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욱의 디지로그DigiLog] 불확실한 것만 확실한 미래

헤드라이트Headlight는 바로 앞만 비추면 된다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인더뉴스 김영욱 기자 | 자동차의 전조등headlight, (Brit) headlamp은 어느 정도를 비추는 것이 적당할까요? 언제 읽었는지 기억나지 않는 오래된 심리학 관련 책에 쓰여있던 저 질문이 문득 떠올랐습니다. 대략 이런 내용이었던 것 같습니다.

어두운 밤에 자동차를 운전해서 먼 길을 가려하는데, 가령 뉴욕에서 시카고까지, 약 800마일의 거리를 꼬박 12시간 운전해서 가야하는 상황입니다. 거기에 다니는 다른 차량도 없고, 횡단고속도로에는 가로등도 없습니다. 

자! 그렇다면 장거리 야간운전을 위한 자동차의 전조등은 이 어두운 밤길의 어느 정도까지를 밝혀주는게 가장 좋을까요? 출발지인 뉴욕에서 켠 전조등이 바로 800마일 거리에 있는 시카고를 보여준다면, 즉 빛이 닿는 거리가 800마일이 넘는 ‘슈퍼전조등’이 있다면 가장 좋을까요? 

얼핏 목적지까지 멀리 환하게 비추는 전조등이 있다면 주변에 위험한 상황도 미리 알아챌 수 있고, 마음도 편안해질 것 같습니다. 하지만 주행하는 전구간을 환히 밝히는 전조등이 존재하려면 전구에 필요한 전력과 전구 자체의 내구성과 밝기 등등 여러면에서 상상을 초월하는 에너지가 필요할 것이고 그건 결코 ‘효율적’이진 않을겁니다. 

일반적을 차량의 전조등은 40m정도를 비춘다고 합니다. 야간에 가로등도 있고, 건물에 불빛도 존재해서 그 정도의 거리만 확보해줘도 안전하게 운전 할 수 있습니다. 가로등이 드문 교외로 나가거나 주변에 빛이 없어 어둡게 느껴지는 도로를 주행할때 사용하는 상향등이 비추는 거리도 100m 정도입니다.

‘어느 정도를 비추는 것이 적당한지’에 대한 과학적이고 효율적인 답변은 아쉽게도 제가 읽은 책에서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책이 제시한 해답은 ‘바로 앞만 비추면 된다’ 였습니다.

이유는 이렇습니다. ‘결국 목적지로 이어지는 바로 눈 앞의 길을 헤메지 않도록 잘 비추어주면, 우리는 이어지는 길을 따라 무사히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이죠. 1마일 앞을 비추건, 100마일 앞을 비추건 가장 중요한 건 지금 현재 눈앞의 길을 잘 보이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의미였습니다.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모든 것이 확실하다면 좋을 수 있겠지만 소요되는 에너지의 양만큼 비효율적일지도 모릅니다. 사실은 바로 내일, 아니 한시간 후의 미래만 확실히 알 수 있다면 그것마저도 대단한 것이겠죠.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한다는 것은 목적지까지 환히 밝히는 비효율적인 전조등과 같은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상은 점차 가속도를 내면서 변화하고 있습니다. 발전이라는 이름의 변화를 반기는 부분도 분명 존재하지만 때때로 우리는 그러한 변화에 당황하기도 하고, 두려움을 느끼며 불안해하기도 합니다.

예측가능한 변화도 있고, 뜻하지 않은 재앙으로 인한 변화도 있으며, 국가나 지역 또는 사회계층의 형태와 문화에 따라 다르게 적용되는 변화도 있습니다. 그런 이유로 더 많은 미래학자들이 더욱 더 미래를 예측하며 불확실함을 줄이려 노력합니다.

미래학未來學, Futures studies, Futurology은 가능성 있는, 개연성 있는 그리고 더 나은 미래를 상정하고 이를 기저로 하는 세계관이나 신화에 대해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합니다. 이 학문이 예술인지 과학인지에 관해서는 이견이 있지만 일반적으로 사회과학의 한 갈래와 역사학의 또다른 분야로 보는 것이 타당해 보입니다. 

아쉽게도 미래학자들의 노력이 모두 성공한 것은 아닙니다. 인터넷은 모든 세상을 변화시켰지만, 생각보다 빠르게 변화시키지는 못했습니다. 공유경제와 전기자동차는 수년내에 일상이 될 것처럼 여겨졌지만 그렇지 않은 대부분의 나라가 존재합니다.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기술의 발달이 미래를 변화시키는 것보다 우리의 취향이 또는 문화가 그리고 질병과 재앙이 변화를 촉발하기도 하고, 오히려 과거 형태로의 회귀도 일어나게 했습니다. 지역주의, 인종주의, 자국우선주의가 공고해져서 신냉전(新冷戰, New Cold War)이라 불리는 20세기의 유산이 부활하기도 했죠.

어쩌면 모든 것이 불확실한 미래, 확실한 건 불확실하다는 사실뿐입니다. 궤변같지만 적어도 불확실하다는 사실을 아는 것은 우리에게 도움이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미래가 불확실하다는 것을 아는 것’은 다양한 시도와 가능성 그리고 혹시 모를 변수를 고려하게 하고, 대비하게 하며, 확실하다고 믿는 것을 다시 한 번 검증하게도 하니까요.

역사학이 우리의 과거를 연구하는 학문이라면, 미래학은 우리의 미래를 예측하는 학문입니다. 얼핏 반대의 개념같지만 때로는 과거를 통해 미래를 예측하고, 미래 예측을 통해 과거를 추정하기도 합니다. 과거와 미래를 통해 현재를 보고, 현재를 통해 올바른 미래로 나아가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며, 잘 할 수 있는 일이 아닐까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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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는데 도움이 된 글과 기사

9 Future Predictions For A Post-Coronavirus World

from. Forbes https://www.forbes.com/sites/bernardmarr/2020/04/03/9-future-predictions-for-a-post-coronavirus-world/#200469d05410

Evaluating 2020 Predictions From Decades Past

from. npr https://www.npr.org/2019/12/25/791274119/evaluating-2020-predictions-from-decades-p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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