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문혜원 기자]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은행 정기예금 규모가 크게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예금 금리가 최저 수준이지만, 불확실한 미래 경기 때문에 안전자산인 정기예금에 돈이 몰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17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데이터를 살펴보면, 예금은행 정기예금 잔액이 5월 말 현재 656조513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말(617조4699억원)보다 6.3%(39조433억원), 1~5월 누적으로는 2010년(69조174억원)보다 850% 이상 상승한 것이다.
한은은 은행 정기예금이 빠르게 늘어난 이유로 지난 1월말 금융당국이 예대율 규제에 나서면서 은행들이 은행채 대신 정기예금을 통해 자금을 조달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여기에 지난해 7월부터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규제가 강화된 점도 다른 요인으로 꼽힌다.
LCR는 금융기관에 유동성 위기가 발생하더라도 향후 30일 동안 감내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금융당국은 은행 건전성 관리 강화를 위해 LCR 비율을 강화해오고 있다.
이상경 한국은행 경제금융통계팀 조사관은 “은행들이 LCR 강화에 대비하기 위해 예금 등을 조달해 채권 등 금방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을 확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미래 자산가들이 불확실한 경기 탓에 안전자산 선호 현상으로 정기예금에 몰린 이유도 있다고 분석했다.
김우진 한국금융연구원 박사는 “금리가 오를 것으로 전망한 기업들이 회사채를 발행해 미리 자금을 조달했으나, 미래가 불투명해지면서 은행 정기예금에 돈을 맡기고 있다”며 “주식, 펀드에 투자하던 자산가들도 은행에 돈을 맡기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은에 따르면 회사채는 2016년 6조7000억원 순상환, 2017년 3조5000억원 순상환됐는데 올 상반기에 4조6000억원 순발행으로 전환됐다. 기업들이 회사채로 자금을 조달했지만, 투자에 나서지 않아 유동자금이 정기예금으로 몰렸다는 분석이다.
한편, 지난 1월말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축소를 유도하기 위해 올 하반기부터 예대율 산정 방식을 바꾸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예대율은 원화예수금 대비 원화대출금의 비율로 은행들은 이 비율을 100% 이내로 유지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올 하반기부터는 예대율 산정시 가계대출에 대해서는 가중치를 15% 상향하고 기업대출에 대해선 15% 하향해 차등을 두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