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이 된 임대차법, 정말 무주택자의 재앙일까?

30일 임대차법 국회 본회의 통과..미통당 불참
한은 “전세 공급 감소할 것”..김현미 “시장 안정된다”
인상률 5%, 재산권 침해인가..“비정상적 집값이 본질”
30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을 도입하는 내용의 주택임대차보호법이 통과되고 있습니다. 사진ㅣ연합뉴스

인더뉴스 이재형 기자ㅣ전·월세 임차인의 권리를 강화하기 위해 ‘임대차3법’ 중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상한제를 도입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오늘(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이제 이 법은 국무회의 의결과 대통령 재가만 남았는데요.

그러나 새 법을 둘러싼 정치권의 골은 좁혀질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미래통합당은 29일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이런 게 공산주의 국가 아니냐”며 표결을 거부한 데 이어 오늘 본회의도 불참하며 항의 의사를 전했죠.

시장도 동요하고 있습니다. 임대차3법을 이유로 전월세 계약을 거부하는 집주인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경기 고양시 덕양구의 은빛마을 11단지 24평형에 거주하던 직장인 A씨는 지난달 전세 계약이 끝났는데, 집주인이 다음 계약 때는 전세금을 4000만원 올려 부를 계획이란 말을 들었습니다.

A씨는 “집주인이 임대차3법이 도입되면 재계약 시 전세금 인상률을 제한받기 때문에 새로 전세 계약할 때 미리 올려 받아야 할 것 같다고 하더라”라며 “새로 입주하는 입장에선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법이 도리어 전세 시장을 위축 시키는 것 아니냐

‘임대차 3법’이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가운데 서울을 중심으로 전셋값 폭등 및 전세 품귀 현상이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는 30일 오전 서울 송파구의 한 상가 부동산중개업소의 매물 정보란이 비어있습니다. 사진ㅣ연합뉴스

세입자들의 주거 안정을 위해 도입된 임대차3법이 도리어 무주택자의 임차 기회를 차단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집주인은 새 법에 따른 불확실성을 피하자는 의도지만 세입자들 입장에선 “잘 살던 집에 웃돈을 주지 않으면 떠나야 하게 됐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상황입니다.

집주인들은 계약 기간이 길어지고 임차료 인상도 제한되는 게 부담스럽다고 합니다. 임차계약이 끝날 때 세입자가 연장을 요구하면 1회에 한해 집주인은 이를 특별한 이유 없이 거부할 수 없습니다. 또 재계약 시 임차료는 5% 이하로만 인상할 수 있죠.

이처럼 법 개정과 함께 공급을 꺼리는 집주인이 늘면서 수도권 전세 물량은 이미 동난 상태입니다. 지난 20일 KB국민은행의 서울 전세수급지수는 180.1까지 치솟았죠. 전세수급지수는 최대값이 200인데, 전세대란이 있었던 2015년 11월 둘째 주에 183.7이었으니 이미 그 수준에 근접한 겁니다.

전세 품귀 현상, 얼마나 갈까요? 1989년 임대차 계약 기간이 1년에서 2년으로 늘었을 때는 전셋값이 20%가량 폭등했던 경험이 있는데요.

한국은행은 집값 상승 경향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은은 지난 26일 유경준 미래통합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서 “임대인의 월세 선호 현상 등으로 전세 공급은 감소하는 반면 전세 수요는 높은 수준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에 정부는 부랴부랴 태릉골프장, 용산정비창 등을 활용한 공공주택 수만호 공급 대책을 공개했지만 전문가들의 반응은 대체로 회의적입니다. 부동산 시장은 지역적 편차가 크기 때문에 무작정 공급을 늘린다고 다스릴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겁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단순 총량 외에 질적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 (입지적으로는) 도심, 역세권의 공급이 필요하다. 또 그간 공공주택이 중소형, 원룸형, 행복주택 위주인데 다인가구를 위한 집은 얼마나 되는지 등 변수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공급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 “전월세 대란의 본질은 임대차3법이 아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 전체회의에 참석해 있습니다. 사진ㅣ연합뉴스

“1989년 12월에 (임대차 계약 기간을 기본 1년에서 2년으로 늘리는) 제도가 통과되고 그 다음 넉 달 동안에 전세가격이 많이 올랐는데 4개월이 지나고 난 이후에는 전세가격이 거의 0% 수준으로 안정됐다”

2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한 말입니다. ‘전세 가뭄’ 우려에도 장관은 시장 불안이 일시적일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는 이어 “빨리 법이 시행돼야 현장에서 혼란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소수이지만 이처럼 ‘아무도 가지 않은 길’에 대해 함부로 단정할 순 없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현재 부동산 시장의 흐름이 합리가 아닌 심리적이라고 진단합니다.

그는 “생각해보면 집값은 때론 5% 이상 오를 수도, 덜 오를 수도 있는데 지금은 이미 더 오를 것이란 전제가 형성돼 있다. 지금 집주인들이 전월세 계약을 꺼리는 것은 재계약 시점인 2년 뒤 시장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손해 볼 수 있다는 두려움이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요즘 집값이 10~20%씩 큰 폭으로 뛰는 분위기다보니 5% 인상률이 곧 손해로 보일 수 있다는 건데요.

사실 일각에선 “0%대 저금리 시대에 5%는 올려도 된다고 국가가 공인하는 거냐”는 주장도 있지만 이 같은 분위기 때문에 주목받지 못하기도 합니다. 결국 본질은 돌고 돌아 비정상적으로 뛰는 집값을 안정시키는 것이라는 주장이 나옵니다.

송기균 송기균경제연구소 소장은 “집을 여러 채 가져도 여러 집에 동시에 살 순 없다. 남는 집은 전월세를 놓을 수밖에 없고, 따라서 대거 매도하지 않는 이상 임대차 계약 조건이 달라진다고 전월세 공급 자체가 크게 변하진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어 “공급과 수요가 큰 변화를 겪지 않아도 임차료가 뛰는 건 집값을 따라 오르기 때문”이라며 “임대차3법 보단 오히려 세법 개정에 따라 다주택자의 지출이 늘은 것이 임차료 인상에 더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본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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