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박민지 기자ㅣIBK기업은행이 국내 무역업체의 이란제재 위반 사건과 관련해 자금세탁방지법 위반 혐의로 미국 사법당국과 8600만달러(약 1049억원)의 벌금(제재금)에 합의했습니다.
20일(현지시간) 기업은행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 검찰은 지난 2014년 5월부터 국내 무역업체 A사의 대(對)이란 허위거래와 관련, 기업은행에 대해 자금세탁방지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해왔습니다.
A사는 앞서 이란과 제3국 간 중계무역을 하면서 위장거래를 통해 2011년 2월부터 7월까지 기업은행 원화 결제계좌를 이용해 수출대금을 수령한 뒤 해외로 미 달러화 등을 송금한 혐의입니다.
한국 검찰도 2013년께 A사가 두바이산 대리석 허위거래를 통해 기업은행에 개설된 이란 중앙은행 명의 계좌에서 1조원 가량을 빼내 해외 5~6개국으로 분산 송금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벌여 A사 대표를 구속기소 했습니다.
기업은행은 A사의 위장거래를 적시에 파악하지 못해 송금 중개 과정에서 미국의 자금세탁방지법을 위반한 혐의를 받았습니다. 로이터통신은 허위거래 당사자가 현재 80대인 전 알래스카 시민 케네스 종(Kenneth Zong)이라고 전했습니다.
케네스 종은 기업은행 원화 결제계좌에서 원화를 달러로 인출, 제3국으로 송금하기 위해 대리석 타일 수출 계약과 송장(인보이스)을 위조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기업은행은 8600만달러 중 5100만달러는 미 검찰에, 3500만달러는 뉴욕주금융청에 각각 납부하게 됩니다.
제프리 버만 뉴욕 맨해튼 연방지검 검사는 “미국 내에서 영업을 하는 은행은 테러를 조장, 촉진하거나 테러에 관여하는 제재대상이 은행 시스템을 활용하는 것을 막는 안전장치를 구축할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미 검찰은 벌금 합의를 통해 자금중계를 했던 기업은행 뉴욕지점에 대한 기소를 유예했습니다. 로이터통신은 기소유예 기간을 2년이라고 전했습니다. 미 검찰은 케네스 종에 대해서는 지난 2016년 이란 제재 위반과 자금세탁방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이와 관련 기업은행도 “기업은행의 한·이란 경상거래와 관련된 미 정부기관의 조사가 모두 마무리됐다”며 “제재금 전액은 이미 적립된 충당금 범위 내에서 납부할 예정으로 향후 추가적인 재무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기업은행은 이번 조사를 계기로 “자금세탁방지 프로그램이 미국 법령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 점을 수용해 시스템 개선과 인력 충원 등의 조치를 취했다”며 “앞으로도 국내외 관계 당국과 지속적으로 협의해 자금세탁방지 등 컴플라이언스 시스템을 효과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기업은행은 지난해 자회사를 포함한 당기순이익 1조 6275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전년보다 7.8% 감소한 수치입니다. 자회사를 제외한 기업은행의 별도 기준 당기순이익은 1조 4017억원으로 전년보다 7.2% 줄었습니다. 지난해 순이익의 7.5%를 벌금으로 내야 하는 셈이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