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권지영 기자ㅣ지난 10일 전자서명법 개정안 통과로 공인인증서 제도가 폐지되면서 네이버와 카카오, 통신사 등이 사설 인증서 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 기존의 복잡한 공인인증 절차 대신 비밀번호나 생체 인식으로 간편하게 인증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사설 인증 서비스는 금융사를 시작으로 IT기업, 통신사까지 가세하면서 경쟁이 가열될 것으로 보입니다. 자사의 인증 서비스 확장을 통해 플랫폼 락인 효과 기대와 함께 신사업 진출에도 활용될 전망입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사설 인증서 시장에는 은행 등 금융사와 네이버, 카카오, 이통3사가 경쟁하고 있습니다.
◇ 이통3사 ‘패스’ 가입자 3000만명..사설 인증서 시장 선두
공인인증서가 폐지되면서 현재 은행, IT, 통신사 등을 통해 인증서 앱을 다운받을 수 있습니다. 개별 앱에서 발급받아 각 플랫폼에 연계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겁니다. 긴 비밀번호 대신 간편 비밀번호나 지문 등 생체 인증을 통해 로그인이 가능하며, 유효기간도 2~3년입니다.
민간 인증서 시장에서 선두주자는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가 공동으로 내놓은 PASS(패스)입니다. 작년 4월 이통3사는 공동으로 개발한 PASS 인증서 서비스를 내놨는데요. 올해 1월 PASS(패스) 인증서 발급 건수는 1000만건을 기록한 데 이어 11월 2000만건을 넘겼습니다. PASS(패스) 인증서 가입자는 이미 3000만명을 넘어섰습니다.
제휴처도 본격 확장하고 있습니다. 현재 PASS를 통해 모바일 운전면허 확인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데요.
여기에 PASS(패스)는 지난 9월 행정안전부가 주관하는 ‘공공분야 전자서명 확대 도입을 위한 시범사업’ 후보 사업자로 선정됐고, 관련 실사 작업을 끝냈습니다. 조만간 실사 결과를 발표하는데, 통과되면 내년 1월 국세청 홈택스 연말정산간소화, 정부 24, 국민신문고 등에서 패스 인증서를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통신사에서 제공하는)패스 인증서는 고객들이 안전하고, 신뢰받을 수 있는 원스톱 통합 인증 서비스다”면서 “통신사가 디지털 뉴딜 시대에 전자 서명 시장을 주도하면서 생태계를 넓히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 네이버·카카오, 후발주자로 뛰어들어..전자 지갑으로 ‘승부수’
네이버도 작년 6월 인증서 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 현재 네이버는 방송통신위원회 본인확인기관 지정심사를 받는 중입니다. 네이버가 본인확인기관으로 지정되면, 네이버 앱을 통해 쇼핑, 결제, 신분증 확인 등 원스톱 서비스가 가능해질 전망입니다.
최근 네이버는 인증서 사용처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국민 인증서’로 거듭나겠다는 목표입니다. 당장 내년 초 모바일 학생증, 운전면허증, 국가공인자격증 등 정보를 네이버 앱에 보관해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현재 네이버는 간편 로그인 서비스와 네이버 인증을 결합하는 방안도 모색 중입니다. 네이버는 “네이버 인증서'는 편의성과 안전성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두고 온·오프라인에서 네이버만이 제공할 수 있는 이용자 경험을 선보여 갈 것”이라며 “더욱 빠르게 사용처를 확장하면서 다양한 사용성을 제공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고도화해 가겠다”고 말했습니다.
카카오도 인증서 시장에서 강자로 통합니다. 카카오페이가 국내 첫 모바일 메신저 기반 인증 서비스를 시작했고, 올해 연말 발급건수 2000만건 돌파를 앞두고 있습니다. 현재 카카오페이는 금융 분야 인증수단으로 인증서 사용 영역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카카오 역시 네이버와 마찬가지로 방송통신위원회 본인확인기관 지정심사를 받는 중입니다. 앞서 카카오는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등이 ‘공공분야 전자서명 확대 도입을 위한 시범사업’에 참여할 후보사업자로 선정됐습니다. 이를 통해 카카오톡 기반 신분증으로 국세청 연말정산간소화, 정부 24, 국민신문고 등 공공분야에서 전자서명 우위를 점할 수 있습니다.
신분증, 자격증, 증명서 등을 카카오톡에 넣었다가 뺄 수 있는 ‘디지털 지갑’도 선보였습니다. 카톡 메뉴에 추가된 ‘카톡 지갑’을 통해 본인을 확인할 수 있는 신분증 등을 보관할 수 있습니다. QR체크인과 모바일 운전면허증, 간편결제정보 등도 담길 예정입니다.
제휴처 확대에 따라 범용적인 서비스로 발전 가능합니다. 예컨대, 크게는 기업 혹은 정부기관 제휴를 통해 디지털 사원증을 발급하거나, 작게는 팬클럽, 각종 협회, 총동문회 등에서도 디지털 신분증을 발급받을 수 있습니다.
카카오 관계자는 “신용카드도 페이로 대체하고 있고, 이용자가 편리하게 본인을 여러 공간에서 증명하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면서 “모바일이나 온라인 디지털 공간에서 인증하는 것을 포함해 모바일 공무원증 등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 내년부터 ‘원스톱 통합 인증 서비스’ 경쟁..대세 인증서는 어디?
이통3사부터 네이버, 카카오까지 내년부터 인증 서비스 경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 중 이미 가입자 3000만명을 돌파한 이통3사 PASS가 우위를 점하고 있는데요. 인증 서비스를 기반으로 전자 문서 시장에 진출한 네이버, 카카오도 확대에 공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업계에 따르면 전자 고지서 서비스 산업은 900억원대에서 오는 2023년 2조 1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이달 공공분야 전자서명 확대 도입을 위한 시범사업이 시작되면서 내년 초부터 사업자간 본격적인 경쟁이 예상됩니다.
이통3사, 네이버, 카카오 등이 각각 얼마나 많은 제휴처를 확보하느냐에 따라 인증서 범용성도 결정됩니다. 네이버는 현재 한국도로공사·청약홈·국민연금공단·손해보험사 등 54곳 공공기관과 금융기관과 제휴하고 있습니다. 카카오는 한국교통안전공단·병무청·국민연금공단·국세청·서울시·KB증권·여성가족부 등 200개 기관과 제휴 중입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인증 서비스를 토대로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내고, 이용자를 플랫폼에 오래 머무르는 ‘락인 효과’ 등을 기대할 수 있다”면서 “향후 더 범용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인증서가 자리잡고, 더 많은 이용자가 가입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