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로 줄여 자전거 도로 내는 서울시…주민들은 ‘뜨악’

“자전거 잘 안 타는데..” 휑한 서울 도심 자전거 도로
일대 도로 상습 정체..서울시 “향후 우회 교통량 늘 것”
8일 서울시 퇴계로의 도로 모습. 자전거 전용도로가 설치된 가운데 도로에는 차량이 빽빽하게 늘어서 있습니다. 사진ㅣ인더뉴스

인더뉴스 이재형 기자ㅣ서울시가 자전거 길을 트면서 도심의 차로가 점차 좁아지고 있습니다.

최근 서울 4대문 안의 세종대로와 퇴계로, 청계천로 등 주요 도로에선 자전거 전용도로 신설 공사가 한창입니다. 서울시는 예산 50억원을 들여 자전거 도로를 1330km(2030년 기준)까지 확보할 계획입니다.

그런데 자전거 도로를 내면서 일부 차로를 축소했습니다. 보도는 공간이 없으니 차로의 폭을 줄이거나 아예 1개 차로를 없앤 건데, 상습 정체구간도 차로가 줄면서 도로의 효율이 떨어졌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8일 서울교통정보센터 TOPIS에 나타난 도로 상태. 도심 주요 지역의 도로가 빨갛게 표시돼 정체된 상태임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이미지ㅣTOPIS 화면캡처

중구 묵정동의 퇴계로도 그런 사례. 지난 8일 서울시 교통정보시스템 TOPIS의 도로 상황판을 보면 4호선 충무로역~퇴계로 5가 퇴계로 구간은 일과시간 내내 교통정체가 심함을 나타내는 빨간색으로 표시돼 있었습니다. 차량이 시속 15km 미만의 속력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이 구간은 원래 7차선 도로였지만 최근 양 방면의 보도쪽 차로를 1개씩 지우고 도보 높이의 자전거 도로를 새로 만들었습니다.

이처럼 자전거길을 신설한 도심 곳곳에선 정체는 심해지고 자전거 도로는 휑한 풍경이 자주 목격되는데요.

서울시는 도로를 줄여 도심 내 차량 유동량 자체를 줄이는 게 정책의 궁극적인 목표이기 때문에 이 같은 불편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또 정체 현상에 대해서는 시간이 지나면 정체 구간을 피해 다른 길로 우회하는 운전자가 늘면서 불편이 해소될 거라고 봤습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일단 도심의 도로를 줄이면 차량 정체가 심화되겠지만 점차 차량으로 4대문 안쪽에 진입하려는 수요가 줄 것”이라며 “일시적으로는 정체 심해져도 장기적으로는 교통량이 안정화될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습니다.

서울시에서 추진 중인 CRT 자전거도로. 차로를 한 개 줄이고 보도 높이로 구분된 자전거 도로를 만드는 구상입니다. 사진ㅣ서울시

그러나 전문가들은 도로의 효율성은 높일 필요가 있다고 제안합니다. 현재 서울시는 자전거 도로 주변에 울타리를 치거나 보도 높이로 들어올리고 있는데요. 이처럼 물리적인 턱을 만들면 차량의 무분별한 침입은 막을 수 있지만 도로의 수용량은 떨어져 아쉽다는 지적입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일부 가로변 버스전용차로의 경우 평일에도 출퇴근 시간 외에는 일반승용차가 이용할 수 있게 돼 있다”며 “자전거 도로도 턱을 만드는 대신 차량의 진입을 금하는 시간을 정하고 단속하는 식으로 운영했다면 도로 정체는 덜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교통 정책이 해당 도로가 위치한 지역의 교통수요와 동떨어진 점도 문제입니다. 한 서울 내 자치구 관계자는 “우리 지역은 자전거를 이용하는 인구가 적어 자전거 도로가 생겨도 얻을 수 있는 교통 편익은 미미하다. 반면 매연과 소음은 증가하니 차도가 줄면 구민 입장에선 사실 더 불편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자치구의 반대의견이 교통 계획에 반영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시와 자치구가 협의해 도로 계획을 결정하긴 하지만 자치구의 발언권이 약하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자치구 관계자는 “시에서 자전거도로를 만든다고 할 때 좀 의아하긴 했다. 그러나 우리가 계획 자체를 반대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다”라며 “향후 자전거 수요가 늘 것을 감안하면 필요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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