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박민지 기자ㅣ200조원에 이르는 퇴직연금시장을 잡기 위해 은행권들의 움직임이 치열하다. 시중은행들은 퇴직연금 관련 조직을 강화하고 운용수수료도 잇따라 내리고 있다.
1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퇴직연금 납입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190조원을 기록했다. 2016년 20조 6000억원, 2017년 21조 4000억원, 작년 21조 6000억원 등 매년 20조원 넘는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 상반기에도 10조원 이상 늘어 현재는 20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비이자수익 확대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은행으로선 결코 놓칠 수 없는 시장이다.
퇴직연금시장 공략에 먼저 나선 곳은 신한금융이다. 신한금융은 퇴직연금 사업 부문을 격상하고 매트릭스체제를 도입했다. 특히 지주 퇴직연금 사업부문장(부사장보)이 은행·금투·생명의 퇴직연금그룹장을 겸직하며 시너지 극대화를 노리고 있다.
KB금융지주도 5월 퇴직연금사업의 컨트롤타워로 연금본부를 신설하고 퇴직연금 체계 전반을 개편했다. 기존 연금사업부를 본부급으로 격상시켰고, 증권·손해보험에도 연금기획부를 신설해 매트릭스 형태로 운영하기 시작했다.
KEB하나은행 역시 같은 달 퇴직연금 업무 분야 인력과 시스템을 개편해 기존 연금사업본부를 연금사업단으로 격상했다. 연금자산 관리에 최적화된 조직을 갖추기 위한 조치다.
우리은행은 퇴직연금부 산하에 퇴직연금 자산관리센터를 신설하고 프라이빗뱅킹(PB) 업무에 경험과 전문성을 가진 30여명의 상담원을 배치했다. 자산관리센터는 고객을 만기 도래 상품 보유 고객, 손실이 난 고객 등으로 분류해 고객별 맞춤형 상담 서비스를 제공한다. 손실을 본 고객에게는 자산 포트폴리오 교체를 권유하는 등 고객별 수익률 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운용수수료 인하 경쟁도 치열하다. 신한은행은 이달부터 개인형 퇴직연금(IRP)의 수수료를 대폭 인하했다. 1년 단위로 IRP 가입자 계좌에 수익이 발생하지 않으면 해당 연도의 운용·자산관리 수수료도 받지 않는다. 특히 만 34세 이하 가입자에게는 수수료 20% 할인 혜택을 준다. 이들이 10년 이상 가입하고 연금으로 수령하면 최대 70%의 수수료를 감면받을 수 있다.
하나은행도 최근 만 19~33세 가입자에 대한 IRP 수수료를 70% 인하했다. NH농협은행 역시 15일부터 유치원·어린이집·사회적기업 등의 법인 고객을 대상으로 확정급여형(DB)·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 수수료를 최대 50% 내렸다.
이처럼 은행권이 퇴직연금시장을 적극 공략하는 것은 핀테크출연 등 급변하는 금융 환경 속에서 이자수익에 안주할 수 없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자수입에서 벗어나 새로운 수익원 발굴이 시급한 은행 입장에서 퇴직연금은 매력적인 시장”며 “이를 둘러싼 은행 간 경쟁은 앞으로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