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칼럼

2세대 영화촬영감독, 도제 시스템을 벗어나다 (上)

Friday, May 11, 2018, 06:05:00 크게보기

[류과의 퇴근길 씨네마] ‘비트·괴물·살인의 추억 김형구 촬영감독’

[영화팟캐스터 류과] 한국영화가 할리우드 영화에 견줄 만큼 시각적 완성도가 높아진 시기가 언제부터일까.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겠지만 <비트(97)>, <유령(99)>, <장화홍련(03)> 등이 등장한 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로 넘어가던 즈음이라는 것에는 이견이 많지 않을 것이다.

 

이 때가 대략적으로 한국영화 촬영감독 1세대라고 할 수 있는 정일성, 유영길, 정광석, 이석기 촬영감독들의 시대가 저물고 완전히 새로운 2세대가 영화현장으로 쏟아져 나올 때다.

 

그런데, 2세대가 새로울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이들은 이전까지 한국영화 제작 시스템에서 자연스러운 것으로 간주되던 장인도제 시스템에서 서서히 벗어나고 있었다. 삼각대 다리 잡고, 레일 깔고, 포커스 맞추고 그렇게 10년 이상을 보내야 사수로부터 카메라 잡을 수 있는 ‘신성한 자격’을 부여받던 시스템은 점차 꼰대스러운 유물이 돼가고 있었다.

 

하지만 기득권에 의해 공고히 정착된 시스템을 바꾸는 것이 쉬울 리가 없다. 한국영화 촬영감독 2세대의 선봉장이라고 할 수 있는 김형구 촬영감독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도제 시스템을 극복한 선봉장, 김형구 촬영감독

 

김형구 촬영감독은 유영길 촬영감독의 촬영부로 80년대 후반 <칠수와 만수> 등 3편의 영화를 함께 했다. 당시 최고의 촬영감독이던 유영길 촬영감독 밑에서 일한 것은 행운이었다.

 

 

하지만 김 감독은 돌연 미국으로 날아갔다. 10년 넘게 촬영부로 일해야 한다는 부담과 1988년 서울올림픽에 장비와 인력이 총동원돼 일을 쉽게 구할 수 없던 현실 때문이었다. 대신 그는 미국을 대표하는 비영리 영화연구소 AFI에서 촬영을 공부했다.

 

다시 한국으로 왔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할리우드 유학파라는 수식어가 그의 한국영화 촬영감독으로서의 출발을 수월하게 해주지 못 했다. 한국영화 현장에서 장인도제 시스템을 거친 한국영화촬영협회 소속의 촬영감독이 아니었기 때문. 귀국 후 그가 1993년부터 찍을 수 있었던 건 <홍길동과 터미네이터>, <미스터 김치박스> 등 아동영화와 <선유락>, <우연한 여행> 등 생소한 영화들뿐이다.  

 

하지만, 이 마저도 순탄치 않았다. <우연한 여행>은 조명기사와 계약까지 다 마쳤는데 협회가 압력을 넣어 조명기사가 잠적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장인도제 시스템의 벽이 얼마나 공고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다 그의 능력을 뽐낼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바로 김성수 감독, 고(故) 이강산 조명감독과 함께 한 <비트>였다. 김형구 촬영감독은 <비트>에 프랙티컬 라이팅(인위적인 조명을 최대한 배제하고 촬영현장에 실재하는 조명을 중심으로 활용하는 조명기법)을 전면적으로 활용해서 기존에 한국영화에서는 보기 힘든 룩을 완성했다. 또한 무려 1700컷을 촬영해 이례적으로 박진감 넘치는 리듬을 만들어냈던 것.

 

그의 천재적 면모가 더욱 빛을 발하는 것은 <비트> 촬영을 마친 다음 작품이 불과 120컷으로 완성된 <아름다운 시절>이었다. 당시 한국영화에서 가장 많은 컷의 빠른 호흡 영화와 가장 적은 컷으로 만든 느린 호흡의 영화를 연이어 촬영했지만, 두 작품은 모두 최고의 작품으로 회자되고 있다.

 

이후에도 김형구 촬영감독은 다양한 장르와 다양한 제작비를 넘나들며 한국을 대표하는 여러 영화감독들과 함께 한다. 그리고 한결 같이 뛰어난 영상을 만들어냈다. <박하사탕>, <봄날은 간다>, <살인의 추억>, <괴물>, <북촌방향>, <화장> 등이 모두 그의 손에서 탄생한 작품들이다.

 

(下) 편에서 계속

 

* [퇴근길 씨네마] ‘재미 없는 영화는 있어도 재미 없는 퇴씨는 없다!’ 최감독, 류과, 강도, 씬, 로사, 왈라비 등 영화인과 씨네필 6인으로 구성된 영화 팟캐스트. 영화팬들의 애틋한 고막친구가 되기 위해 오늘도 퇴근길에 무슨 영화를 볼까 고민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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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팟캐스터 류과 기자 mirip@inth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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