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F 2020] “문화, 규모에서 깊이의 경제로”…코로나는 ‘개취’ 발견의 기회

조일동 한국학중앙연구원 글로벌한국학부 교수 인터뷰
온라인수업 ‘교감’에는 한계..해외 학자들과의 온라인 포럼은 소득
한국은 코로나 이전부터 ‘비대면’ 사회..외국보다 충격파 적은 이유
IMF 외환위기와 비슷한 전환기..보편성 보다는 ‘장르’ 부각 될 것
사진ㅣ게티이미지뱅크

인더뉴스 유은실 기자 | 전 세계가 멈췄습니다. 빠른 속도가 미덕인 사회, 생활 리듬이 초가속화 되던 한국을 비롯해 끝없는 경쟁으로 내달리던 전 세계의 경제시스템이 코로나19라는 장벽에 막혀 급브레이크를 밟았습니다.

대륙의 경계를 넘어 빠른 속도로 퍼진 팬데믹은 인간의 모든 활동을 올스톱시켰고, 초현실적인 장면들이 우리 삶을 재구성하고 있습니다. 스크린 안에서 펼쳐지던 재난영화가 우리 삶이 돼 다큐멘터리로, SF에 나오는 화려한 비대면 기술은 우리의 일상이 되고 있습니다.

‘#살아있다’, ‘반도’, ‘팬더믹’. 올여름 한국 극장가에 내걸린 재난영화들의 제목입니다. 영화는 우리 삶의 축소판으로, 그 제목에는 삶의 주제가 함축돼 있다고 합니다. 이들 제목으로 ‘팬더믹 시대, 한반도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라는 질문을 만들어 볼 수 있습니다.

‘소통’과 ‘만남’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대중문화에 ‘비대면’의 일상화는 더욱이 어려운 도전입니다. 멀티플렉스 3사는 올 상반기에만 최소 2400억원 이상의 영업손실을 입었습니다. 가뜩이나 상황이 좋지 않았던 공연계는 7월 초 기준으로 877억원(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 발표)의 회복하기 어려운 손실을 기록했습니다.

적절한 거리가 필요한 사회에서 ‘영화, 음악, 춤으로 다시 소통하고 공감하며 살아갈 수 있을까’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오는 9월 2일 인더뉴스가 주최하는 <제2회 인간생존전략포럼_iSSF 2020: 포스트 코로나 시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서 세 번째 강연자로 나서는 조일동 한국학중앙연구원 글로벌한국학부 교수와 코로나시대의 만남⸱소통⸱공간의 변화 그리고 대중문화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조일동 한국학중앙연구원 글로벌한국학부 교수. 사진 | 인더뉴스

교수님도 코로나19로 적지 않은 변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떠신지요?

“다수의 학부생이 아니라 소수의 대학원생을 가르치다보니 아무래도 학생들과 직접 얼굴을 맞대며 수업하는데 익숙한 편입니다. 보통 6~7명 정도 소규모로 수업이 진행되는데 이제는 강의실 대신 ZOOM으로 수업을 해야 합니다.

실제로 수업을 해보니 학생들이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기 어려워진 측면이 있습니다. 온라인은 오프라인에 비해 ‘교감’하기 어려운 환경인 것은 맞습니다. 비대면 수업은 정확한 사실을 전달하는 데는 문제가 없지만, 토론과 같이 답이 정해져 있지 않는 분야를 다루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혹시 긍정적인 변화는 없나요?

“비대면 수업에 대한 개인적 아쉬움은 있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기회일 수도 있겠더라고요. 개학 전에 출산한 학생이 있었는데 오프라인으로 수업이 이뤄졌다면 아마 그 학생은 휴학을 했을 겁니다. 물리적⸱공간적 한계가 없는 온라인 수업으로 이번 학기에 참여할 수 있었죠.

또 연구자로서 의미 있는 변화도 생겼습니다. 이번 학기부터 두 개의 온라인 포럼에 참여하고 있는데 하나는 외국 학자들과 함께 운영합니다. 미국, 일본, 체코 등의 인류학 교수들과 함께하는데 처음에는 지역별 시차가 너무 커 잘 될까 싶었습니다.

그러나 서로 만나는 시간을 조금씩 양보해 정하다 보니 우려만큼 장애가 되지는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편하게 대화하고 지식을 공유할 수 있어 좋습니다. 글로벌한 ‘연결성’을 실제로 체감하는 중입니다.”

코로나 여파로 사회·경제 전반의 비대면 방식 전환 속도가 빨라지고 있습니다. 어느 수준까지 진전된 것으로 보시는지요?

