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결함은폐] 국내 리콜 축소하려 문제원인 왜곡?…“이물질 아닌 설계 잘못” 지적 ④

현대 “美 공장 청정도 문제”라더니 국내 생산 차를 미국서 리콜
‘베어링 강성부족’이 결함원인..국내 리콜대수도 5만대 축소

세타(Theta)2 엔진의 결함을 알고도 숨겼던 현대자동차그룹의 전·현직 임원들이 이달 말부터 본격적인 형사 재판을 받습니다. 현대차 김 모부장의 내부고발로 시작된 이 사건은 3년이 흐른 지금까지 현재진행형입니다. 이에 인더뉴스는 국내 자동차관리법의 허점을 진단하고, 현대·기아차의 늑장리콜에 대한 숨겨진 이야기를 꺼내보려고 합니다. 이번 시리즈 기사가 국내 소비자들의 권익 향상과 제도 개선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편집자주]

기아자동차의 화성공장에서 신형 K5가 생산되고 있다. 본 사진은 기사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사진 | 기아자동차

인더뉴스 박경보 기자ㅣ 미국에서 세타2 엔진의 리콜 적정성 조사를 받고 있는 현대·기아자동차가 국내 리콜을 축소하기 위해 결함 원인을 왜곡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문제가 발생하는 차량들은 대부분 주행거리 10만km를 넘겨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만큼, 이물질이 아닌 설계가 잘못됐다는 지적이다. 설계결함이라면 큰 비용을 들여 엔진을 교체해 줄 수밖에 없어 ‘외부 문제’를 끌어들인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지난 2015년 9월 10일 현대차는 국내에서 엔진 파손 및 화재 사고가 국내리콜센터 등에 잇따라 보고됐는데도 미국에서만 1차 리콜을 진행했다. 엔진 결함의 원인을 미국 엔진 공정의 청정도 문제로 한정시켰기 때문이다.

당시 현대차는 미국에서 1차 리콜을 진행하면서 “미국 엔진 생산 공정의 청정도 관리문제로 발생한 사안이므로 국내 생산엔진에는 해당되지 않는 사항”이라며 “국내 및 해외 다른 지역에서는 리콜 대신 지속적인 품질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다”고 공식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당시 현대차는 ‘Wet blast’라는 신규 공정을 통해 공정 청정도 문제를 개선했기 때문에 더 이상 문제가 없다고 발표했다. 현대차의 생산계획기술부장은 지난 2016년 11월 18일 방영된 KBS 소비자리포트에 출연해 “Wet blast 시스템을 2012년 3월에 미국공장에 최초 적용했고, 문제는 근본적으로 개선된 것으로 생각한다”고 설명했었다.

하지만 현대차의 늑장 리콜을 공익제보한 김광호 전 현대차 부장은 소비자리포트 인터뷰에서 “생산공정의 이물질 문제가 초창기에 있었던 건 사실이지만 이를 전체 문제로 확대한 것이 문제”라며 “미국에서만 문제가 된다고 하려다 보니 이물질 문제를 갖다 붙이게 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현대자동차의 미국 앨라배마 공장 직원이 차량에 엠블럼을 부착하고 있다. 사진 | 현대자동차

◇ 이물질 문제 개선해도 엔진 파손 보고..“설계결함이 명백”

실제로 현대·기아차는 Wet blast를 적용한 이후에도 엔진 파손 등이 보고되자 2017년 3월, 미국에서 2013년식과 2014년식 120만대를 추가 리콜을 하게 된다.

자동차안전연구원이 국토교통부에 보고한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Wet blast 공법은 국내에 이미 2010년 12월(울산공장), 2011년 11월(아산공장)에 미국보다 먼저 적용됐다. 현대차의 해명과는 달리 엔진 결함의 원인은 미국 공장의 청정도와 큰 관련이 없다는 뜻이다.

이에 관련해 박병일 정비 명장은 “현대차는 일본 미쓰비시가 내구성 문제로 포기했던 직분사 엔진을 기반으로 세타2 엔진을 만들었다”며 “저항을 줄여 연비를 높이기 위해 엔진 베어링의 크기를 줄였는데, 신차 때는 괜찮지만 약 10만km 부근에서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대차는 세타2 엔진을 개발하며 실린더 벽에 알루미늄을 처음 썼는데 내구성에 문제가 많다”며 “2번과 3번 실린더가 냉각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것도 문젠데, 결론은 명백한 설계의 잘못”이라고 덧붙였다.

