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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터를 넣은 만두’도 한국 사회에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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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day, April 20, 2020, 10:04:37

국내 이주민 200만..주도적 계층으로 성장
결혼이주여성들, 문화다양성 콘텐츠 개발
미디어, 현실 못 따라와..재조명 시급

 

인더뉴스 이재형 기자ㅣ초등학생 두 아들의 엄마인 ‘아셀’ 씨는 지난 3월을 바쁘게 보냈습니다. 세상 어느 부모에게 육아가 쉽겠냐마는 끼 많은 그가 특히 미디어 콘텐츠 제작에 벌여놓은 일이 많기 때문입니다.

 

최근 그에게 특기할만한 사건은 요리 유튜버로 데뷔한 일이었습니다. 서울 홍대에 위치한 공유주방 ‘마이키친’에서 영상을 찍었죠. 조명이 쏟아지는 스튜디오의 중심에 선 아셀 씨. 촬영감독의 사인이 들어오자 긴장된 호흡을 가다듬고 능숙하게 운을 뗍니다.

 

“제가 어렸을 때 자주 먹던 음식이에요. 같이 만들어볼까요? 양파는 이렇게 잘라주면 돼요. 탁탁탁탁... ”

 

아셀 씨가 이날 만든 음식은 카자흐스탄의 전통 만두 ‘만띄(Манты)’입니다. 카자흐스탄에서 손님을 대접할 때 차리는 요리인데, 단호박과 양파를 깍둑 썰고 다진 소고기와 섞어 만두속을 완성했습니다. 이제 네모난 만두피에 담고 찌면 되는데, 이때 들어가는 의외의 재료. 바로 ‘버터’입니다.

 

“만두피 위에 만두속과 버터를 올려주세요! 버터는 지방(을 보충해주는) 역할을 한답니다.”

 

만두에 단호박과 ‘버터’가 들어간다니? 자글자글 물 끓는 소리가 그치고 뚜껑을 열자 만띄의 우윳빛의 자태가 드러납니다. 좌우로 쪼개니 고기의 육즙과 더운 김이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리는데, 만띄는 단호박과 버터의 달콤고소한 맛일까요?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샐례몟스즈 볘(Сәлеметсіз бе)!

 

아셀 씨는 수년 전 결혼을 계기로 카자흐스탄을 떠나 한국사회에 정착했습니다. 대도시 서울에 살면서 모든 것이 낯설기만 했지만 지금 그는 성북문화재단의 러시아어 교사로 활동 중입니다. 최근에는 지구시민 뮤지컬 ‘어 커먼비트’를 통해 공연 무대에도 섰습니다.

 

아셀 씨는 유아에게 한국어와 타국어를 가르치는 ‘이중언어’ 콘텐츠의 제작을 통해 업계에 뛰어들었습니다. 사실 이중언어 교육은 다문화 가정 2세의 지능발달에 매우 중요합니다. 아직 한국어에 미숙한 이주여성이 아이와의 소통에 불편을 느끼면 유아의 초기 언어·정서적 발달에 장애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모어(母語)를 가르치고 싶어도 한국에 유아용 외국어 교재가 없어 어려웠죠. 이에 아셀 씨 등 7인의 결혼이주여성들은 2015년부터 ‘비빔맘’이란 팀을 결성, 이중언어 동화 오디오북을 제작했습니다. 카자흐스탄, 베트남 등 다양한 나라에서 온 엄마들은 직접 그림을 그리고 음성을 녹음했습니다. 제작에는 사회적 기업 모아스토리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열혈엄마들이 만든 콘텐츠는 현재 무료로 공개돼 일부 교사들이 수업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학교, 도서관, 다문화센터, 서울시 ‘한울타리’ 홈페이지 등에 다음세대재단의 ‘올리볼리 그림동화’, 서울시의 ‘엄마의 속삭임’ 등 콘텐츠가 공급돼 누구나 열람해볼 수 있게 한 겁니다.