“코로나를 겪으면서 이미 우리는 많은 부분에서 비대면 적인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한국의 비대면은 일본의 ‘히키코모리’로 대표되는 단절, 운둔과는 다른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초고속 인터넷으로 연결된 한국은 ‘얼리어답터 사회’라 비대면 삶의 방식이 익숙한 분들이 많으실 겁니다. 실제로 내가 갖고 있는 물건 중 오프라인에서 구입한 게 얼마나 되는지 따져보니 얼마 안 되더라고요. 정도의 차이일 뿐 쇼핑, 은행 등 생각보다 비대면 방식이 적용된 곳이 많습니다.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에 비해 코로나로 인한 충격이 적은 주된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비대면 방식의 전환이 빨라지면서 걱정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오히려 소통이 막히는 폐쇄적인 사회로 가지 않을까’하는 우려입니다. 만나서 대화할 때는 맥락 안에서 소통하고, 또 말의 휘발성으로 조금 더 자유롭게 이야기 할 수 있습니다.

반면 비대면, 그 중에서도 글을 통한 대화로 넘어가는 순간 맥락은 약해지고 서로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질 확률이 높습니다. 글의 기록은 오래 남기 때문에 단순한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갈수록 대화의 빈도가 줄고 자기 검열의 강도는 세지지 않을까 합니다. 결국 자기와 결이 맞는 사람들과만 교류하는 ‘끼리끼리’사회가 될 수도 있다고 봅니다. 완벽하게 나와 맞는 사람을 찾기 전까지는 입을 다무는 사회가 되면 어쩌지하는 고민이 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대중문화 역시 엄청난 타격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대중문화는 같은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소비하는 행위입니다. 공연장을 찾고 내가 좋아하는 아티스트와 소통하고 있다는 그 ‘함께함의 감각’이 가장 매력적이죠. 코로나로 우리 일상이 ‘거리두기’ 중심으로 돌아가면서 ‘함께’하는 것이 매우 어려워졌습니다. 공연으로 관객과 소통하고 생계를 이어오던 인디뮤지션들은 더 큰 타격을 받게 됐죠.

극장도 마찬가지입니다. 멀티플랙스가 유지되려면 적어도 한 스크린 당 40명 정도의 관객이 필요한데 지금은 숫자보다는 ‘상영을 할 수 있냐, 없냐’의 문제입니다. 우리나라는 영화 제작부터 배급, 상영이 한 몸통으로 돼 있어 지금과 같은 상황이 오면 더 힘겨워집니다.

더 큰 문제는 내년입니다. 올해까지는 그동안 제작한 작품이 있어 견딜 수 있지만, 현재 상당수 영화 제작이 중단된 상태라 내년에는 극장에 걸 작품이 얼마 안 됩니다.”

코로나 확산 여파로 전 세계 넷플릭스 시청자가 꽤 많이 늘었다고 합니다. 넷플릭스 같은 강력한 콘텐츠 플랫폼의 성장을 어떻게 보시는지요?

“코로나가 넷플릭스 시청자를 늘리는 기폭제가 되긴 했지만, 그동안 우리가 양질의 콘텐츠를 만날 수 없었던 점에 더 주목하고 싶습니다. 넷플릭스의 성장은 다양한 ‘콘텐츠의 장이 열렸다’는 요인이 더 크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다양한 국가에서 만든 다채로운 주제의 영화⸱드라마⸱다큐멘터리 등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없었는데 넷플릭스가 이를 해결해 준거죠.

우리가 안방에서 편안하게 터키 드라마와 인도 영화를 볼 수 있고, 한국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의 주인공 강하늘을 아르헨티나 사람들이 알아보는 것도 같은 이치겠죠.”

조일동 한국학중앙연구원 글로벌한국학부 교수. 사진ㅣ인더뉴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중문화는 어떤 모습으로 바뀔까요?

“오프라인 공연장은 ‘공간감’이 주요합니다. 내 옆에서 뛰고 있는 관객과 함성,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뮤지션과 함께하고 있다는 만족감이 공간을 채우는 겁니다. 집합적 의미가 중요한 공간이 바로 공연장이죠.

그러나 동시에 물리적인 한계점도 갖고 있습니다. 좌석이 무대에서 멀다면 표정, 제스처, 노래를 섬세하게 듣기는 힘들죠.

온라인으로 공연의 장소가 옮겨가면서 섬세한 소리를 경험할 수 있게 됐습니다. 또 가수가 노래할 때 어떤 표정을 짓는지, 혹은 춤을 틀렸는지까지도 보다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뮤지션들은 한목소리로 온라인 공연이 훨씬 더 긴장된다고 이야기합니다. 덕분에 공연 퀄리티는 높아지고요.

또 한가지 예상되는 큰 변화는 ‘개인의 취향’이 발견되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점입니다. CD를 소유하지 않더라도 스트리밍으로 내 취향을 찾아가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고 동시에 내 ‘개취(개인의 취향)’를 찾아주는 시스템도 발달 될 것으로 봅니다.

