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뉴스 A/S] 車보험사가 과실비율로 ‘할증 장사’를 한다고?

한 매체 “보험사가 과실비율 나눠 보험료 할증 유도” 지적..업계 “그럴만한 유인동기 없어”

[인더뉴스 정재혁 기자] “100대 0 사고 보다 90대 10, 혹은 80대 20인 사고가 보험사 수익에 유리하다고요? 그건 모르는 일입니다.”

 

최근 한 매체는 “‘100대 0 과실 없다’는 보험사..보험료 할증 장사”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사고 차량들이 같은 보험사일 때, 과실비율이 100대 0인 사고는 한 차량만 (보험료가) 할증되기 때문에 보험사 수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보도했다. 보험사들이 의도적으로 100대 0 사고를 회피한다는 게 보도의 요지다.

 

현행 자동차보험료 할증 체계에서는 사고의 피해자라 하더라도, 과실이 있으면 갱신보험료가 할증된다. 따라서 해당 매체의 보도 내용처럼 사고 차량들이 같은 보험사인 경우, 두 차량에 모두 과실이 인정되면 보험 갱신 때 보험료가 늘기 때문에 보험사에 이익이 된다고 해석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이러한 해석에 대해 보험사에서 사고 보상 관련 실무 경험이 있는 전현직 관계자들은 “다소 아쉽다”고 지적했다. 결과만 놓고 보면 보험사가 이익인데, 과연 보험사가 이러한 이익을 위해 의도적으로 과실비율을 조정한다고 단정지을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우선, 업계에 따르면 자동차사고 중 피해자와 가해자 간 과실비율이 나뉘어지는 사고는 30% 미만이다. 70% 이상의 사고는 모두 100대 0 사고라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후미 추돌’ 사고를 비롯해 ‘12대 중과실 사고’도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곤 100대 0 과실비율이 나온다. 

 

과실비율이 나뉘는 30%가량의 사고 중 사고차량이 같은 보험사일 확률도 그리 높지 않다. 현재 자동차보험을 판매하는 보험사는 총 11곳. 시장점유율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4곳(삼성·현대·DB·KB)을 감안해도 우연히 사고가 난 두 차량이 같은 보험사일 확률은 크지 않다.

 

보험업계가 일종의 ‘담합’을 통해 과실비율을 의도적으로 나누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지만, 이는 보험업계의 현실과 동 떨어진 주장이라는 게 업계의 반응이다. 과실비율이 나뉘어진 사고를 처리하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이 결코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보상업무 경력이 있는 업계 관계자는 “보통 100대 0 사고의 처리는 인건비가 낮은 전담 조직에게 넘기고, 과실비율이 나눠진 사고는 인건비가 높은 대신에 복잡한 처리를 할 수 있는 보상 인력이 맡는다”며 “인건비 절감 측면에서 봤을 때, 보험사가 100대 0이 아닌 90대 10인 사고를 선호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또한, 중요한 점은 보험료 할증으로 인한 보험사의 이익이 해당 가입자가 보험사를 바꾸지 않았을 때만 유효하다는 점이다. 업계는 사고가 발생해 갱신보험료 할증이 예상되는 가입자의 20~30%가 보험사를 갈아타는 경향이 있다고 전한다. 보험사가 굳이 10% 과실을 매겨 소중한 고객을 떠나보내는 우를 범하지는 않는다는 지적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실제 보상 현장에서 일부 억울한 사례가 종종 발생하는 이유는 과실비율 산정기준이 여전히 체계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해당 매체의 보도에서 “현행 과실기준표와 과거 판례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 점은 유효하다. 

 

다만, 이 문제는 보험업계가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정부가 직접 나서서 과실비율 제도를 개선해 주면, 보험사 입장에서 따르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현재 보험사들은 법원이 발간하는 ‘과실상계재판실무편람’과 보험개발원이 만든 과실기준표 등을 업계 공통으로 사용 중이다. 

 

모 손보사 보상 실무자는 “차라리 캐나다처럼 사고 유형별로 과실비율을 100대 0, 50대 50, 25대 75 등으로 단순화하는 게 보험사나 일하는 실무자 입장에선 나을 것 같기도 하다”며 “하지만, 우리나라 현실에 맞을지 여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이어 “아니면, 경찰과 같이 공신력있는 기관이 보험사 대신 과실비율을 정해주도록 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만하다”면서 “이럴 경우, 과실비율 관련 보험사 민원이나 금융감독원 민원이 획기적으로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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