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라이프&스타일팀] 길음역 부근에 산는 사람들은 다 아는 곳이다. 주말에는 자리가 없을 정도로 꽉 찬다. 하지만 지역 주민이 아니면 알기가 쉽지 않은 곳이기도 하다. 이 집에 대한 기억은 ‘실한’ 갈비구이가 맛있는 곳이라는 점 외에 하나 더 있다. 갈비탕이 맛있는 곳, 그냥 ‘식사’ 메뉴가 맛있는 곳이라는 점이다.
다른 고깃집 중에서는 갈비는 그럭저럭 먹을 만한데, 밑반찬이 부실한 경우가 많이 있다. 이전에 갔던 어떤 갈빗집의 경우에도 고기는 괜찮았는데, 물냉면이 너무 인공적인 맛이라서 기분을 망쳤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이곳은 그렇지 않다. 고급스러운 동네의 갈비 명소이기는 하다. 그런데 한 그릇을 먹어도 갈비탕이나 냉면, 뚝배기불고기 등이 기본 이상은 한다는 믿음을 주는 곳이다. 하긴 그러니깐 꾸준히 동네 사람들이 오는 것 아닌가 싶다.
갈비를 구워서 먹기에는 약간 부담스럽고, 가볍게 밥을 먹고 싶은데 밥을 하기는 싫고 그런 기분이 드는 날. 아내에게 “갈비탕 하나 때리러 가자”고 했더니 흔쾌히 좋다고 했다. 처음에는 순댓국을 이야기 했는데, 갈비탕이 더 먹고 싶다고 했다. 나는 뭐든 괜찮았지만.
갈비탕 한 그릇과 뚝배기 불고기 한 그릇을 시켰다. 물을 두 병을 준다. 500ml 짜리 네슬레 생수다. ‘한 병 더 마시면 500원 추가’라는 문구가 야속할 법 하지만, 임신한 아내가 있는 상황에서는 차라리 돈 받고 제대로 된 물을 파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 앞선다.
10분 쯤 지나니 밥이 나온다. 이곳은 깍두기가 맛있다. 포기김치보다는 깍두기 그릇이 비어가는 속도가 빨라진다. 깍두기 하나에 밥 말은 국물 한 입 해서 먹었다. 옛날에는 갈비탕이 참 귀한 음식이었는데, 요새는 그렇지 않다는 점이 세월의 차이를 느끼게 해 준다. 예전에 아버지와 함께 먹었던 갈비탕 생각이 났다.
가난한 시절, 그래도 뭔가 선행을 하면 아버지는 외식을 하려고 했다. 대부분은 통닭 한 마리였지만, 조금 더 기분을 낼 때에는 고깃집에 갔다. 어떨 때는 갈비나 삼겹살을 먹었지만, 갈비탕이나 육개장을 먹고 오는 일도 많았다. 당시에는 그것만 먹어도 그리 기분이 좋았는데, 지금은 좋은 음식을 찾아서 다니는 내 자신을 보자니 ‘고생 더 해야 하나’ 하는 쓴 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아내는 오늘 꽤 많이 먹었다. 며칠 전 다녀온 여행 이야기를 하면서 웃음꽃을 피웠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어 말을 했다. “여보, 여보는 노는 것 좋아할 것 같았는데, 지금 보니깐 남편한테 의지하고 가정에 충실한 여자였어.” 아내는 “그걸 이제야 알았느냐”면서 핀잔을 준다. 왜 몰랐겠나. 알면서도 모르는 척 했던 거지.
아내의 배가 불러오면서 약간은 독립적으로 살았던 아내도 내게 더 의지하는 것이 느껴진다. 부담이라면 부담이지만, 그래도 가정이 더 화목해 지는 것 같다는 생각에 뿌듯하다. 그렇게 오늘 갈비탕도 금세 먹어치웠다. 그리고는 아내와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 ps. 그런데 옛날 생각이 나서 그런지, 잠자리에 들기 전 문득 눈물이 났다.
* 이상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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