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이재형 기자ㅣ신도시 개발이 한창인 장현지구의 한 토지를 놓고 “학교 부지를 남겨달라”는 시민과 “아파트 짓겠다”는 시흥시의 갈등(11월16일자 본지 [단독] “공공주택 많아 학교 안 짓는다고?” 시흥시 장현 입주예정자 ‘뿔났다’)이 결국 시흥시의 승리로 끝날 전망입니다. 국토교통부가 시흥시의 뜻을 반영해 해당 토지의 용도를 ‘공공분양’으로 승인했기 때문인데요.
그런데 국토부 승인까지 과정을 살펴보니, 시흥시와 시흥도시공사는 지난 5월 이 땅에 공공주택을 건립할 의사를 공문을 통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시민들은 “임병택 시흥시장이 올 초 ‘학교 부지 존치’를 약속했었는데 불과 4개월만에 약속을 어긴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 LH “지난 5월 시흥시·시흥도시공사가 공공분양 용지 요청”
지난 16일 공개된 국토교통부 제 2020-801호 고시(시흥장현 공공주택지구 6차 지구계획 변경)에 따르면 경기도 시흥시 장현지구의 공동주택 부지인 ‘B-10블록’(2만 6123㎡)의 용도가 민간분양에서 공공주택으로 변경됐습니다. LH가 이 부지를 공공주택 용도로 매각하기 위한 법적 절차를 마친 건데요.
LH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B-10블록의 용도가 바뀐 건 시흥시와 시흥도시공사의 의지가 반영된 겁니다. B-10블록은 원래 중학교 부지였는데 2017년 6월 공동주택(일반분양) 용지로 바뀌었고, LH는 올해 매각을 추진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땅을 민간 건설사가 아닌 시흥도시공사가 개발하기 위해 시흥시와 시흥도시공사가 LH에 공공분양으로 용도를 변경할 것을 요청했습니다. LH에 따르면 지난 5월 20일에도 시흥도시공사는 이 같은 요청을 담은 공문을 LH에 보냈습니다.
LH 광명시흥사업본부 관계자는 18일 <인더뉴스>와의 통화에서 “우리가 아무 근거 없이 토지의 용도를 변경하지 않는다. B-10블록을 매각하기 직전에 시흥시와 협의할 때 시흥도시공사가 여길 개발하길 원했다”며 “도시공사가 개발하려면 토지의 용도를 공공분양으로 바꿔야 하기 때문에 지구계획을 변경하면서 반영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이어 “시흥도시공사도 이 토지를 자기들에게 수의계약으로 매각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번에 지구계획이 변경됐기 때문에 수의계약을 위한 법적 준비를 마친 상태”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에 더해 시흥시 의회가 오는 20일 정례회에서 ‘장현지구 공동주택 건립 신규 투자 사업 동의안’을 통과시키면 시흥도시공사의 토지 매입을 위한 예산 확보 등 절차도 끝날 전망입니다.
◆ 입주예정자들 “임병택 시장, 시민과의 약속 외면”
그러나 장현지구 입주예정자들은 “임병택 시흥시장이 과거 우리에게 ‘B-10부지를 학교 부지로 유지하겠다’고 밝혔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임병택 시장이 지난 1월 16일 입주예정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신도시의 교육문제가 중요하고 학교가 많이 부족한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B-10블록을 내년 12월 31일까지 보류지로 유지하고, 차후 조사를 학생수가 충족되면 학교를 짓겠다’고 말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올해 8월 LH가 B-10 부지를 매각하고 공공분양을 한다는 소문이 돌았고, 이후 10월 12일 열린 시흥시 비서관주재회의에서 비서관들이 “임병택 시장이 그런 약속(B-10블록을 학교 부지로 남기겠다는 것)을 한 적이 없다”며 말을 바꿨다는 게 장현지구 입주예정자들의 설명입니다.
이에 당황한 입주예정자들이 시장과의 면담을 요청해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습니다. 입주예정자 150여명은 오늘(18일) 시흥시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임 시장과의 면담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한 상태입니다.
장현지구 입주예정자들은 임 시장이 시흥시민과의 약속을 저버렸다고 주장합니다. 한 입주예정자는 “시장이 ‘학교의 필요성을 고려해 B-10블록의 개발을 유보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뒤로는 LH에 공공주택 용지로 매각해달라고 요청했다니 충격”이라며 “약속을 지키지 못했으면 사과라도 해야 하는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우기고 시민들을 외면하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인더뉴스>는 17일부터 시흥시에 이 같은 장현지구 입주예정자의 들끓는 비난에 대해 공식의견을 수차례 요쳥했지만 시는 “관계 부서와 협의 중”이라는 말만 되풀이 할 뿐 사실상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