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김현우 기자ㅣ 우리나라의 제조물책임법상 제조물 사고 피해자는 원칙적으로 생산자에게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따라서 현행법상 피해자는 배상능력이 없는 생산자에게 어떠한 손해도 보전받지 못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반면 미국과 중국, 그리고 일본의 경우 생산자뿐만 아니라 판매자에게도 손해배상책임을 묻는 것을 허용하거나 공적보험제도 등을 통해 소비자에게 발생한 손해를 보상하는 방식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우리나라도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25일 보험연구원에서 발표한 ‘주요국 제조물 사고 손해배상 체계’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제조물 사고에 따른 소비자보호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법상 제조물 사고가 발생했을 때 피해자는 일차적으로 생산자에게만 책임을 물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예외도 존재한다. 예를 들어, 피해자가 생산자를 알 수 없을 경우에는 판매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도 있다. 하지만, 판매자는 피해자에게 제품의 생산자를 알려 손해배상책임을 간단히 면제받을 수 있다.
또, 생산자가 생산물배상책임보험(이하 PL보험)에 가입했다면 보험사를 통해 피해자는 손해를 보전받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유통계약 과정에서 판매자가 생산자에게 PL보험 가입을 요구하는 경우는 드물다.
결국 우리나라에서 제조물 사고가 발생했을 때, 피해자는 생산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따라서 생산자가 배상능력이 부족하면 피해자들은 배상을 받기 어려워진다.
일례로, 지난 2016년 법원이 가습기 살균제 생산자인 세퓨에게 5억 4000만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기업이 PL보험에 가입해 있지 않고 파산해 피해자들은 배상을 받을 수 없었다.
반면, 미국의 39개 주는 제조물 사고 피해자가 판매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하는 제조물 사고 손해배상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의 판매자들은 생산자에게 PL보험을 요구하는 등 제조물 사고 리스크를 철저히 관리하는 경향이 있다.
중국도 제조물 사고 피해자가 생산자 또는 판매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일본은 공적 안정 인증 제도나 인증제도와 함께 운영되고 있는 보험을 통해서 제조물 사고 피해를 구제하는 제도를 갖췄다.
이와 관련, 최창희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제조물 사고의 손해배상책임이 전적으로 생산자에게만 있다”며 “국회와 정부는 해외 사례를 고려해 현행 제조물 사고 손해배상 제도의 개선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