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정재혁 기자] ‘이익을 위해 영혼을 팔지 말아라.’
진옥동 신임 신한은행장이 독일의 글로벌 기업 지멘스의 사례를 언급하면서 진정한 리딩뱅크의 가치로 ‘고객 만족’을 강조했다. KB국민은행 비롯한 타 시중은행들과의 리딩뱅크 경쟁에서 실적 등 드러난 숫자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진옥동 신한은행장은 26일 오후 신한은행 본점에서 진행된 취임 기자 간담회에서 “은행이 재무적으로 1000억, 2000억원 정도 더 벌어들였다고 해서 그 은행이 리딩뱅크라는 것에 결코 동의하지 않는다”며 “은행은 고객을 이익 창출 수단으로 봐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은행은 고객의 자산을 증식시켜 주는 것이 우선이고, 그 과정에서 은행의 이익이 실현된다는 것이다. 진 행장은 “진정한 상인은 상대의 이익도 생각하면서 자기의 이익을 추구한다”며 “두 가지 이익의 앞뒤가 뒤집혀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은행의 글로벌 전략에 대해선 베트남이나 캄보디아 등 신흥국 외에도 미국·일본 등 기축통화지역에서의 전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축통화지역에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은행을 보유하고 있으면 금융위기가 발생했을 때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진 행장은 “한국은 10대 경제 대국에 들어감에도 통화 안정성 면에선 10대에 못 들어간다”며 “은행이 아무리 잘해도 환율이 오르면 국내에서 벌어들인 이익을 해외에 이자 등으로 지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일본 등 기축통화지역에서 자체 자금 조달이 가능한 규모 있는 은행을 보유하고 있으면, 이러한 금리 변동 리스크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다”며 “개인적으로는 기축통화지역에 서울 본체의 5분의 1 정도 규모의 은행은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디지털 전환(DT)과 관련해선 인력 채용과 운용 방식에 대한 전면적인 수정을 예고했다. 디지털 전환을 이루기 위해선 조직이 디지털을 향해야 하고, 이 때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디지털 인력의 확보라는 것이다.
진 행장은 “과거에는 은행에 상경계 출신만 뽑아서 전환 배치를 통해 IT인력을 양성했다”며 “진정 디지털 기업으로 가려면 IT에 대한 기본적인 소양을 갖춘 사람을 뽑아서 그들이 영업점에 나가 고객들과 접하고, 니즈를 파악하는 형태로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진 행장은 “IT나 디지털 관련 사무실을 전부 없애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인력들이 모두 현업 부서에 배치된다면, 현업과 개발 부서 사이의 간극을 좁힐 수 있다는 의견이다.
마지막으로, 올해 경영 부문에서 주목하고 있는 분야로는 WM(Wealth Management)를 언급했다. 기업금융 시장이 사실상 레드오션이다 보니, WM부문의 공략에 더 집중하겠다는 복안이다.
진 행장은 “기업금융 시장은 중소·중견기업의 수가 점차 줄어드는 등 레드오션에 접어들어 고민이 크다”며 “우선 보고 있는 부문은 WM이며, 이 부분은 신한금융의 경영 철학과도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어 보다 자세히 리디파인할 생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