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박민지 기자ㅣ“고객 돈이 우리 돈이라서 우리은행이구나...이제 우리은행 아니다 너네은행 해라”
연이은 금융사고가 터지면서 금융권이 시끄럽습니다. 특히 우리은행은 DLF사태와 라임사태에 이어 직원들이 고객의 인터넷·모바일뱅킹 비밀번호를 무단변경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고객 신뢰도에 큰 타격을 받고 있습니다.
우리은행 영업점 일부 직원들은 지난 2018년 1~8월 고객의 비밀번호 3만 9463건을 무단으로 변경했습니다. 무단도용에는 영업점 내 공용 태블릿 PC가 이용됐습니다. 직원들은 임시비밀번호를 발급 받은 후 1년 동안 사용자 비밀번호를 등록하지 않은 ‘스마트뱅킹 비활성화 고객’을 대상으로 변경했습니다.
우리은행 직원들이 이러한 행동을 한 이유는 바로 실적을 올리기 위해서였습니다. 당시 우리은행의 핵심성과지표(KPI)는 이런 비활성화 계좌의 활성화 실적을 점수에 반영하고 있었습니다. 영업점 직원들이 고객 동의 없이 무단으로 비밀번호를 바꾸면 휴면계좌 활성화로 연결돼 새로운 고객을 유치한 실적이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자 우리은행은 많은 소비자들에게 공분을 사고 있습니다. 인터넷 상에는 ‘은행이 가장 해야 할 소양을 무시했네’, ‘은행이 고객정보를 털면 그건 끝난거다. 그 은행은 문 닫는게 맞다’, ‘이건 정말 답이 없다. 은행 영업정지가 답’이라는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우리은행은 해당 고객 정보가 외부에 누설이나 유출되지 않았고 금전적 피해도 없어 별도의 통지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이었습니다. 그러나 피해고객에게 통지조차 안하냐는 비판이 거세지자 뒤늦게 통지를 했습니다. 무단으로 비밀번호 변경 후 2년 만의 둿북 통지를 한 것이죠.
금융은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산업입니다. 잘못된 관행이나 문제가 발생했다면 사과하고 해당 시스템을 개선해 바로 잡는 것이 다시 회복하는 방법이죠. 그러나 우리은행의 대응은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습니다.
DLF사태·라임자산운용사태 등 연이은 금융사고로 은행을 비롯한 전 금융권에서 ‘소비자보호’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고 있습니다. 우리은행은 이번 비밀번호 무단도용으로 인해 실제 금전피해를 입은 고객이 없다고 항변하고 있으나, 최소한의 소비자보호도 무시한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특히 인터넷 뱅킹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는 명백한 고객의 개인정보입니다. 고객의 개인정보를 은행에서 도용할 수 있는 시스템 자체도 큰 문제입니다. 이러한 시스템이라면 앞으로 본인의 개인정보가 다시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불신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금융에서 ‘신뢰’가 중요한 이유는 하나입니다. 열심히 노동해 번 내 돈을 은행같은 금융회사에 맡기면 안전하게 지킬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우리은행은 실적에 눈이 멀어 도덕적 해이에 빠졌다는 비판을 수용하고 깊이 반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은행이 더 이상 신뢰를 잃지 않기 위해선 분명히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