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권지영 기자ㅣ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21일 정기이사회를 열고, 법정 구속 중인 신 회장의 롯데홀딩스 공동대표직에서 해임하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신 회장은 다만, '부회장직'을 유지한다.
롯데 관계자는 “(뇌물공여 혐의로 법정구속된)이번 사태를 무겁게 받아들여 롯데홀딩스 대표권을 반납하겠다는 신 회장의 의지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며 “다만, 이번 사태가 일본법 상 이사회 자격에 곧바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일본의 경우 기업 CEO 혹은 임원이 기소되면 유죄판결이 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대표이사가 기소될 경우 해임하는 것이 관행이다. 신 회장이 해임되면서 일본 롯데홀딩스는 쓰쿠다 다카유키 사장 단독대표 체제로 운영된다. 신동빈 롯데홀딩스 대표이사 부회장은 롯데홀딩스 이사 부회장으로 변경됐다.
신 회장의 사임으로 국내 롯데그룹 계열사에 후폭풍이 예상된다. 그동안 신 회장은 일본과 한국 사이에서 '원롯데'를 이끄는 수장 역할을 해왔다. 일본 롯데홀딩스가 호텔롯데를 매개로 국내 모든 롯데그룹 계열사를 지배하는 형태의 지배구조가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다.
롯데홀딩스가 롯데그룹의 국내 지주회사격인 호텔롯데의 지분 19.07%를 보유하고 있고, 나머지 일본 내 롯데계열사들의 지분을 모두 합치면 호텔롯데의 지분은 99.28%나 된다. 향후 사업을 추진하거나 투자를 결정할 경우 국내 롯데보다는 일본 롯데 입장이 많이 반영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신동빈 회장이 그동안 일본 이사진을 직접 설득해 사업을 추진하는데 수월했던 상황이었다. 롯데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롯데측은 "(신 회장 사임으로)지난 50년 간 지속되며 긍정적인 시너지를 창출해온 한일 양국 롯데의 협력관계는 불가피하게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롯데는 이번 사태가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의 경영권 분쟁과는 거리가 있다고 선을 그었다. 신동빈 회장이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에서 해임됐지만, 이사진은 여전히 신 회장에 대한 신임이 두터워 신동주 전 부회장과의 경영권 쟁탈로 이어지진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롯데는 현재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상태다. 롯데는 "황각규 부회장을 중심으로 일본 롯데 경영진과의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