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권지영 기자ㅣ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운명의 날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는데요. 지난 4년 동안 이어져온 재판 일정이 마무리됩니다. 2019년 8월 대법원의 파기환송된 이후 500여일 만에 내려지는 최종 선고입니다.
삼성은 그야말로 초긴장 상태입니다. 재판부의 판결 결과가 이 부회장과 삼성의 미래에 중차대한 영향을 주기 때문인데요. 이재용 부회장은 이런 가운데에서 시스템 반도체 1위 비전과 차세대 6G, 자율주행 등 신기술 확보 등 미래 먹을거리 발굴에 집중하고 있기 위해 묵묵히 경영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삼성은 물론 재계에서도 이 부회장의 최종 선고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가운데, 일반 개인과 단체 등에서 이 부회장을 선처해달라는 탄원서가 잇따르고 있어서 오는 18일 예정된 선고 결과가 주목됩니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 송영승 강상욱)는 오는 18일 오후 2시 5분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선고기일을 엽니다. 앞서 검찰은 작년 12월 30일 결심공판에서 이 부회장에 징역 9년을 구형했습니다.
지난 14일 대법원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 징역 20년, 벌금 180억원을 확정하면서 이재용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최종 선고에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17년 2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에 원활한 그룹 경영권 승계를 청탁하면서 뇌물을 건넨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이후 1심(징역 5년)과 2심(징역 2년 6개월, 집행유예 4년)을 거쳤고, 지난 2019년 8월 대법원에서 서울고등법원으로 파기환송했습니다.
이 부회장 측은 파기환송심에서 양형 낮추기에 주력해왔습니다. 재판부가 양형 조건으로 요구했던 준법감시위원회를 설치해 이 부회장을 비롯해 주요 계열사, CEO 등 내부 관리·감독을 강화했습니다.
이 부회장은 최후진술에서 “삼성이 준법을 넘어 최고 수준의 투명성과 도덕성을 갖춘 회사로 만들겠다”며 “어떤일이 있어도 개인적 이익을 취하지 않고, 오로지 회사 가치를 높이고 사회에 기여하는 일만 하겠다”고 눈물로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최종 선고 일주일 전 이 부회장은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들과 만나 삼성 준법문화 정착을 위한 위원회의 지속적인 활동 보장 등 준법 경영 의지를 거듭 확인했습니다. 이 부회장은 준법위 위원들을 주기적으로 만나 현안에 대해 공유하기로 했습니다.
재판을 받는 와중에도 이 부회장은 활발한 현장경영으로 현안을 파악하고, 미래 먹을거리 발굴에 주력해 왔습니다. 최근엔 삼성리서치를 방문해 6세대 이동통신(6G)과 인공지능 연구개발 현황을 점검, 세트부문 사장단 회의를 주재했습니다.
이어 차세대 이동통신과 함께 이 부회장은 인공지능, 전장용 반도체 등 4차 산업혁명 핵심 기술을 삼성의 미래육성사업으로 선정했습니다. 이 부회장은 오는 2023년까지 180조원 투자, 4만명 채용 계획을 수행하기 위해 잰걸음을 하고 있습니다.
만약 재판부에서 실형을 선고할 경우 이재용 부회장의 ‘뉴삼성’으로 도약에 제동이 걸립니다. 지난 4년 동안 이 부회장이 광폭행보를 보이며 경영 이곳저곳을 누비고 다녔지만, 다른 글로벌 기업들에 비해 인수합병(M&A) 성과가 크게 나타나지 않았는데요. 지난 2016년 전장 기업인 하만을 인수한 이후 답보 상태입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총수의 사법리스크가 길어질수록 M&A 등 막대한 규모의 투자 계획이 뒤쳐질 수밖에 없다”며 “(이번 선고에서)총수의 사법리스크가 해소되면 반도체 슈퍼호황기와 전기차 시대에 따른 전장 사업 확대 등에 대응하기 위해선 글로벌 기업간의 M&A를 기대해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경영계에서도 이 부회장의 실형 선고로 인해 삼성그룹의 경영상 불확실성이 가중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습니다.
이 부회장의 선처를 요청하는 탄원서를 지난 13일 법원에 제출한 안건준 벤처기업협회장은 “최근 삼성의 변화를 위한 노력이 과거와 확연히 다른 점은 자발적인 움직임이라는 것”이라며 “온전한 한국형 혁신벤처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선 삼성의 오너인 이 부회장의 확고한 의지와 신속한 결단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앞서 한국경영자총협회와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지난 2019년 8월 대법원 파기환송심이 선고된 직후 “일본 수출규제 강화와 미중 무역전쟁 등 여러가지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경제계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어 “삼성그룹이 차세대 미래사업 육성을 주도하는 등 국제경쟁력 우위 확보에 선도적 역할을 수행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지난 4일에는 이재용 부회장의 선처를 요청하는 청와대 국민청원도 등장했습니다. 해당 청원은 올라온지 닷새 만에 동의자 수가 5만명을 넘어섰고, 14일 오후 4시 기준 5만 8000명에 육박합니다.
자신을 교육인이라고 밝힌 청원인은 “이 부회장은 지난 몇 년 동안 수사와 재판, 옥고까지 치렀고, 충분히 반성했고, 사과했다”며 “(뇌물혐의 관련)자발적이 아니라 권력의 요청에 응했을 뿐 수동적인 면이 강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이 부회장을 그만 놔주고 자유의 몸을 만들어 경영 일선에서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대통령께서 선처를 배풀어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자발적으로 일반 개인과 단체에 의해 작성된 탄원서 200여건이 서울고등법원에 최근 제출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흘 앞으로 다가온 이 부회장의 선고 공판. 작년초부터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에 직격탄을 맞은 한국경제에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줄 수 있는 이야기가 나올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