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포스트 코로나 시대, SKT·롯데 ‘거점 오피스’가 주목 받는 이유

美 픽사, 직원들간 소통 위해 우주선 닮은 사옥 지어
코로나19 이후 거점 오피스 도입해 디지털 소통 실험 나서
인더뉴스 권지영 기자

인더뉴스 권지영 기자ㅣ“1700명이 일하는 회사에 화장실이 남녀 각각 한 개씩만 있다면?”

보나마다 직원들의 불만이 쏟아져 나올겁니다. 10층에서 일하는 직원도, 3층에서 일하는 직원도 모두 1층 화장실로 내려와야 하는 수고를 해야 될테니까요. 만약 옆 건물에서 일한다면요? 화장실 때문에 퇴사를 결심하는 직원이 반드시 있을걸로 추정됩니다.

이런 비인간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한 인물은 누구일까요? 바로 애플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입니다. 그렇다면 미국 실리콘 밸리에 위치한 애플 본사에 화장실이 하나 있을까요? 절대 아닙니다.

화장실 에피소드는 바로 픽사(Pixar)이야기입니다. 영화 ‘니모를 찾아서’, ‘토이 스토리’ 등 유명 애니메이션을 만든 곳인데, 과거 스티브 잡스가 픽사를 인수했죠. 90년대 픽사 사옥을 새로 지을 때 잡스는 여러 건물을 사용하면서도 화장실이 한 개인 설계안을 제시했습니다. 그는 도대체 왜그랬을까요?

잡스는 건물은 따로 사용하지만 직원들을 자주 만나게 하는 취지였는데요. 새로운 창착물을 만들기 위해선 아이디어가 필요한데, 직원들끼리 자주 마주쳐 자연스런 브레인 스토밍을 하길 기대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화장실 한 개 만들기 프로젝트는 실제로 구현되지 않았고, 대신 우주선을 닮은 확 트인 구조의 사옥 1개 동만 지었습니다.

픽사를 비롯해 애플, 구글, 페이스북, 마이크로 소프트, 디즈니 등 기업들은 직원들이 섞여서 일하는 환경에서 창의성이 나온다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6개월 만에 시대가 빠르게 변했습니다. 코로나19가 닥치면서 경기침체와 함께 비대면(언택트) 트렌드가 떠올랐고, 이는 기업의 근무 환경에 대대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바로 ‘거점 오피스’ 도입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스마트 오피스.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SK텔레콤과 롯데쇼핑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비대면 업무 환경 구축에 앞장서고 있는데요. 본사로 출근하는 대신 집 근처 거점 오피스로 출근해 일하는 방식을 도입했습니다.

SK텔레콤은 현재 종로, 서대문, 분당, 판교 등 4곳에 운영 중인 거점 오피스를 올해 안에 10곳으로 늘릴 계획입니다. 직영 대리점을 거점 오피스로 활용할 방안도 고심 중입니다. 롯데백화점은 노원점, 일산점, 인천터미널점, 평촌점과 빅마켓 영등포점까지 총 5개 거점을 마련했습니다.

시대는 변했지만 스티브 잡스의 픽사 이야기와 거점 오피스 변화는 묘하게 닮았습니다. 바로 직원들간 소통의 기회를 넓히자는 취지입니다. 대규모 직원들이 자유롭게 뒤섞여 토론하고 아이디어를 나눈 것이 픽사가 추구하는 방식이었다면, 거점 오피스도 다른 부서 직원들과 자연스럽게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때문입니다.

스마트 오피스에서 근무하는 한 직원은 “주 2회는 본사에서 근무하고, 나머지 2~3일은 스마트 오피스에서 일한다”며 “지정 좌석제가 아니기 때문에 항상 새로운 사람들과 오피스를 사용하는데,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서로 인사이트를 얻기도 한다”고 전했습니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다양한 직군의 직원들이 거점 오피스에 모이면 융합적 아이디어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디지털 유목민 정책의 확대와 더불어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나오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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