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이재형 기자ㅣ시세보다 저렴한 게 특징이었던 경매 아파트마저 최근 천정부지로 가격이 뛰고 있습니다. 10월 경매에서 서울 아파트 대부분이 감정가보다 수억원 비싸게 낙찰된 건데요. 올 들어 급등한 집값이 뒤늦게 경매시장에 반영된 영향으로 보입니다.
29일 스피드옥션에 따르면 매각기일이 10월 1일 이후인 경매물건 중 서울 지역의 아파트는 총 135건입니다. 이중 매각은 36건, 유찰은 21건으로, 주인을 찾아 거래를 매듭지은 경우가 더 많았는데요.
낙찰된 건을 살펴보니 법원이 정한 감정가액보다 싸게 매각된 경우는 4건에 불과했고, 나머지 32건은 감정가와 같거나 더 높은 가격에 거래됐습니다. 경매에 매물이 올라오면 아홉에 여덟 꼴로 기대 이상의 금액에 팔린 겁니다.
대표적으로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1차’의 전용 107.64㎡ 매물은 지난 22일 24억 1309만원에 매각됐습니다. 감정가(21억 1000만원)보다 3억여원 높은 가격입니다. 노원구 중계동 ‘벽산아파트’의 전용 85㎡ 매물도 감정가(6억 1100만원)보다 20% 높은 7억 3444만원에 12일 낙찰됐습니다.
12일 송파구 방이동 ‘아크로빌아파트’는 감정가보다 자그마치 7억원 가량 높게 팔렸습니다. 전용면적이 190.14 ㎡인 매물인데, 감정가는 12억 9500만원이었지만 19억 5000만원에 매각된 겁니다.
서울 아파트는 과거에도 경매 인기 매물이었지만 올 하반기 들어 유독 강세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같은 기간 서울의 도시형생활주택(134건 중 16건 매각, 97건 유찰), 다세대주택(499건 중 65건 매각, 245건 유찰)에 비하면 매물 대비 낙찰 비율이 월등히 높습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경매 법정이 닫히면서 공급 자체가 줄다보니 아파트 물건이 귀해졌다고 말합니다.
장근석 지지옥션 팀장은 “서울 지역 아파트 물건 자체가 별로 없다. 한 달에 나오는 아파트 경매 물건 자체가 100건이 채 안 된다”며 “작년까지만 해도 신건은 유찰되고 2~3회차에서 낙찰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요즘은 나오면 거의 낙찰되는 모양새”라고 말했습니다.
부동산 규제로 서울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면서 감정가에 수억을 보태 매입해도 실거래가보다 저렴한 측면도 있습니다. 일례로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중계동 ‘벽산아파트’ 전용 85㎡ 매물은 지난 7월 7억 9000만원에 거래됐으니, 이번 사례처럼 7억 3444만원에 낙찰하면 5000만원 더 싸게 사는 셈입니다.
김창규 스피드옥션 법무실장은 “경매는 법원에 신청한 시점부터 입찰까지 최소 6개월 이상 시간이 걸린다. 최근 아파트 시세가 큰 폭으로 오르면서 경매 신청 시점의 감정가보다 수억 웃돈을 주고 사도 실거래가보다 저렴한 경우가 많아진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