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김현우 기자ㅣ 국민 대다수가 가입한 실손의료보험의 청구 절차가 10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소비자의 편익 증대를 위해 빠른 시일 내에 청구 절차 간소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고용진 의원(서울 노원갑)은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의료소비자 편익증진을 위한 실손의료보험 청구간소화’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발제를 맡은 나종연 서울대학교 교수는 ‘소비자 관점에서 본 실손의료보험 청구간소화’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발표자료에 따르면, 2003년 공보험의 보충형으로 도입된 실손보험은 현재 국민 대다수가 가입한 대표보험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청구절차가 비효율적이고 불편해 2009년 국민권익위원회를 통해 제도개선 권고를 받은 바 있다.
그러나 권고 이후, 10여년이 지난 지금도 청구절차의 간소화 작업은 제자리 걸음이라는 게 나 교수의 설명이다.
나 교수는 지난 4월~5월 동안 ‘(사)소비자와 함께’에서 진행한 소비자 조사를 소개했다. 이 조사는 실손보험 가입 경험이 있고, 최근 1년 이내에 통원 또는 입원한 경험이 있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통원의 경우 금액이 너무 소액이어서 청구를 포기하는 경우가 가장 많았다. 입원의 경우에는 시간부담·번거로움·서류 발급 비용 부담 때문에 청구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결과에 대해 나 교수는 “청구과정 간소화의 필요성을 시사한다”면서 “최근 빠르게 발달하는 인슈어테크가 그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자료에 따르면, 현재 삼성화재 등 10곳에서는 병원 내 무인단말기를 통해 청구과정을 간소화했다.
KB손해보험과 교보생명도 앱(App)을 통해 간소화된 청구 과정을 도입했다. 이에 대해 나 교수는 “기술은 이미 청구과정의 간소화를 실현할 수 있게 발달했고, 상용화된 사례도 있다”면서도 “기술 발달뿐만 아니라 법제 개선을 위한 노력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사)소비자와 함께’에서 진행한 소비자 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비자 입장에서 가장 걱정이 되는 부분은 프라이버시 침해·개인정보 보호·정보자기결정권·지급시간 증가 등으로 나타났다. 이를 바탕으로 나 교수는 크게 3가지 해결과제를 제시했다.
우선, 보험금 청구 주체의 문제다. 나 교수는 “의료계와 소비자들은 전산화로 인해 소비자가 원하지 않는 정보가 보험사에 전달돼 오용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나타낸다”며 “시장의 신뢰를 구축할 수 있는 방안이 함께 고민돼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으로 전산화 수용의 문제가 해결과제로 지목됐다. 노인소비자 또는 기타 취약계층 소비자의 경우 전산화를 수용하는데 있어서 어려움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소비자들을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나 교수는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현재 실손의료보험 청구의 65% 이상이 일반 의원 또는 보건소에서 이뤄진다는 점도 문제로 제기됐다. 나 교수는 “대형병원을 거점으로 하는 현재의 전산화 방식을 의료환경의 현실에 반영할 수 있도록 개선하는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 과정에서 보험 청구를 위한 중간기관의 역할을 누가 수행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도 같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