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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원의 나·혼·다] ‘고깃집에서 혼자 먹기’ 해 본 사람 여기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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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dnesday, February 21, 2018, 10:02:39

(나 혼자 먹는다) 혼밥 극강 레벨에 도전한 이야기

[조성원 칼럼니스트] 뭔가 새로운 도전을 해 만한 게 뭐가 있을까 생각하던 차에 문득, 인터넷상에 떠도는 소위 ‘혼밥 레벨’이란 걸 본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편의점에서 혼자 먹기’를 시작으로 차차 어려워지면서 ‘술집에서 혼자 마시기’가 최고 단계로 꼽혀 있었죠. 그 중 ‘술집’의 전 단계가 바로 ‘고깃집에서 혼자 먹기’였습니다.

 

글쎄, 제 생각엔 술집이라 불리는 곳들은 그 범위가 상당히 넓기에 굳이 따지자면 고깃집 쪽이 더 어렵지 않나 싶은데요. 거대한 테이블을 혼자 차지하고는 불판에 올린 고기를 굽다가 먹다가 하는 모양새는, 뭐든지 혼자 하는데 익숙한 제가 생각해도 믿지 않는 신과 도리 없는 허기가 원망스러울 시련입니다.

 

혹시나 해서 찾아보니 혼자서도 고기를 구워 먹을 수 있게 세팅된 가게들이 몇 군데 생겼더군요. 해서 대망의 2017년 첫 번째 달성 과제를 바로 ‘고깃집에서 혼자 먹기’로 정했습니다. 목적지는 홍대입구역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한 연남동의 한 소고기 화로구이집입니다.

 

퇴근 후 곧장 달려가 6시 50분 정도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인기척은 있는데 당기고 밀어도 문이 안 열려 낑낑대자니 친절한 직원이 매장 안쪽에서 미닫이임을 몸소 보여주며 입성을 허락하는군요. 멋쩍음을 눈부신 미소로 승화시킨 후 가게를 둘러봤습니다.

 

테이블석은 다를 바 없어 보이는데, 주방과 맞닿은 바테이블이 눈에 띕니다. 둘이 같이 앉기에도 넉넉해 보이는 공간마다 칸막이가 쳐져 있습니다. 흡사 대학생 시절 공부란 걸 해보겠다며 되도 않은 만용을 부린 탓에 몇 번 찾아간 바 있는 독서실을 연상케 하는군요.

 

홍대 스타일에 맞지 않게 일찍 찾아간 건지 제가 첫 손님이었습니다. 편하신 곳에 앉으라는 직원의 얘기에 딱 봐도 ‘혼자 왔으면 조용히 여기 앉으세요’라고 써 놓은(아닙니다) 곳이니 바테이블로 향했죠. 과연 주린 배를 채운 후 나설 때까지 저 외에 혼자 오는 손님이 있을지 궁금하더군요.

 

메뉴판을 봅니다. 소고기집이라 그런지 역시나 말단 직장인 혼자서 감당하려니 “만나기로 한 친구가 상한 우유를 마시고 다리가 부러져 병원에...”하며 나갈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하게 만드는 가격이 펼쳐집니다. 그래도 새해 첫 과제이자 먹부림인데 여기서 포기할 순 없죠.

 

어디나 마찬가지겠지만 단일 품목보단 세트가 가성비가 좋죠. 한우 4종 모듬 세트가 있기에 혼자서 해치울 수 있는 양인지 물어보니 그렇다면서 여성 손님들이 찾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고기 먹는데 술이 빠질 순 없으니, 맥주 세트와 사케 세트 중 그나마 배가 덜 부를 것 같은 후자를 주문합니다.

 

5분쯤 지나 숯이 들어간 화로와 고기, 그리고 사케가 도착합니다. 순간 ‘혼자 이게 무슨 호사야’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서로 다르게 생긴 고기들과 함께 버섯과 야채, 떡이 준비돼 있습니다. 조청(꿀?)도 같이 나온 걸 보니 떡을 구운 후 찍어 먹으라는 뜻이겠죠. 이밖에 샐러드와 천일염 등등이 함께 합니다.

 

고기는 냉동입니다. 메뉴상의 조합이 꽃등심, 채끝등심, 치마살, 부채살이었는데, 어디 보자 이게 꽃등심이고 이게 부채... 저기요. ‘소알못’이라 그런지 생김생김이 다른 건 알겠는데 당최 어떤 부위인지 몰라 직원에게 물어보니 꽃등심, 부채살, 업진살이랍니다.

 

응? “메뉴에 적힌 것과는 다르지 않으냐” 하니 “좋은 고기를 드리려고 했다” 답이 돌아오더군요. 미심쩍다 싶었지만 첫 손님이고 하니 그런가보다 하며 좋게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꽃등심으로 시작해 업진살로 마무리하라는 권유에 꽃등심 먼저 화로 위로 안착시킵니다.

 

익는 동안 사케를 봅니다. 300ml에 도수는 14%로, ‘생주 특유의 경쾌하고 산뜻한 감칠맛을 느낄 수 있는 냉사케’라는 군요. 입맛을 돋울 겸 함께 나온 샐러드와 함께 한 잔 마셔보니 은근히 감도는 쌀향과 단맛이 반주하기에 썩 괜찮습니다.

 

드디어 오늘의 주인공, 직장 들어가 돈 벌어봤자 이것 ‘사묵는’ 게 다인 소고기를 맛 볼 차례가 왔습니다. 잘 익은(것처럼 보이는) 꽃등심 한 점을 입에 넣고 천천히 저작운동 해봅니다. 언제 혀 표면에 착지한 적 있었냐는 듯 녹아버리...진 않습니다. 실망한 것까진 아니지만 좀 아쉽긴 하군요.

