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이은정 인턴기자] “보험은 너무 어려워요.”
10대, 20대들과 보험과 관련한 얘기를 하다보면 하나같이 하는 말이다.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30대 이상 성인들 조차도 “보험은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복잡한 단어와 설명을 듣다보면, “그냥 그렇게 가입할 게요”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고.
‘보험에 좀 더 쉽게 접근할 방법은 없을까?’ 생각하던 차에 지난 6월 광화문 인근에 설립됐다는 ‘생명보험교육문화센터’가 떠올랐다. 문의해 보니 초등학생부터 성인을 대상으로 보험체험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고. 게다가 무료란다.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하니 이내 일정을 잡아줬다.
교육을 받는 날. 버스를 타고 이동해 광화문 삼거리에서 내리자 세종문화회관 바로 뒤편 센터포인트(Center Point) 빌딩이 보인다. 3층으로 올라가 교육센터로 들어섰다. 직원의 안내에 따라 도착한 장소는 시청각실. 여고생 4명이 나란히 앉아있다.
본래 10명 이상이어야 교육이 진행되지만, 학생들의 들쑥날쑥한 방학 일정을 고려해준 덕이다. 교육에 앞서 진행된 오리엔테이션이 끝난 후 기자와 학생 두 명씩 3팀으로 나눠졌다. 마치 게임을 시작하는 듯 흥미진진한 기분이 샘솟았다.
본격적인 보험체험 교육을 받기 위해 전시 홍보관으로 이동했다. 서양과 우리나라의 보험 역사에 대한 자료가 나열돼 있다. 센터가 소장하고 있는 최초의 보험 증서도 볼 수도 있다.
교육생들이 지루할까 걱정(?)됐는지, 흥미로운 보험이 소개됐다. ‘무덤비석보험’, ‘납치보험’ 등이 신기했는데, UFO에 납치되면 보험금이 지급된다는 ‘UFO유괴보험’이 있다고 하자 모두들 ‘와~’하고 탄성을 내뱉었다. 뒤이어 “잃어버린 결혼반지, 예물 등을 보장하는 ‘결혼보험’이 있다”는 얘기에는 모두들 솔깃해하는 눈치였다.
영상 관람을 위해 3D전시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영상은 한 초등학생이 ‘보험가입’을 선물로 받는 상황을 설정으로 구성됐다. “보험 증권은 가족의 사랑을 나타냅니다”라는 직원의 설명이 곁들어졌는데, 반응은 고개를 끄덕끄덕. 영상은 초·중·고·대·성인 별로 수준에 맞춰 마련돼 있단다.
다음 차례엔 태블릿 PC를 건내 받아서 체험학습관으로 이동했다. 신설 건물이라 그런지 최첨단 기기와 깔끔한 내부가 인상적이다. 내부의 그래픽 패널과 정보 영상 기기에는 NFC 코드가 부착돼 있어 태블릿PC를 갖다 대면 차례대로 미션을 수행할 수 있다. 나름 재미가 쏠쏠.
13개 코너로 구성된 체험활동은 ▲금융·보험의 기능과 종류 ▲생애주기별 위험 ▲보험직업 등으로 이루어졌다. 간간이 활동 내용에 대한 퀴즈가 나와 다들 간단한 영상에도 집중하는 모습이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 중 하나는 ‘롤플레잉’. 보험업 관련 종사자(보험설계사·계리사·언더라이터)와 고객의 역할을 번갈아가며 보험 계약을 진행해 본다. 지급되는 보험금과 보험료를 따지며 연령에 따라 다른 보험 설계를 시험해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진행된 보드게임은 카카오톡의 인기게임으로 자리 잡은 ‘모두의 마블’과 비슷하다. 주사위를 던져 앞으로 나아갈수록 10대부터 60대까지 생애주기에 따른 적합한 보험 상품을 선택해야 많은 사이버머니를 남겨 승리하는 놀이다.
각 팀의 학생들은 저마다 가입금액에 따른 보험금을 많이 탈 수 있도록 전략을 짜기도 한다. “50대가 돼서 종신보험을 선택했으니 젊을 때 가입하는 것보다 많은 보험료가 나갔네요”하는 직원의 한 마디에 “아, 아까 30대에 가입할걸 그랬어~”하며 친구와 아쉬움을 토로한다.
어느새 2시간 동안 진행된 프로그램이 끝났다. 딱딱한 이론보다 생생한 실습을 하는 게 재미있기 마련이다. 게임을 하는 듯한 체험학습으로 흥미를 유발함과 동시에 보험에 대한 지식이 쏙쏙 들어와 효과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쉬움이 드는 부분도 있었다. ‘고진감래(苦盡甘來)’라고 했던가. 전반적으로 달기만 하고 쓴맛이 없다. 보험이 가지고 있는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좋지만, 현실에서 접하게 되는 보험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어서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