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김현우 기자ㅣ ‘이승에서 빚 지고 가면 벌을 받는다.’
여신전문금융회사(여전사)들이 아시아 지역 중에 미얀마에 가장 많이 진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이나 보험업권 등 타 금융회사들이 중국이나 베트남에 주로 진출한 모습과는 달라 눈길을 끈다.
지난 23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국내 금융회사 해외진출 동향 및 재무현황’에 따르면 여전사가 미얀마에 진출한 해외점포 비율은 아시아지역 전체 37곳 중 8곳을 차지해 21%를 넘는다.
다른 금융권 업체들이 많이 진출한 베트남과 중국에 각각 6곳씩 진출한 것에 비하면 많은 수치다. 미얀마 진출 차순위 금융회사인 은행은 해외진출 점포 131곳 중 12곳으로 9.16%에 그쳤다.
여전사의 미얀마 진출 배경에는 지난 2016년부터 완전히 해제된 미국 경제제재와 함께 신정부의 시장 개방·외국인 투자 확대 기조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여신업계 한 관계자는 “다른 국가에 비해 미얀마는 외국 금융사가 현지 시장 진출하는 것에 대한 당국의 승인이나 라이센스를 받기가 쉬운 편으로 알고 있다”며 “이에 따라 향후 성장가능성 등을 따져보고 선제적으로 진입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불교국가인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서지용 상명대 교수는 “미얀마에 진출한 여전사 대부분이 Microfinance(소액금융) 형태”라며 “불교에서는 이승에서 빚을 지고 가면 벌을 받는다는 관념이 강하기 때문에 보증인이나 담보 없이도 대출을 잘 갚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현재 미얀마에 진출한 신한카드, 우리카드, KB국민카드 등 대부분의 여전사는 소액대출법인으로 진출해 있다. 소액금융은 저소득층에게 대출, 저축 또는 보험 등의 금융서비스를 소액규모로 제공하는 사업을 말한다.
미얀마의 시장규모도 금융사들이 관심을 갖는 요소 중 하나다. 서 교수는 “미얀마가 라오스나 캄보디아 등 주변 불교국가 중에서 시장규모도 큰 편”이라며 “경쟁이 심한 베트남보다는 최근 블루오션으로 떠오르는 미얀마로 금융사들이 몰리는 이유”라고 말했다.
하지만 서 교수는 아시아 지역에 편중된 진출과 예대금리차 위주의 사업형태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내비쳤다. 그는 “현대캐피탈은 장점인 자동차금융을 살려 유럽 지역에서 이익을 내고 있다”며 “동남아와 예대마진뿐 아니라 파이 자체를 넓힐 수 있도록 다양한 시도들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한편 지난해 여전사가 해외 진출로 벌어들인 당기순익은 약 1억 2500만달러(1479억원)다. 전 세계에 진출한 해외점포 수는 전체 46곳으로, 이 중 아시아 지역에 진출한 점포 수는 37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