지금 아이튠즈만 하더라고 내 선곡데이터를 활용해 좋아할 만한 음악을 찾아주는 알고리즘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취향이 세분화되고 전문화될 수밖에 없고, 대중문화 자체가 슈퍼스타 중심이 아니라 개인의 취향에 맞춰 다원화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BTS, 엑소 등이 최근 온라인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습니다. 이를 보면서 코로나로 인해 대중문화의 양극화가 더 심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 목소리가 적지 않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대형기획사가 내놓는 온라인 공연은 VR에 가까워지고 퀄리티도 상당합니다. 최근에 빌리 아이리시가 가상기술을 활용해 온라인 공연을 했습니다. 이 공연에 들어가 보면 감상 방식을 ‘개인’ 또는 ‘소셜모드’로 선택 할 수 있습니다.

소셜모드의 경우 내가 옆 사람에게 말을 걸면 그 사람이 맞장구를 칠 정도까지 기술적 완성도가 높습니다. 내가 누군가와 함께 보고 있다는 것을 경험할 수 있게 해주는 공연이 온라인 공간에서 만들어 진거죠. 이건 정말 대형기획사 아니면 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나 저는 이런 부분이 대중문화의 핵심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온라인 공연을 기술과 자본으로 실현할 수 있냐에 따라 부익부 빈익빈이 커지겠지만, 그것을 넘어 ‘슈퍼 파워를 갖고 있는 스타들이 앞으로 얼마나 힘을 지속할 수 있겠느냐’ 하는 의구심을 갖고 있습니다. 코로나를 하나의 전환기로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지난 1998년 IMF 외환위기 당시 한 시상식에서 뮤직비디오상을 조성모 씨와 노브레인이 같이 받았습니다. 당시 조 씨 영상은 블록버스터 뮤직비디오의 시초로 당시로는 꽤 큰 금액인 1억 5000만원이 투입됐고 이병헌, 김하늘 등 유명한 배우가 출연했습니다.

반면 이런 기념비적인 작품과 함께 상을 받은 노브레인은 단돈 30만원으로 뮤직비디오를 찍었습니다. 조 씨의 뮤직비디오가 ‘큰 투자로 더 큰 수익을 얻는다’는 기존 문법을 그대로 따랐다면 노브레인은 정반대로 간거죠.

아마도 외환위기라는 강력한 외부변수가 없었다면 이전처럼 기존 스타들에게 모든 이목이 집중됐을 겁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외환위기라는 사회 전환기를 맞아 개인의 취향이 세분화 되기 시작하면서 ‘장르’ 음악도 인기를 얻게 된 겁니다.

저는 지금 코로나 상황이 20여년 전의 그 때와 닮았다고 생각합니다. 전환기와 인터넷의 발달이 만나 영화, 음악 등 대중문화에서도 ‘장르’가 더 크게 부각될 것으로 봅니다. 돈의 사이즈와 물리적인 거리를 뛰어넘어 소외됐던 뮤지션과 영화인 등 콘텐츠 생산자들에게는 오히려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물론 일정 수준 이상의 완성도는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대중문화 역시 산업의 한 분야입니다. 경제적 측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코로나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어느 정도나 되는지, 앞으로 얼마나 회복될 수 있을지 예측할 수 있을까요?

“코로나로 대중문화 산업이 정확히 얼마의 손실을 봤는지 추산하기는 어렵지만, 압도적인 영향이 있었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가장 타격이 크다는 관광업만큼은 아니지만, 대중문화 관련 종사자가 느끼는 충격도 상당합니다. 현재까지 음악공연시장의 중심축은 대형 뮤직 페스티벌이었는데 모두 취소되거나 연기된 상태입니다. 한국 공연을 계획했던 해외 뮤지션들의 스케줄도 다 취소됐고요.”

소비자 입장에서 앞으로 대중들은 어떤 방식으로 문화를 소비하게 될까요?  

“소비자 입장에서는 세분화된 취향으로 다양한 방식을 통해 문화를 소비할 수 있을 겁니다. 예를 들어 공연장에서 거리 두기로 인원 제한을 하면 수입은 떨어지더라도 관객이 퍼포먼스를 펼치는 가수들과 느끼는 친밀감을 커질 수 있겠죠. 이런 경험은 자신의 취향을 개척하고 깊이 있게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장치가 됩니다. 문화가 ‘규모의 경제’에서 ‘깊이의 경제’로 나아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조일동 한국학중앙연구원 글로벌한국학부 교수

◇약력

1975년생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학사
한양대 문화인류학 석사
한양대 철학박사(문화인류학 전공)

(전)이화여대 한국학연구원 연구원
(전)신한대 탈분단경계문화연구원 학술연구교수

(현)한국학중앙연구원 글로벌한국학부 교수
(현)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현)한국국제민족지영화제 집행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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