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살에 공인중개사 자격증 딴 소년이 10년 후에 하고 있는 일은

김윤수 빌사남 대표...셋방살이의 설움 딛고 빌딩 전문 중개업체 '빌사남' 설립
한해 거래액 2000억원 넘어..2016년 국내 최초 빌딩 실거래가 조회앱 개발도

 

[인더뉴스 진은혜 기자] “빌딩을 사랑하는 남자, 빌사남입니다.”

 

“광명역이 개발되면서 살던 집에서 갑자기 쫓겨나게 됐습니다. 저희는 세를 살고 있었는데, 집주인은 순식간에 부자가 되더라고요. 부동산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고, 어려운 형편 때문에 대학 진학 대신 19살에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따서 앞만 보고 달렸습니다.”

 

빌딩을 너무 사랑해서 ‘빌사남’으로 회사를 만든 사람이 있다. 군대 전역 후 21살에 부동산 업계에 입문해 26살에 빌딩 전문 중개업체 ‘빌사남’을 설립했다. 이 회사는 소형 빌딩을 주로 중개하는데, 1년 동안 거래되는 금액만 2000억~3000억원 사이다. 

 

김윤수 빌사남 대표는 창업과 동시에 2016년 국내 최초로 빌딩 실거래가를 조회할 수 있는 모바일 앱을 개발했다. 현재 14기까지 운영된 ‘빌사남 꼬마빌딩 스터디’엔 450명 정도의 수강생이 몰렸고 이 중 50명이 건물주가 됐다.

 

지난 9년 동안 매일 새벽 5시에 기상해 가장 먼저 회사 문을 열어온 김윤수 대표. 최근엔 유튜브 채널 ‘빌사남 TV’를 통해 빌딩투자 꿀팁 전파에 앞장서고 있다. 아파트 공화국 대한민국에서 꼬마 빌딩과 사랑에 빠진 김 대표를 지난 7일 명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 어떤 일을 계기로 부동산 중개일을 시작했나요?

 

“땅 없는 설움을 일찍 알았어요. 어릴 적 집이 KTX 광명역 터에 있어서 논이 도로가 되고, 집주인들이 보상금 덕에 외제 차 모는 모습을 보고 자랐습니다. 하지만 저희집은 셋방에 살고 있어서 60만원 남짓한 보상금만 받고 쫓겨났습니다.

 

그래서 친구들이 수능 공부할 때 저는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취득했어요. 전역을 앞두고 마지막 휴가 때 10여 곳의 부동산에서 면접을 봤습니다. 21살부터 빌딩 중개회사에서 일을 시작했습니다”

 

- 어린 나이에 공인중개사로 활동하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요.

 

“목숨 걸고 일했습니다. 당시 아버지가 대장암에 걸리셨는데 집에 경제활동을 하는 사람이 저밖에 없었거든요. 사채를 끌어써서 수술비를 채워야 했죠. 그때 월급이 70만원정 정도에 불과했는데 ‘이거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주말, 휴일 없이 일에 매진했어요.

 

부동산 이론과 현장의 괴리를 극복하는 일도 쉽지 않았습니다. 현장에서 욕먹고 쫓겨나기 일쑤였고 살해 협박을 당한 적도 있었어요. 부모님도 달갑지 않게 생각하셨죠. 그러다 입사 10개월 차에 첫 거래를 성사시킵니다. 그 이후 24살에 팀장을 달고 억대 연봉자가 됐어요.”

 

- 아파트 대신 빌딩중개를 택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가난 때문인지 부자가 돼야 한다는 열망이 강했습니다. 돈 많은 사람을 많이 만날 수 있는 빌딩중개를 하고 싶었어요. 실제로 이 일을 하면서 부자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200억원에 달하는 빌딩을 그 자리에서 현금으로 매입하신 고객도 있을 정도예요.

 

주택 시장보다 규제가 적다는 점도 이 일의 메리트에요. 최근에 도입된 RTI(임대업이자상환비율)를 제외하면 딱히 규제라고 할 게 없어요. 게다가 빌딩 매입을 희망하는 고객 상당수가 현금부자라 대출 가능 여부가 중요하지 않아요. 덕분에 강남구 등 부자들이 선호하는 지역에선 꾸준히 빌딩이 거래되고 있습니다.”

 

- 중개 과정과 중개 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소가 궁금합니다.

 

“빌딩 중개의 첫 단계는 고객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알아내는 겁니다. 고객의 니즈를 파악한 후 매물을 찾아야 하죠. 계약을 많이 성사시키려면 일단 매물을 많이 보유하고 있어야 합니다. 저희는 고객이 다른 업체에 갈 필요가 없도록 서울과 수도권의 매물을 최대한 많이 확보하려고 노력합니다. 만약 고객이 특정 매물을 마음에 들어 하면 현장에 가서 브리핑합니다.

 

협상 과정도 중요합니다. 금액이나 기타조건 등을 두고 협상을 많이들 하는데, 중간에서 볼멘소리나 욕을 정말 많이 듣습니다. 600억짜리 건물 살 때 만원, 이 만원이 사소할 것 같죠? 그 정도 건물 사시는 분들도 정말 꼼꼼해요. 만원, 2만원 차이에 신뢰가 깎일 수도 있거든요. 계약서에 도장 찍기 전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어요.”

 

- 평범한 직장인이 빌딩에 투자해서 성공한 경우도 있나요?

