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유은실 기자ㅣ뉴딜펀드를 바라보는 금융권의 솔직한 시선은 정부와 다른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는 다수의 금융사가 뉴딜펀드를 ‘새로운 기회’로 여긴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정작 금융사 속내는 투자·판매·건전성 등 모든 측면에서 ‘부담스럽다’는 입장입니다.
지난 3일 정부는 부처합동 브리핑을 열고 3가지 유형으로 설계된 뉴딜펀드와 정책·민간금융기관의 지원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여기에는 향후 5년간 정책금융기관과 금융사가 각각 100조원, 70조원을 뉴딜금융에 지원한다는 방침도 포함됐습니다.
민간금융사까지 막대한 자금을 투자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정부가 금융권을 동원하는 모양새’라는 논란이 일었습니다.
정부는 이에 '뉴딜펀드 7문7답'을 통해 직접 논란 진화에 나섰습니다. 다수의 금융회사들이 디지털, 그린 등 뉴딜분야를 수동적 지원 대상이 아니라 새로운 기회로 인식하고 있다는 겁니다. 또 각사의 뉴딜 투자 계획은 자체적인 경영전략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나 금융권에서는 ‘사실 동원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이미 채권시장안정펀드·증시안정펀드에도 자금 지원을 하고, 코로나19에 따른 대출 만기 연장도 시행하고 있는데 뉴딜펀드까지 더해지니 부담스럽다는 겁니다.
사업성이 보장되지 않은 시점에서 투자할 수밖에 없다는 부분도 문제입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투자받는 회사 등 구체적인 내용이 나오지 않는 상황”이라며 “금융권에서 구체적이지 않다는 건 리스크가 높다는 것과 같다”고 말했습니다.
건전성 관리 역시 금융권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입니다. 코로나19로 ‘관리’와 ‘지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실정인데,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건전성 관리와 지원을 모두 잘해내는 것이 어렵다는 겁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출자를 금융기관들이 해야 하는 구조라 기초자산이 주식이나 채권 등 위험자산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투자사에게는 BIS 위험가중치를 낮게 적용한다지만, 기본적으로 위험자산이 늘어나면 BIS비율 등 건전성 관리가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실제 잇따라 터지는 펀드사태 등으로 시중의 유동성이 이미 직접 투자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정부가 사실상 원금보장 등을 내걸어 펀드를 홍보하면 금융사는 부담이 있을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투자 뿐 아니라 판매에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정책펀드에만 초점이 맞춰지면 다른 상품 판매가 어려워지는 카니발리제이션(자기잠식)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겁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 정책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하겠지만 정책펀드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 아쉽다”며 “사내에서는 다른 펀드 판매가 오히려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목소리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뉴딜펀드의 주요 판매 창구가 될 은행권 현장의 직원들도 씁쓸한 웃음을 지었습니다. 이명박 정부의 녹색펀드, 박근혜 정부의 통일펀드 등 과거 정부 주도로 만들어졌던 관제펀드들이 용두사미의 역사를 썼을 뿐 아니라 자사 상품과 함께 영업해야 하는 이중고 때문입니다.
익명을 요구한 은행 창구 직원은 “지금까지 정부에서 만든 관제펀드와 동일하게 뉴딜펀드도 은행 창구에서 판매될 거라는 전망이 우세하다”며 “영업 압박이 더 심해지지 않겠냐”고 토로했습니다.
일각에서는 판매 압박보다는 손실 책임이 걱정된다는 의견이 제시됐습니다. 뉴딜펀드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크고 이 흐름이 판매까지 이어져 압박은 적을 수 있지만, 혹여 손실이 나거나 문제가 생기면 책임을 져야한다는 점을 이유로 꼽았습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가능성이 낮긴 하지만 손실이라도 나면 책임을 지게 될까봐 걱정”이라며 “정부가 현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고충과 함께 기업구성·홍보방향 등 다양한 측면에서 뉴딜펀드를 고려해주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