 

꽃등심을 다 섭취하고 부채살로 넘어가려는 차에 바로 뒷자리 테이블 좌석으로 커플 손님이 자리합니다. 프로 ‘혼자러’인 저도 ‘나 홀로 고깃집에’는 첫 경험이기에, 혹시나 이상하게 바라볼까 싶어 ‘최대한 의식하지 않고 자연스럽게’를 속으로 되뇌었습니다. 다행히 잘 굽히고 있는 고기 향과 몇 순배 돈 사케의 위력이 금방 저들의 존재를 잊게 해주는군요.

 

부채살을 맛볼까요. 꽃등심에 비해 쫄깃함이 강합니다. 근데 이 쫄깃함이 뭐랄까, 좀 경박한 느낌이라 소고기처럼 느껴지지 않습니다. 너무 바싹 구웠나 싶어 좀 덜 익혀봤는데도 마찬가집니다. 소알못의 입맛 탓인지, 고기의 질 때문인지는 앞으로 살면서 좀 더 많은 소고기를 먹고 탐구해봐야 알 수 있겠지요.

 

이 정도 먹고 보니 제법 배가 찹니다. 시간도 꽤 흘렀고, 어느덧 옆자리에도 커플로 보이는 손님이 들어와 있고, 테이블석도 다 차있군요. 어느 순간부터 저만의 시간에 집중하느라 사위가 북적대는 것도 몰랐습니다.

 

마지막으로 업진살입니다. 정말이지 처음 맛보는 부위인데, 육질이 굉장히 실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씹으면 치아 끝 잇몸까지 꽉 차오는 듯 한 식감이 좋군요. 세 부위 중 가장 맛있었습니다. 사케도 그 양이 여기까지 끝내기에 딱 적당한 것 같습니다.

 

화로의 숯들도 거의 꺼져 가고, 얼추 테이블 위를 비워내고 보니 1시간 30분가량 지났습니다. 슬 자리를 털고 일어납니다. 맛에 대한 굉장한 만족감은 느끼지 못했지만 혼자서 반주와 함께 이런저런 생각도 하며 굽고 맛보니 딱히 혼자라 어색하단 느낌도 없고, 꽤나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난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온 것일 뿐”이란 생각이 아니라면 어쩐지 책 한 권 가져와 읽으면서 즐기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소고기를 앞에 두고 예의가 아니라고 하실 수도 있겠습니다만, 요즘 ‘책맥(책보며 맥주 한 잔)’도 한다는데 하물며 독서실같은 인테리어에서야 뭐 어떻습니까.

 

참, 제가 나올 때까지 결국 혼자 온 손님은 저 뿐이었습니다. 아직도 많은 혼밥·혼술족들이 용기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1인 손님을 위한 좌석을 부러 마련해 놓은 곳이잖아요. 올해는 한 번 ‘혼고’에 도전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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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원 칼럼니스트 기자 mirip@inthenews.co.kr


한은, 기준금리 10연속 동결…이창용 총재 “하반기 금리인하 어려울 수도”

한은, 기준금리 10연속 동결…이창용 총재 “하반기 금리인하 어려울 수도”

2024.04.12 12:54:13

인더뉴스 문승현 기자ㅣ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12일 올해 세번째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현 기준금리(연 3.50%)를 유지해 통화정책을 운용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결정으로 연 3.50% 기준금리는 지난해 2월부터 조정없이 10연속 동결됐습니다. 이날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서 "물가상승률이 둔화추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지만 아직 높은 수준이고 주요국 통화정책과 환율변동성, 지정학적 리스크 전개양상과 관련한 불확실성도 여전히 크다"며 "현재의 긴축기조를 유지하고 대내외 정책여건을 점검해 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기준금리 동결 배경을 밝혔습니다. 통화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지표로 여겨지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지난 2월과 3월 두달 연속 3.1%를 기록했습니다. 올 1월 2.8%로 떨어지며 2%대 진입했다가 농산물가격 및 국제유가 상승 등으로 다시 반등한 것입니다. 금통위는 "소비자물가상승률도 점차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지정학적 리스크 전개양상이나 국제유가 움직임, 농산물가격 추이 등 관련 전망의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 "물가가 목표수준(2%)으로 수렴할 것으로 확신하기는 아직 이른 만큼 이러한 확신이 들 때까지 통화긴축 기조를 충분히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금통위는 국내경제에 대해선 "소비회복세가 완만한 가운데 IT경기 호조 등에 힘입어 수출증가세가 예상보다 확대돼 올해 성장률이 2월 전망치(2.1%)에 부합하거나 상회할 가능성이 있다"며 "향후 성장경로는 주요국 통화정책, IT경기 개선 속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구조조정 등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지난해 1월말부터 기준금리가 연 3.50%를 유지하면서 시장의 관심은 여전히 한은의 통화정책 기조전환 시기로 모아지고 있습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유가가 다시 안정돼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연말까지 2.3% 정도까지 갈 것 같으면 하반기에는 금리인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2.3%로 가는 경로보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이 높아지면 하반기 금리인하가 어려울 수도 있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습니다. 이창용 총재는 최근 농산물 물가상승에 대해선 "통화·재정정책으로 해결할 문제는 아니다"며 "지금과 같은 정책을 계속할지 아니면 농산물 수입을 통해 근본적으로 이런 문제를 해결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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