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계 입문을 위한 지상 특강. 국내 유일, 국내 최다 12만명의 회원수를 자랑하는 <언론고시카페-아랑>의 운영진의 협조를 받아 <인더뉴스>의 청춘 독자들께 촌철살인 언론사 취업팁을 전합니다. [편집자주]
[아랑카페 운영자] 세월호 참사를 겪으면서, ‘기레기’라는 말이 널리 퍼졌다. 이는 직업병에 매몰돼 취재원에 대한 배려나 보호를 하지 않고 선정적인 보도를 일삼는 기자들을 비하하는 말이다. ‘기자+쓰레기’가 어원이라고 하니 말 다했다. 현직 언론인으로, 또 언론인 지망생 카페의 운영자로 너무나도 가슴 아픈 일이기도 하다.
단원고의 한 고교생은 이번 일을 겪으면서 기자가 되겠다는 꿈을 버렸다. “인간이 지녀야 할 기본적 양심과 신념을 뒤로 한 채 죽을 만큼 힘든 유가족들과 실종자 가족들, 애타게 기다리는 전국민을 대상으로 큰 실망과 분노를 안겨줬기 때문”이라고 했다.
나 역시 사회부에서 활동하던 시기 많은 참사를 겪으면서 사람들의 아픔을 취재해 왔다. 하지만 취재가 그리 달갑지 않은 사람들의 멘트를 따고, 사연을 취재해야 했다. ‘알 권리’라는 이름으로 말이다. 어찌 보면 호랑이 같은 선배가 취재를 해오라고 하니 열심히 취재를 했던 탓도 있을 거다. 씁쓸한 현실이다. 우리 언론도 이제 무리한 취재를 ‘무용담’으로 여기는 시대를 끝내야 할 때가 왔다.
언론인이 되려는 수험생들에게 이번 세월호 참사는 한국 재난보도의 현재와 미래, 문제점과 대안 등에 대하여 생각해 볼 기회다. 현직 기자들은 당장 바뀌지 않을 것이다. 자성의 목소리와 반성의 움직임이야 있겠지만, 당장 다른 재난이 발생한다면 상황은 그리 다르지 않을 거다. 게다가 속보 매체들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임을 감안한다면 더욱 그렇다.
수험생들의 마지막 관문인 최종 면접에서는 재난보도에 대한 소신 또는 의견을 물어볼 가능성이 높다. 최대한 냉정하게, 비판할 것은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좋다. 여기서 빼먹지 말아야 할 것은 해당 회사에서 잘 한 것이 있으면 과감히 잘했다고 칭찬을 해주는 일이다. 그렇지 않고 “한국 언론은 무조건 쓰레기”라거나 미국 언론의 사례만 우수하다고 칭찬하는 것은 그리 좋은 방법은 아니다. “그러면 CNN으로 가게”라고 면접관이 변죽을 듣기 십상이다.
‘왜 기자를 하려고 하느냐’ ‘왜 PD를 하려고 하느냐’ 같은 질문이 나올 가능성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기자가 이렇게 지탄을 받는 직업인데 굳이 왜 하려고 하느냐는 질문이 나온다면 어떻게 답할 것인가. “마땅히 할 게 없어서요”라고 할 것인가? 아니면 “알 권리는 중요합니다”라고 앵무새처럼 말할 것인가.
아나운서직의 경우 “재난이 발생한 지역 주민을 위한 프로그램을 기획하려고 하는데 본인의 생각을 말해보라”든가 “슬픈 일이 발생하면 앵커멘트를 어떻게 할 수 있을까” 같은 질문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실제로 앵커의 한 마디에 방송국이 ‘설화 사건’을 겪는 것은 다반사다. 언론사들은 앵커의 소양에서 리스크라는 분야의 검증을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 네가 아는 것이 정말 ‘기자 생활’일까
기자라는 직업을 피상적으로 생각했던 학생들은 기자들이 하는 업무의 영역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몇몇 현직 기자들은 고고한 영역에서의 취재만 꿈꿨다. 이 때문에 자신이 생각하던 영역과 다소 거리가 있는 부서에 배정되면 힘들어 하거나, 인사담당자에게 호소를 하기도 했다.
기자 인생의 전부를 자신이 원하는 부서에서 할 수는 없다. 3분의 1정도는 자신이 원하지 않는 부서에서 일할 수도 있다. 60세 정년 시대를 가정하면, 30세부터 한다고 해도 10년 정도는 자신이 원하지 않는 분야에서 취재를 해야 한다. 당신이 원하는 기자 생활은 어떤 것인가. 원하지 않는 기자 생활을 할 자신이 있을까?
다른 직종 역시 마찬가지다. 실제로 작은 방송국이나 신생 매체의 아나운서들은 업무에 대한 회의 또는 스트레스를 많이 느낀다. <아랑 카페>에 많은 사례가 들어온다. 아나운서로 입사했는데 작가부터 기자까지 모든 일을 해야 하거나, 아나운서인데 방송보다는 사내 행사에만 집중 투입되는 경우가 그렇다. 신입으로 들어갔는데 업무에 대한 지식이나 경험을 쌓을 기회는 없이 행사만 하는 경우도 있다.
PD는 아예 대형 방송국에서 일하지 않는 이상 처우의 문제와 일하면서 생기는 갈등이 꽤 있다. 이에 대해 평소 현직 선배들이나 선생들과 어느 정도 상담을 하면서 준비를 해야 낭패를 보지 않는다.
기자나 PD, 아나운서라는 직업. 겉은 ‘번드르르’해 보여도 실상을 들여다보면 녹록지 않다. 이 분야 직업이 어떤지 먼저 ‘빡쎄게 취재’를 해 보시라. 그러고도 꼭 해야겠다 싶으면 어쩔 수(?) 없다. 현장에서 보게 되면 반갑게 인사를 해 드리겠다.
“지옥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