 

 

 

선진국에 30년 뒤졌던 문화다양성 사업에 결혼이주여성들이 주체적으로 나서자 사회도 관심을 보였습니다. 2017·2019년에 열린 ‘Let's Read e-북 콘서트’에선 에리 씨 등 이주여성들이 활동가로 발돋움하기까지의 여정을 터놓았습니다. 행사는 서울시, 정몽구문화재단, 아시아재단 등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특히 서울시는 2008년부터 1000회 가량의 문화다양성 교육을 매년 진행해오고 있습니다. 선주민 위주의 한국문화 주입식 교육에서 벗어나 이주민이 제작해 문화공감대를 조성하는 콘텐츠입니다.

 

최승대 서울시 외국인다문화담당관은 “서울시는 외국인주민을 강사로 기용해 이주민들의 이야기를 소재로 문화다양성 콘텐츠를 제작하고 교육의 효과성을 높이고 있다”며 “올해는 ‘문화다양성 콘텐츠 개발’을 신규 사업으로 편성하고 웹툰, 유튜브 영상 등 보다 친근한 방식의 콘텐츠의 개발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우리 곁의 200만 이웃이 여전히 낯선 이유...선주민 위주의 미디어

 

외국인의 국내이주가 본격화된 지 30여년이 지났습니다. 여러 세대를 거치면서 이주초기에는 한국사회의 주변부에만 머물던 이주민들은 차차 사업가, 지방공무원, 정치인 등 중심부로도 진출했죠. ‘캄보디아댁’으로 유명한 당구 선수 스롱 피아비 씨, 구독자 92만의 유튜브 채널 코이TV 운영자인 윰 씨 등 한국 사회에서 속칭 ‘대박’난 곳도 왕왕 눈에 띕니다.

 

그러나 대중들에게 다문화 가정은 여전히 낯설기만 합니다. 우리 사회에서 주체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이들이 많음에도 미디어에 재현된 다문화 가정은 여전히 수혜를 받는 수동적 존재로 조명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가난한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다문화 가정이 영화에 나오는 것 같기도 해요. 영화 ‘완득이’도 어머니는 필리핀 분인데 국가에서 지원받아 먹고 살고 있죠. 이런 사례가 없는 것도 아니지만 그렇지 않은 집도 많아요.”

 

“(미디어에 노출된 다문화 가정은) 대개 농촌이고 너무 불우하게 나와요. 부자이고 잘사는 집은 안 나오죠. (미디어만 보면) 모든 다문화 가정은 농촌에 살 것 같은데 이건 아닌 거 같아요.”

 

다문화 가정의 학생들이 2018년 우리다문화장학재단의 인터뷰에서 쏟아낸 의견들입니다. 실제로 행정안전부 발표에 따르면 국내 외국인 이주민(2018년 기준) 205만4621명 중 62%는 수도권에 거주했습니다. 미디어 속 다문화 가정은 편향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 같은 문제의식을 학생들만 느끼는 건 아닙니다. 윤인진 고려대 교수는 2016년 연구에서 “‘다문화 열풍’이 2010년대부터 ‘다문화 피로감’ ‘다문화 혐오증’으로 바뀌는 추세"라며 "이주민과 선주민의 일자리 경쟁, 위장 결혼 및 이혼, 문화충돌, 범죄 등의 사회 문제가 매스컴에 의해 부상하면서 이주민과 선주민 간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사회가 수평적 관점에서 이주민 고유의 문화의 가치를 재조명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문화활동을 통해 사회경제적, 정치적 서열구조 너머의 정서적 공감대를 확보해야 한다는 겁니다.