◇ 국내 생산 차량을 미국서 리콜…“미국공장 문제 아니라는 증거”

좀 더 들여다볼 점은 미국의 2차 리콜 대상이었던 2011년식 옵티마(K5·15만 6000대)와 2011~2013년식 스포티지(8417대)가 한국공장에서 생산됐다는 것. 해당 차종들은 한국에서 만들어졌는데도 정작 리콜 신고는 미국이 한국보다 일주일 앞선다. 이는 미국 공장의 청정도 문제가 결함 원인이 아니라는 반증인 셈이다.

이에 대해 박진혁 서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공정의 청정도 문제는 자동차 제조사들이 리콜을 피하기 위해 대는 흔한 핑계”라며 “설계나 품질 등의 문제가 아니라 외부 문제에서 비롯됐다고 해야 큰 비용이 들어가는 리콜 가능성이 줄어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미국에서도 이물질 문제라고 하면 리콜 대상 대수를 줄일 수 있는 효과가 있다”며 “설계 결함이라고 하면 검사 후 엔진 교환이 아니라 무조건 교환해줘야 하기 때문에 억지로 이물질 문제를 들고나와 주장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회사에서 새로운 공법으로 이물질 문제를 개선했다고 했지만, 결함신고는 그 이후에도 계속 이어지고 있고 이에 대한 적절한 해명도 없다”며 “반면 베어링 강도 보강을 위한 설계변경은 여러 차례 있었고, 내부 엔지니어들도 내구성 문제라고 결론지은 바 있다”고 강조했다.

결함 조사기관인 자동차안전연구원은 세타2 엔진에 대한 조사보고서에서 “제작사는 미국공장만의 청정도 문제 및 국내 불량률 낮음을 이유로 국내는 리콜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국내 동일엔진을 쓰는 차량에서도 문제가 지속 발생하고 있다”며 리콜이 필요하다고 결론 내렸다.

특히 현대차 품질본부는 지난 2015년 8월 11일 신종운 품질담당 전 부회장에게 제출한 보고서에서 결함 원인을 ‘콘로드 베어링 강성 부족’ 이라고 스스로 인정했다.결국 주요부품인 콘로드 베어링의 구조적인 강성문제가 결함의 핵심이라는 이야기다.

중대 결함이 있는 현대·기아자동차의 쎄타2 GDI 가솔린 엔진. 사진 | 현대자동차

◇ 국내서 17만대 늑장 리콜했지만 2014년식은 빠져…보증연장은 22만대 대상

세타2 엔진의 결함은 ‘미국공장의 청정도’ 문제라며 국내 리콜을 거부하던 현대·기아차는 18개월 뒤 미국의 2차 리콜과 동시에 국내에서도 리콜했다. 내수 차종은 결함과 관련이 없다더니 아무런 해명 없이 뒤늦게 리콜에 나선 셈이다. 결국 미국공장의 청정도 문제는 국내에서의 리콜을 피하기 위한 ‘꼼수’에 불과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하지만 국내 리콜 규모도 미국에 비해 축소됐다. 미국에선 세타2 엔진을 적용한 2011~2014년식 차량에 대해 리콜이 이뤄졌다. 국내에서도 해당 차량들의 보증기간은 연장했지만, 정작 리콜은 2011~2013년식까지만 대상이었다.

현대·기아차는 2015년 9월 10일 미국에서 세타2 엔진에 대한 1차 리콜을 진행한 후, 국내에선 2016년 10월 12일 ‘보증기간 연장(10년/19만km)’을 발표했다. 대상 차량은 쏘나타, 그랜저, K5, K7 등 5개 차종 22만 4240대였다.

이후 현대·기아차는 2017년 3월이 돼서야 총 17만 1352대에 대해 국내에서 뒤늦게 리콜했는데, 보증기간 연장 차량 대비 5만여 대 가량 빠졌다. 22만대가 넘는 차량의 보증기간을 연장해 놓고 이보다 적게 리콜한 것은 리콜 축소를 스스로 증명한 셈이 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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