 시도했지만 흐지부지
지상파 3사 콘텐츠 경쟁력·정부 지원사격
인더뉴스 이진솔 기자ㅣ지난 16일 출범한 지상파·SK텔레콤 통합 OTT(Over The Top) 웨이브는 국내를 넘어 해외로 한류 콘텐츠를 도약시킨다는 도전적인 비전을 안고 출발했다. 출범식에서 양승도 KBS 사장은 “한류 콘텐츠를 부활시킬 본격적인 시작이 웨이브 출범이라고 기대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30일 업계에 따르면 해외 진출이 쉽지 않으리란 전망이 나온다. 한 경쟁사 관계자는 “과거 옥수수 역시 해외 진출을 선언하고 모색한 적이 있었지만 결국 흐지부지됐다”며 “미국 시장이 아니라 아시아 시장에 먼저 진출한다는 목표에도 회의적이다”라고 말했다.
웨이브는 3단계로 구성된 해외 진출 전략을 추진한다. 첫 번째는 해외로 나가는 한국인 유료 가입자가 현지에서 웨이브를 이용하는 것이다. 다음은 현지 교민 대상으로 서비스하며 어떤 콘텐츠가 소비되는지를 파악하는 단계다.
직접 진출이 최종 목표다. 넷플릭스처럼 직접 진출하는 것 외에도 현지 OTT, 통신사, 제작사와 제휴하는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 웨이브는 “1년 반이나 2년 안에 마지막 단계까지 갈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해외 진출 시기를 묻는 말에 이태현 웨이브 대표는 “시기를 한정 지어서 해외 진출을 말하긴 어렵다”라면서도 “해외 여행객 서비스는 올해 10월, 교민 대상 서비스는 내년 상반기, 직접 진출은 CP나 주주사와 논의해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진출 전략에도 업계가 우려를 표하는 이유는 과거에 옥수수도 비슷한 시도를 했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2월 옥수수를 운영하던 SK브로드밴드는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를 3배 늘려 해외에 수출도 하고 비즈니스 모델을 넓혀가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원저작권을 가진 콘텐츠를 해외에 판매하거나 2차 가공콘텐츠 사업 등으로 확장하는 전략도 제시됐다.
당시 SK브로드밴드는 합작영화 ‘라라’에 투자해 베트남 극장에서 상영하는 동시에 옥수수 VOD로 제공하는 사업모델을 시도했었다. 이후에도 글로벌 파트너십 강화 등을 추진했으나, 푹과 합병이 이뤄지기 전까지 괄목할만한 성과는 없었다.
웨이브는 해외 진출 1차 목표로 한류 콘텐츠 수요가 높은 동남아를 겨냥하고 있다. 동남아 현지 OTT에 지분을 투자하거나 제휴를 맺고 콘텐츠를 판매하는 전략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이 밖에 SBS 런닝맨이나 MBC 복면가왕 등 이미 해외에 판권을 판매해 높인 수익을 기록한 지상파 콘텐츠를 중심으로 해외 진출을 추진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특히 런닝맨은 언어 장벽을 넘어 동남아 지역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SBS는 판권 판매 포함 300억 원 이상 이익을 얻은 것으로 파악된다.
정부가 콘텐츠 산업을 주력 산업으로 육성하려는 정책 기조는 웨이브가 해외 진출하는데 촉매가 될 수 있다. 지난 17일 정부는 ‘콘텐츠 산업 3대 혁신전략’을 발표하고 콘텐츠 기업 대상 정책금융,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등 실감형 콘텐츠 육성, 한류 수출 기업 지원 등에 나서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