 

엄한진 한림대 교수는 "교육 미디어 콘텐츠 제작 등 문화 활동에 이주민들이 전면 나서는 것은 전통적으로 사회 통합에 효과적이었다"며 “다만 다문화 활동을 전개하는 과정에 정부나 대기업 등의 우월적 위치가 아니라 선주민, 이주민, 시민단체 등 행위자들과 수평적 관계를 형성하는 장치를 마련해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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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형 기자 silentrock@inthenews.co.kr


“언론 플레이는 제가 다 할 수 있어..융단 폭격하지요 뭐”

“언론 플레이는 제가 다 할 수 있어..융단 폭격하지요 뭐”

2024.03.28 10:39:42

부산 = 인더뉴스 제해영 기자ㅣ“필요하면 융단 폭격하지요 뭐”, “그냥 지역신문 이런 거 아닙니다”, “암튼 언론 걱정은 하지 마세요.” 서울에 본사를 두고 있는 한 인터넷신문의 부울경(부산/울산/경남) 취재본부에서 청탁성 기사로 의심되는 기사가 대거 게재돼 물의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특히, 해당 기사 때문에 선의의 피해자들이 대거 발생할 수도 있는 상황이어서 각별한 주의가 요망됩니다. 28일 인더뉴스가 입수한 단체 카카오톡방(이하 단톡방)에는 다소 과격해 보이는 대화내용이 이어집니다. 이 단톡방은 내달 입주가 예정돼 있는 부산 일광의 신축 타운하우스 입주예정자들이 모여 있는 곳인데요. 타운하우스의 입주 예정자인 A씨는 거침 없는 언사를 쏟아냈습니다. 그는 단톡방에 있는 사람들에게 "계속 민원을 넣어주세요. 알아야 됩니다. 사태의 심각성을.."이라며 민원을 사주하는 듯한 말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언론 플레이는 제가 다 할 수 있습니다. 필요하면 융단 폭격하지요 뭐."라며 "언론 들어가면 그 때부터는 이판 사판"이라고 시행사와 시공사를 상대로 언론공세를 퍼붓겠다는 계획을 피력했습니다. 특히 그는 "기장에서 싸움나면 우리 안 집니다."라며 "실수하면 우리가 질 수도(있는데)... 현장에 농성텐트를 칩시다"라며 입주 예정자들을 상대로 선동을 하는 듯한 말도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A씨가 공언한 것이 실제로 현실화됐다는 점입니다. 이와 관련한 내용이 단톡방에서 시작된 때는 이달 초. 불과 10여일 뒤인 12일에 처음으로 <“입주가 코앞인데”...부산 기장 아파트 입주민, 시공하자에 ‘분통’>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나왔습니다. 기사에는 단톡방에서 이야기된 대로 일부 입주예정자들이 현수막과 피켓을 들고, 기장군청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 내용이 사진과 함께 실렸습니다. 이어 3일 뒤인 15일에는 또 다시 같은 매체에서 <“2년을 기다렸는데”...부산 기장 한 아파트, 입주의 꿈이 지옥 현실로>라는 기사가 나왔습니다. 이전과 마찬가지로 소수의 입주예정자들이 군청 앞에서 시위를 하는 모습이 기사에 담겼습니다. A씨가 단톡방에서 단언한 대로 ‘언론 플레이’는 계속됐습니다. 22일에는 <“안전한 환경 조성해달라” 부산 한 아파트 입주민들의 호소>라는 제목의 기사가 나왔고, 급기야 27일에는 [단독]이라는 머릿글을 달아서 <한수원 직원이 1100억대 시행사 부사장?...겸직 신고 ‘유명무실’>이라는 자극적인 기사를 끝으로 이른 바 ‘융단 폭격’이 완성됐습니다. 이와 관련, 입주 예정자들은 불안한 마음을 내비치고 있습니다. 자신들이 살아야 할 집에 대한 이미지나 가치가 떨어질 게 뻔해 보이기 때문. 한 입주 예정자는 “일부 분양자들의 민원과 시위에 대해 부분적으로 이해는 되지만, 원치 않는 내용들로 인해 저희 집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질까 불안하다”며 “예정대로 입주를 희망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이 매체가 쏟아내고 있는 기사들 때문에 선의의 피해자들이 대거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은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계속 이런 부정적인 기사들이 나오면 입주할 마음이 있던 사람들도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다”며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시행사나, 시공사는 물론 이미 계약을 한 다수의 입주 예정자들에게 막대한 금전적인 손실을 끼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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