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설턴트 신(新)] “재정(재무)설계를 해주신다고 해서 소개를 받았습니다. 현재 약간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데요. 어디 투자처가 마땅하지 않아서 은행 예금에 묶어 놓고 있는 상황입니다.”
“네, 고객님. 그럼 정확한 설계를 위해서는 고객님의 정확한 재무상황을 공개해 주셔야 하는데요. 원하시면 회사 시스템을 활용해 재무 설계를 해 볼 수도 있습니다.”
“네. 그럼 한 번 해보죠.”
“그럼 고객님의 동의를 받는 차원에서 고객인증이 필요한데요. 휴대전화로 발송 된 인증번호를 저에게 알려주시면 인증이 끝납니다.”
“보험회사세요?”
“네…. 처음 인사드릴 때 명함도 드렸었는데요.”
“저는 보험 많이 들고 있구요. 얼마 전에도 우체국에 일 보러 갔다가 암 보험도 하나 또 들었습니다. 오늘 말씀은 없었던 것으로 하죠. 수첩에 메모 하셨던 제 재무상황도 찢어서 저에게 주실 수 있나요?”
다니다 보니 보험회사, 보험설계사를 바라보는 몇 가지 시선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그 중에는 나를 춤추게 하는 시선도 있지만 그렇지 못 한 시선도 없지는 않아 몇 가지 이야기 해보려 한다.
#1. 그냥 이유 없이 “너 싫어”
보험설계사 라는 명함을 전달하는 순간 눈 빛은 하향 15도, 대표적 태도는 견고한 팔짱 끼, 다리 꼬기 등 이다. 글 초반에 이야기 했던 경우처럼 보험회사에 근무 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격한 거부를 보이는 경우다. 경험상 보험을 지인 또는 특정 상황에서 억지로 가입한 경우다. 가끔 귀가 얇은 고객들 중에 이런 경우가 있기도…. 쿨럭!
#2. “영구 없다~!”
아주 오래 전 코미디 코너 중에 “영구 없다~”라는 코너가 있었다. 코미디언(지금은 사업실패로 여러모로 피곤하시더군요.)이 우스깡스러운 분장을 하고 뭐라고만 하면 연신 “영구 없다~”를 외치던 코너다.
어딜 그렇게 다니시는지…. 식사는 하시고 다니시죠, 고객님?
#3. 먹고 살기 힘들다. “그치?”
보험설계사 라는 직업을 사회생활에서 실패한 사람들의 종착역쯤으로 생각하는 경우다. 오죽 할게 없으면 보험이나(?) 팔고 다니냐는 시선으로 위 아래로 훑는다. 내가 ‘보험 왕’이면 어쩌실려고?
#4. 우리가 남이다!
무조건 오케이다. 지인들에게서 보이는 시선으로 뭐 하나라도 크게 하나 계약할 거 같은 분위기로 몰아간다. 너희 회사에 어떤 상품 있냐며, 상품문의로 진도 퐉퐉 나가는 경우.
십중팔구 꽝! 이다. 온갖 핑계로 결국 우리는 남이 된다.
#5. 옛다~! 하나 들어줬으면 됐지?!
고객들 중에는 보험 가입이 “국민의 5대(?) 의무”쯤으로 생각하는 경우다. 국방, 납세, 교육, 근로, 보험가입(?). 보험 가입하고 그 이후 연락이 두절되는 경우도 있다. 거참 혹시라도 무슨 일 생기면 제가 도울 수 있게 전화는 받아주시죠.
사람들은 이 일이 사람을 상대하는 직업이라 힘들다고 한다. 하지만 사람과 함께 하는 일이기 때문에 편안하고 좋기도 하다. 앞으로는 내가 춤출 수 있는 시선만 마주하길 바라는 건 너무 큰 욕심일까?
“우리 잘 지내 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