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별세] 한진그룹 경영권 향방 어디로?...‘상속세’가 최대변수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 후계자로 유력..상속세 1800억원 마련해야
상속세 내면 지분율 하락...국민연금에 최대주주 자리 내줄 수 있어

 

[인더뉴스 박경보 기자] 지난 30여 년간 대한항공과 한진그룹을 이끌어 온 조양호 회장이 8일 숙환으로 별세하면서 한진그룹 경영권 향배에 관심이 쏠린다. 자녀들 가운데 유일하게 경영권을 쥐고 있는 조원태 사장이 후계자로 유력하지만, 천문학적인 상속세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날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조 회장은 한진그룹과 핵심계열사인 대한항공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해 온 인물이다. 지난 1974년 대한항공에 입사한 조 회장은 1992년 대한항공 회장에 이어 2003년엔 한진그룹 회장직에 올라 그룹의 경영을 책임져 왔다.

 

총 28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한진그룹은 자산규모만 30조원이 넘는 대기업집단이다. 지주사인 한진칼은 그룹의 주요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는데, 조 회장은 한진칼 지분의 17.84%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재계에 따르면 조 회장이 가진 주요 계열사의 지분은 약 3000억원에 달한다.

 

재계에 따르면 한진칼은 현재 한진 지분 22.19% ,대한항공 지분 29.62%, 정석기업 지분 48.27%, 한진관광 지분 100%를 갖고 있다. 한진칼의 주요주주는 최대주주인 조 회장 외에 KCGI가 12.68%를, 국민연금이 6.64%를 보유하고 있다.

 

우선 조 회장의 3남매 가운데 조 사장이 ‘포스트 조양호’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재계의 중론이다. 나머지 두 딸은 각각 밀수혐의와 갑질 논란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만큼 조 사장이 그룹 경영 전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조 사장은 지난 2003년 한진그룹에 입사한 이후 실무경험을 두루 익힌 뒤 지난 2017년부터 대한항공의 대표이사 사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그는 2016년 3월 대한항공 대표이사 총괄부사장으로 선임된 후 이듬해 사장으로 초고속 승진했다.

 

사실상 대한항공의 원톱 체제를 구축한 조 사장은 오는 6월 서울에서 열릴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제75회 연차총회에서 의장으로 나설 것으로 점쳐진다. 항공업계의 UN으로 불리는 IATA의 의장직을 조 회장으로부터 물려받으면서 영향력을 확대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문제는 조 회장의 자녀들이 KCGI와 국민연금의 견제에 맞서 경영권을 지켜낼 수 있느냐다.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한진칼 지분은 2.31%, 장남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은 2.34%, 차녀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는 2.3%에 불과하다.

 

조 사장이 경영권을 승계 받으려면 우선 한진칼과 대한항공의 사내이사 자리부터 지켜내야 한다. 한진칼과 대한항공의 사내이사 임기는 각각 내년 3월과 2021년 3월까지지만, KCGI와 국민연금이 손을 걷어붙인다면 연임을 장담할 수 없다.

 

실제로 조 회장은 올해 대한항공 정기 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의 반대로 사내이사 자리에서 물러났다. 국민연금과 KCGI는 조양호 일가의 경영권 유지에 부정적인 입장이어서, 조 사장은 나머지 주주들의 마음을 얻는 것이 급선무다.

 

특히 조 사장은 조 회장의 지분을 물려받아 경영권 방어를 위한 지분율을 높여야 하지만, 약 2000억원에 육박하는 상속세 재원도 마련해야 한다. 금융권에 따르면 조 회장이 보유한 3000억원 규모의 지분을 물려받으려면 약 1800억원 이상의 실탄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회장의 자녀들이 이 같은 천문학적인 상속세를 치르고 경영권을 방어한다고 해도 지분율이 떨어지는 문제를 안고 있다. 조 회장은 한진칼 지분의 18% 가량을 갖고 있지만, 자녀들이 상속세를 내고 나눠 갖는 지분은 절반 수준인 9%대로 떨어진다는 계산이다.

 

이 경우 한진그룹과 대한항공이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되는 시나리오가 가능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최대주주 자리에서 내려온 오너 일가가 그룹 임원직만 유지한 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유정주 한국경제연구원 기업혁신팀장은 인더뉴스와의 통화에서 “자녀들이 약 1800억원에 이르는 상속세를 내고 나면 국민연금이 최대주주로 올라설 가능성이 크다”며 “쉽게 예단하긴 어렵지만 자녀들이 상속세 재원을 어떻게 마련하느냐에 따라 경영권 향배가 갈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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