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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올라간 보험인?..‘두 번씩이나’

Monday, June 19, 2017, 01:06:32 크게보기

현대해상 원유진 3년차 하이플래너..문화창작단체 ‘플라잉트리’서 공연기획 담당
어려울 때 시작한 보험설계사 일에서 매력 느껴..“힘들지만 오랫동안 병행할 것”

[인더뉴스 정재혁 기자] “(문화계)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중복으로 올라가 있더라고요? 그런데 이것 때문에 피해를 본 건 하나도 없어서 말하기가 조금 부끄럽네요. 하하.”

지난해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 사건. 이 명단에 자기 이름 석 자를 당당히(?), 그것도 두 번이나 올린 보험인이 있다. 바로 현대해상에서 보험설계사로 3년째 활동 중인 원유진(35) 하이플래너다.

지난 주 화창한 날의 오후. 동교동 모 카페에서 만난 원유진 플래너는 기자에게 명함을 건네면서 “자기는 평소 세 종류의 명함을 들고 다닌다”고 말했다. 그가 먼저 건넨 건 보험 설계사 명함이었다. 그리곤, 공연기획자 명함과 프랑스아트 컴퍼니 명함도 차례로 보여줬다.   

“저는 현대해상 하이플래너로 활동하면서 동시에 ‘플라잉트리’라고 하는 문화창작단체에서 공연기획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르 프렌치코드’라는 프랑스아트허브 컴퍼니에서는 기획팀에서 디자인 쪽 일을 하고 있어요.”

‘1인 1역’ 하기도 버거운 한 세상에 ‘1인 3역’을 맡고 있는 그녀. 어떻게 3가지 일을 동시에 하게 됐는지가 궁금해졌다. 그의 이야기를 찬찬히 듣다보니, 자연스럽게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올라가게 된 이유도 알 수 있었다.

 

“정확하게는 1인 2역이 맞는 것 같아요. 공연기획자와 보험설계사 두 가지말이에요. 공연 쪽은 오래 전부터 해왔던 일이고, 보험 영업은 생계를 위해 비교적 최근에 시작한 일이죠. 그런데 3년째 두 가지 일을 병행하다보니, 둘을 굳이 구별할 이유가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원 플래너가 보험설계사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다름 아닌 ‘돈’ 때문이었다. 문화예술계 활동가들이 생계유지가 곤란하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 그녀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특히, 2015년 들어서는 극장 공연을 준비하면서 수입이 아예 없었다.

“2015년 상반기는 정말이지 생지옥 같았어요. 돈이 없어서 ‘플라잉트리’ 활동이 잠정 중단됐고, 수입도 일정치 않아 급전이 필요할 땐 부모님께 손을 벌려야 했거든요. ‘멘탈’이 좋다고 자부하고 있었는데, 이 당시에는 자존감이 정말 밑바닥까지 떨어졌습니다.”

블랙리스트에는 지난 2015년에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규탄서에 서명했다가 이름이 오르게 됐다. “한 번은 인터넷으로, 다른 한 번은 종이에다가 했는데, ‘원유진 기획’과 ‘원유진 공연기획’으로 중복 등재됐죠. 그런데 문화예술인들이 직접적으로 피해를 봤다던 시기에 저는 활동이 전혀 없었거든요? 그래서 피해가 없었으니... 참 ‘웃픈’ 일이네요.”

원 플래너는 2015년 7월, 친한 친구의 추천으로 현대해상 소속 설계사 일을 시작하게 됐다. 힘들었던 시기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시작했던 설계사 일이었는데, 그녀는 점점 매력을 느끼기 시작했다고 했다.

“먼저, 시간을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너무 좋았어요. 공연기획 일을 포기하지 않은 저로서는 오후 시간을 재량껏 쓸 수 있다는 것이 큰 매력이었죠. 그리고 더 중요한 것 하나는 다양한 사람들의 사는 이야기를 가감 없이 들을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연극은 결국 사람들의 삶을 무대에 올리는 것이기 때문에, 연극인이기도 한 원유진 플래너에게 있어 설계사 일은 돈 버는 일이면서 동시에 생생한 공부였던 셈이다. 그녀는 또한 현실의 고단함을 견디기 위해서라도 설계사 일에서 의미를 찾으려 노력한다고 했다.

“계약 실적이 없는 날이면 청약서에 사인하는 꿈을 꿀 정도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거든요. 그런데도 2년 넘게 버틸 수 있었던 원동력은 이 일을 통해서 좋은 의미를 찾으려 했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게 바로 연극인으로서의 공부였던 셈이죠.”

원 플래너는 작년 11월부터 ‘플라잉트리’ 활동을 다시 시작했다. 설계사 일을 통해 금전적인 여유가 약간이나마 생기면서 가능했던 일이라고. 현재는 매주 월요일마다 참가자들과 함께 희곡을 읽고, 두 달에 한 번씩 읽은 희곡을 가지고서 ‘희곡이 들린다’라는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너무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녀는 “힘들어서 죽을 것 같다”면서도 “혹시 과로사 담보 가입할 수 있는지 알아봤는데 포기했다”며 겸연쩍게 웃었다. 그녀에게 마지막 질문으로 보험설계사 일을 언제까지 할 건지 물었다.

“오래하고 싶어요. 원래 명함에 ‘내일은 보험왕’이라고 써 놨다가 ‘당신 곁에 원플래너’로 바꾼 이유이기도 하고요. 아, 구체적으로요? 제 첫 고객인 친구가 암보험을 30년납으로 가입했는데, 적어도 이 계약이 끝날 때까지는 해보려고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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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혁 기자 jjh27@inth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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