 

“빌딩 매매가의 78%를 대출로 해결한 사례가 있어요. 보통 은퇴할 시기에 대출을 50% 이상 받아가며 빌딩을 매입하는 건 위험 하거든요. 저는 그분에게 다른 자산이나 고정적인 수입이 얼마나 되는지 자세히 물었어요.

 

다행히 그분은 이자상환능력이 있었어요. 아파트를 몇 채 매입해서 추가 임대수익이 있었고 현금도 8억원이나 보유하고 있었죠. 대출을 잘만 활용한다면 빌딩 매입자금이 충분하겠다 싶었어요.

 

대출을 많이 받는 만큼 공실률이 낮고 대출이 많이 나올만한 건물을 찾는 게 관건이었는데, 답사 끝에 서초동에 위치한 36억원 짜리 건물을 찾았어요. 건물 전체가 근린생활시설이고 공시지가도 높아서 대출이 23억원까지 나왔어요. 그분이 소유한 부동산을 공동담보로 설정해 5억원을 더 대출했어요. 보증금 2억원을 제외하고, 28억원을 대출받아 취득비용 포함 총 8억원으로 건물을 산거죠.

 

그분의 경우 실투자금 대비 레버리지 수익률을 따져봤더니 연 수익률이 9% 나왔습니다. 대출을 똑똑하게 이용한 성공적인 투자였습니다. 물론 대출을 많이 받을 땐 항상 리스크를 감당해야 합니다. 상환능력이 없다면 50% 이상 대출을 받지 않는 게 좋습니다.”

 

- 빌딩 시장에 대한 빌사남의 전망을 알고싶어요.

 

“빌딩 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습니다. 도쿄나 뉴욕 같은 대도시를 떠올려보세요. 이런 대도시에선 주로 외국인들이 빌딩을 사요. 외국자본이 들어오면 자연스레 빌딩값은 오르죠.

 

특히 우리나라는 빌딩 가격이 오를 여지가 많다고 봐요. 아직 서울 주요지역에 외국자본이 많이 안 들어왔거든요. 다른 해외 대도시와 비교했을 때 서울은 가능성이 많은 도시입니다. 다만, 안보 위협 때문에 도시 규모에 비해 외국자본이 덜 들어온 편이죠.

 

사견이지만 북한과의 관계가 좋아지고 남북 경협이 탄력을 받으면 해외자금이 많이 유입될 겁니다. 자금이 가장 먼저 들어오는 곳은? 아무래도 중심지인 강남이 아닐까요”

 

 

- 투자 철학이 있나요?

 

“우선 지역이 가장 중요합니다. 지역명은 명품과 같아요. 샤넬이 비싸고 좋은 것의 상징이듯 동네 이름도 하나의 브랜드입니다. 같은 강남구라도 청담동이냐 논현동이냐에 따라서 다른 느낌을 풍기잖아요. 부동산은 수익률보다는 환금성에 비중을 둬야 하는 자산입니다. 매물을 시장에 내놨을 때 언제든 팔려야 하죠. 그래서 지역 이름을 따져야 합니다.

 

저는 도로도 봅니다. 도로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에요. 도로 너비나 경사에 따라 상권에 미치는 영향력이 달라져요. 상권이 좋은 곳은 대부분 평지입니다.

 

대형 호재가 상권에 독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알아야 합니다. 어느 동네에 9호선이 연장됐다고 가정합시다. 지역 주민들은 역이 뚫렸다고 좋아하겠죠. 이분들이 어디로 갈까요? 신논현으로 가지 않을까요? 상업시설의 경우 강남 등 주요지역에 상권을 빼앗길 수도 있단 소리죠. 호재는 상권 상승요인을 줄이거나 되레 하락요소로 작용할 수도 있습니다.”

 

- 앞으로의 계획이나 목표가 있다면요?

 

“빌사남의 최종 목표는 이지스같은 자산운용사로 성장하는 겁니다. 빌딩 매각 정보를 최전선에서 알고 있으니 좋은 매물이 나오면 고객분들과 공동투자하고 싶어요. 저희가 빌딩을 매입, 관리하고 팔아도 주는 식으로요. 해외 진출도 노리고 있습니다. 특히 일본이나 베트남에 관심 많아요.

 

또 부동산 중개 시장을 선진화하고 싶습니다. 동네 슈퍼마켓이 편의점으로 바뀐 것처럼 저는 부동산도 대형화, 프랜차이즈화될 거라 생각합니다. 현재 부동산 폐업률도 높고, 낡은 운영 방식을 고수하는 곳도 많습니다. 공인중개사분들을 한데 모아서 재교육하고, 이들이 상생하는 창구를 마련하고 싶습니다.

 

마지막 목표는 사람들에게 제가 얻은 것들을 나누는 일입니다. 제가 고졸이라 현재 사이버대학에 다니고 있는데, 부동산 대학원 진학 후 교수가 돼서 제 지식과 노하우를 전파하고 싶어요.  또 어릴 적부터 혼자 살다 돌아가시는 분들을 많이 봤는데, 훗날 제가 모은 자산을 실버타운을 세우는 데 쓰고 싶습니다.

 

저는 꿈을 말할 때 ‘서동요 작전’을 써요. 이루고 싶은 게 있으면 동네방네 사람들에게 말하죠. 부끄러워서라도 지키게 되거든요. 책도 그렇게 집필했어요. 방금도 제 꿈들을 쭉 말했으니 하나씩이뤄가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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