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이재형 기자ㅣ‘투기꾼들 잡으려다 무주택자들을 잡는 게 아닐까?’
정부가 오늘(19일)부터 본격 적용하는 ‘6·17 부동산 대책’. 실거주를 기준으로 주택 구매 및 임차 수요를 구분하고, 법인과 무주택자, 1주택자의 거래를 상당부분 제한한 게 특징인데요.
지난 17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번 대책을 발표하면서 "투기를 잡고 서민 실수요자의 내집 마련 기회를 확대하겠다"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정부가 예상보다 강력한 규제를 내놓자 시장에서도 ‘이번에는 다르다’는 분위기입니다. 하지만 걱정도 큽니다. ‘투기 잡다 무주택자도 내 집 마련에서 멀어지는 것 아니냐’는 건데요.
먼저 경기, 인천, 대전, 청주 지역이 규제지역에 추가되면서 조정대상지역은 69곳, 투기과열지구는 48곳으로 증가한 것을 두고 피로감을 드러낸 여론이 눈에 띕니다.
1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6월 17일 부동산대책, 무주택자를 위해 조정해주세요’라는 청원이 올라와 하루 새 1400여명의 지지를 받기도 했습니다. 접경지역을 제외한 수도권 전 지역의 주택담보대출(LTV) 한도가 50% 이하로 제한돼 서민은 내 집 마련에서 더 멀어졌다는 주장입니다.
이외에도 6·17 대책을 비판하는 청원은 21개 더 있습니다. 청원에 동의한 인원은 총 5만8000여명에 달합니다.
전문가들은 공급대책이 없는 게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규제지역을 늘리면 일시적으로는 시장이 안정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신규 주택 공급을 병행하지 않을 경우 시장 불안의 원인이 된다는 겁니다.
특히 서울은 아파트 입주물량이 올해 4만1562세대에서 내년 2만4040세대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돼 수요 억제시 시장 불안이 가장 우려되는 지역으로 지목됐습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이번 대책을 통해 풍선효과가 발생했던 비규제지역의 국지적 과열현상이 일부 진정되고 거래시장의 단기적 소강상태가 전망된다”며 “다만 과도한 수요억제책에 따른 임대차시장의 가격불안 양상과 분양시장의 과열 등 새로운 풍선효과 불러오는 것은 아닌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주택담보대출 시 전입 조건을 강화한 것도 화제입니다. 무주택자와 1주택자가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면 그로부터 6개월 안에 새 집으로 전입해야 한다는 내용인데요.
원래 이 기한은 1년까지 줬던 건데 이번에 절반으로 줄였습니다. 특히 1주택자는 기존 집을 처분하고 전입까지 마쳐야하므로 앞으로 더 서둘러야 합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실수요자들이 주택담보대출을 하는 건 자기자본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1주택자들은 대체로 대출금에 원래 보유한 주택을 팔아 마련한 자금을 더해야 새집을 구입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며 “전입 기한이 임박해서도 적정가격에 집이 안 팔리면 1주택자들은 결국 울며 겨자 먹기 식 급매로 집을 싸게 팔아야할 위험이 커졌다”고 말했습니다.
전세자금을 대출받고나서 규제지역의 집을 사면 대출금을 즉시 반환해야 하는 조건도 부담입니다.
투기지역이나 투기과열지구에 위치하면서 매매가가 3억원을 초과 아파트를 구매할 경우 이 같은 의무가 적용되는데요. 이 의무는 원래 9억원이 넘는 주택에 적용됐던 터라 갑자기 허들이 낮아졌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특히 전세보증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하거나 여유자금이 없는 무주택자가 전세 대출을 낀 상태라면, 3억원 이하의 주택만 구입하도록 선택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송 대표는 “지역별 집값 차이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것 같다. 서울 지역은 원룸 등 소형 주택을 제외하면 매매가가 3억원 이하인 주택이 거의 없기 때문에 주거이전의 폭이 매우 제한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