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못하면 아나운서도 못 돼?

2013.12.02 16:32:40

[박은주의 마이크]

[박은주 객원 기자] 아나운서의 외국어 유창한 실력이 화제가 될 때가 있다. 케이블사 근무 시절부터 외국인 선수와의 유창한 영어 인터뷰를 자주 선보이더니 얼마 뒤 KBS 아나운서가 되고, 2011 대구국제육상선수권대회의 진행을 맡은 정지원 아나운서가 대표적인 예. 하버드 대학교를 졸업한 SBS ESPN의 신아영 아나운서는 영어는 물론 스페인어와 독일어까지 자유자재로 구사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검색어에 오르기도 했다. SBS 입사 전 토익 만점 강사로 학원가에서 이름을 날렸던 김주우 아나운서도 빼놓을 수 없다. 민병철 어학원 설립자인 민병철 교수의 며느리로도 유명한 SBS 이혜승 아나운서 역시 토익 만점자다.

 

외국어 실력이 매우 뛰어나다면 어떤 방송사 시험에서든 그 점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것이 좋다. 글로벌 시대에 외국어는 장점이면 장점이지 절대로 흠이 될 리 없기 때문이다. 특히 어학 능통자를 우대하는 인천공항 사내 아나운서나 SBS CNBC·CBS·KTV·한국경제 TV의 외신 캐스터 지원 시에는 매우 유리한 조건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특별한 경우일 뿐, 외국어 능력이 아나운서 입사의 필수 조건은 결코 아니다. KBSSBS 공채에 종종 영어 인터뷰 전형이 포함된 적은 있지만, 영어 실력 자체보다 낯선 상황에서의 순발력, 매너 등을 평가하고자 하는 목적이 더 크다고 본다. 영어 인터뷰전형에서 시종일관 환하게 웃음만 지었다는 지원자가 최종 합격한 사례가 있고, 실제 방송에 투입되어서도 아나운서가 직접 통·번역을 해야 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기 때문이다.

 

아나운서가 되려고 뒤늦게 영어나 제2외국어 공부에 열을 올리지는 말자. 외국어에 특별한 강점이 없는 대다수 준비생들은 외국어에 들일 시간과 노력을 실기 능력 개선을 위해 쓰는 편이 훨씬 현명하고 효율적이다. 적당한 공인 영어 점수 하나를 만들었다면 더 이상 미련을 두지 말고 오디오와 비디오 개선에 집중하는 편이 합격에 가까워지는 길이다.

 

그러면 어떤 시험을 어느 정도로 준비해야 할까? 아나운서 지망생 시절, 나는 한 지역 방송사 면접 자리에서 텝스 성적이 있네. 독일어 잘 해요?”라는 질문을 들은 적이 있다. 나이가 지긋하신 방송사 임원 분들이나 지역사에 근무하시는 분들은 아직까지도 간혹 텝스, IELTS, iBT TOFLE이라는 시험명 자체를 낯설어하시니 토익을 준비하는 것이 가장 무난하다. 다른 시험들은 응시 비용이 높기도 하고, 토익 점수로의 환산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는 단점까지 있다.

 

끝으로 아나운서 지망생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적당한점수대는? 아나운서 아카데미에서 많은 사례를 지켜본 결과 800점대 후반 정도면 입사에 별 지장이 없었던 것 같다. 특히 아카데미에 본사 아나운서 추천을 의뢰하는 방송사들 중에는 희망 요건으로 외국어 성적은 아예 언급조차 하지 않는 곳이 많았다.

 

영어방송국을 제외하고는 가장 높은 점수대를 요구하는 곳이 800점 후반 정도다. 게다가 토익 점수 없이도 1차 서류전형을 무난히 통과하는 사람들이 꽤 있고, 토익 700점대로 MBC 본사, 600점대로 지역 MBC에 입사한 학생도 있었다. 그래서 웬만한 점수를 갖췄는데도 아쉬움을 느끼며 계속 토익에 매달리는 학생들에게 나는 이렇게 말한다. “실기 능력이 없으면 토익 만점을 열 번 받아도 아나운서는 못 됩니다. 뉴스 연습부터 하세요!”

 



박은주 기자 mirip@inth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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