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박민지 기자ㅣ 은행권이 주52시간 근무제에 맞춰 불필요한 업무 줄이기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21일 은행권에 따르면 은행들은 내달 주52시간제 본격 시행을 앞두고 회의·보고·지시 문화를 바꾸는 일을 우선순위로 삼고 있다.
은행권의 경우 지난해부터 근로시간 단축을 시범 도입하기는 했지만 오는 7월 주 52시간 근무가 법적으로 본격화되는 만큼 보고방식을 효율화하고 회의시간을 줄이며 밀착 대응하고 있다.
각종 보고나 회의 시간을 단축해 업무 효율을 높이고 야근을 당연하게 생각했던 문화 자체를 바꾸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위계 문화가 강하고 보수적인 은행권도 시대 변화에 따라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신한은행은 최근 주요 회의 때마다 책상 위에 알람 시계가 놓인다. 5·15·30분 등 미리 시간을 정해 두고 압축적으로 회의를 하자는 취지다. 은행 전체적으로 어떤 회의도 가급적 1시간을 넘기지 않도록 가이드라인을 정했다.
KB국민은행은 파워포인트(PPT) 프로그램을 활용한 보고서를 금지시켰다. 상급자에게 보고를 할 때 직원들이 각종 그림과 도형을 써가며 '화려한' 보고서를 만드는 시간을 줄이라는 취지다. 짧은 회의는 아예 선 채로 하는 '스탠딩 회의'로 진행한다.
KEB하나은행은 같은 취지로 오는 24일부터 '하나·하나·하나' 캠페인을 진행한다. '회의는 주 1회, 1시간 이내, 자료는 회의 1일 전 배포'라는 의미를 담았다. 보고는 사내 인트라망을 통해 비대면으로 하되, 보고 자료는 한 페이지 내로 하도록 했다. 회의 효율성을 위해 알람시계를 회의실에 배치하기로 했다.
우리은행은 'Do &Don't(두 앤 돈트)'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직원들이 해야 할 것(Do)과 하지 말아야 할 것(Don't)을 리스트로 만들어 업무 효율을 높이고 사내 문화도 바꿔보자는 취지다.
퇴근 시간에 관련한 질문, 업무 시간 중 사적으로 메신저를 하거나 흡연을 하러 가는 것 등이 대표적인 하지 말아야 할 것에 꼽혔다.
반대로 '정시 퇴근'이나 '임원 등 상급자부터 솔선수범해 퇴근하기' 등은 해야 할 일 리스트에 올라있다. 또 회의에서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자리를 자율적으로 앉고 '그래선 안 돼', '시키는 대로 해' 등과 같은 금지어를 지양하도록 했다.
NH농협은행은 올해 1월부터 매주 금요일 오전 8시에 열리던 경영위원회를 오전 9시로 한 시간 늦췄다. 부행장을 비롯 주요 부서장이 참석하는 회의인데 정규 근무시간 안에 소화하려는 것이다.
주 52시간 본격 시행을 앞두고 인력이 모자란 영업지점에는 본사 인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신한은행은 이달 중순 본사 인원 50여명을 일선 영업점으로 인사 발령을 냈다. 본격적인 인원 재조정은 다음달 정기 인사 때 할 예정이다.
하나은행은 지난 4월부터 본점 직원 40여명을 업무량이 많은 영업점에 단기 파견해 업무를 지원 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자 4일 전 영업점에 '페이퍼리스' 시스템을 도입하기도 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 지점은 올해 1월 1일부터 PC 사용시간 관리 시스템으로 하루에 9시간만 PC를 사용하도록 이미 시행하고 있다"며 "9시간 이상 일을 하게 되면 자동적으로 PC가 꺼지는 시스템으로 미리 대비해 큰 혼란을 없을 것이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러나 해외 금융시장· IT 설비 보수 점검 등은 업무 특성상 야근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경우에는 아침 출근조와 오후 출근조로 나눠 업무를 분담하고 있다. 부서 업무 특수성을 감안해 최대한 52시간을 근무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