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라이프&스타일팀] 길을 걸어가면서 눈에 한 번도 담아본 적이 없는 식당이다. 간판도 10년은 된 듯 하고, 인테리어도 볼 것이 없다. 지방 소도시에 가면 있을 법한 인테리어다.
그런데 사람들이 꾸준히 들어오는 게 신기하다. 한 번에 10~20명씩은 꼭 안에 앉아 있다. 골목길에 있는 식당에 이렇게(?) 사람이 많다니. 많다는 기준은 대로변에 있는 식당들이 5명 내외의 손님만 받고 있을 오후 시간이라서 그렇게 느껴질 것이다.
의문이 풀린 건 얼마 전 처남이 그 식당을 가봤다면서 아내에게 이야기를 해줬기 때문이다.
처남: 누나, 거기 허름한 식당 있잖아. 엄청 고기를 많이 준다.
누나: 맛은 있어?
처남: 어. 가정식 백반 하면 고기랑 주고, 삼겹살도 꽤 맛있어.
아내의 말을 믿고 한 번 가보기로 했다. 아내가 무언가에 관심을 갖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이제 곧 출산이 다가오는 아내가 무엇에 관심을 가지랴. 매일 아이의 발길질(태동)에 힘들어하고, “옆구리가 찢어질 것 같다”면서 잠을 이루지 못하는 아내다. 얼른 손을 잡고 “지금 출발”이라면서 식당으로 갔다.
주인 아줌마는 오자마자 “두 명 줄까요”라고 말한다. 나중에 보니 ‘정식’이라는 메뉴였다. 경양식집이나 한정식집도 아니고 정식이라니. 가격은 5000원이었다. 5000원짜리 밥치고는 엄청 푸짐하다. 제육볶음에 반찬 5가지, 그리고 국이 있다. 국은 아욱국, 된장국 등 대중없다. ‘대중 없어서’ 대중식당인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
옆에 앉은 할아버지도 정식을 1인분 시켰다. 혼자 왔다. 그런데 메뉴가 나와 다르다. 점심도 먹고 가서 밥을 달리 주는 모양이다. 실제로 반찬이 떨어지면 주인 아줌마는 다른 반찬을 먹으라며 권한다. 슬쩍 다른 테이블 손님과 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줌마는 자부심이 있었다.
“내가 여기서 장사만 20년이야. 다른 건 몰라도 집밥처럼 편안히 먹을 수 있는 것을 만들고 있지요.”
옛날에는 가정식 백반이라는 메뉴를 왜 먹나 싶었는데, 그게 이해가 가는 30대 중반에 접어드니 이 말이 정답이다 싶었다. 맛있다는 한정식도, 유명하다는 파스타도, 이 무렵이면 질리기 시작한다. 그냥 밥에 정갈한 반찬이면 다른 소원이 없다.
아내는 만족한 모양이다. 열심히 밥을 먹는다. 아내는 임신 7개월에 들어서면서부터 더 잘 먹는다. 엄마나 장모님 등 어른들도 만족해 한다. 한 평생 빼빼 말랐던 딸이 좀 살이 붙으니 귀여우신 모양이다. 그렇게 2인분 정식을 먹어치웠다.
아내에게 제안을 했다. 옆 테이블에 삼겹살 먹는데, 우리도 먹자. 아내는 잠깐 고민을 하더니 그러자고 했다. 그런데 주인 아줌마는 더 당황스러운 말을 건넨다.
“좀 기다려야 해요. 옆에 약국 배달 좀 다녀오느라.”
‘아니, 밥집에서 삼겹살을 시키면 얼른 줘야 하는 것 아닌가’ 싶었지만, 단골 약국과의 신의가 먼저였다. 아줌마 혼자서 가게를 운영하기 때문에, 서빙은 좀 느리다. 하지만 정말 집에서 가족들 주듯 대하는 점, 꽤 맛있는 집밥 스타일인 점 등이 어필하는 것 같았다.
기다렸다가 삼겹살을 먹었다. 얼마 안 먹을 것처럼 심드렁했던 아내는 고기가 구워지자 열심히 먹었다. 삼겹살 2인분, 정식 등을 합해 3만원을 지불했다.
일요일은 쉰다. 독실한 크리스찬이라 그런 모양이다.
- 주소: 서울 성북구 정릉동 175-14
- 전화: 02-943-48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