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명창을 꿈꾸는 이들에게 폭포수는 필수 코스였다. 폭포의 굉음에 맞선 수련 끝에 시뻘건 피를 토하고 천상의 목소리를 얻게 됐다는 식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매우 친숙하다. 득음을 위해 인분을 먹는 일도 실제 있었다고 한다. 성대의 열을 내리고 잠긴 목을 틔워주는 데 인분만한 것이 없다는 민간 속설 때문이란다. 좋은 목소리를 내고자 오랫동안 고민하고 연구해 온 아나운서로서 매우 놀랍고도 의구심이 드는 방법들이 아닐 수 없다. 아나운서 준비생들을 위한 올바른 목 관리 지침을 소개한다.
첫째, 알코올·카페인·유제품·당류 섭취를 자제하자. 술은 트림을 유발시키기도 하고, 혈관을 확장시켜 성대 점막을 붓게 하며 입안을 마르게 한다. 아나운서 지망생들의 책상 위에 곧잘 놓여있는 커피, 녹차 등 카페인이 들어있는 음료 역시 목에 자극을 주고 체내 수분을 몸 밖으로 배출시킨다. 또한 우유나 요거트 등의 유제품도 점액질 상태로 성대에 끈적끈적하게 달라붙어 목소리를 잠기게 하므로 카메라 테스트나 면접 직전 반드시 피해야한다. 입안에 침이 고이게 하는 사탕이나 초콜릿, 과일 주스 등 당분이 들어간 음식도 마찬가지다.
그럼 무엇을 먹어야 할까? 바로 물이다. 목소리는 성대의 진동으로 생기는데 성대 점막이 촉촉할수록 진동이 원활해진다. 바짝 마른 성대가 마찰하며 진동하는 것처럼 가혹한 상황이 없다. 시원한 물은 성대를 오히려 건조하게 만드니 따뜻한 물을 마시자. 달리기 선수가 경기 전에 다리에 찬물을 끼얹지 말아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야구 경기 전 선발 투수가 점퍼를 입어 어깨를 감싸고, 공연을 앞둔 발레리나가 토시로 다리를 덥히듯 항상 따뜻한 물로 성대를 보호해야한다.
둘째, 목을 자주 쉬게 해야 한다. 스터디원들과 정보를 나눈다고 빠른 속도로 쉼 없이 수다를 떠는 습관은 성대를 혹사시킨다. 특히 취업준비생의 스트레스를 풀겠노라 노래방에서 악을 쓰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것은 치명적이다. 노래방 마이크는 남들에게 양보하고, 모임에서도 내가 떠들기보다 남의 말을 경청하며 성대를 보호하자. 가끔은 침묵도 필요하다.
셋째, 준비 운동 후 말하는 습관을 들이자. 평소 목을 아끼는 것은 좋지만 침묵하다가 갑자기 큰 소리를 내면 성대에 큰 무리가 간다. 눈 뜨자마자 조간신문을 큰 소리로 읽는다는 준비생들이 많은데 이는 일어나자마자 전속력으로 100M 달리기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음~ 미아오” 하는 허밍을 수차례 반복하며 성대를 부드럽게 마사지 한 후 발성을 시작하면 자극이 상당히 완화된다. 나는 매일 아침 음정변화가 없는 단조로운 콧노래를 3분 정도 부른 후 비로소 말을 시작한다.
다음으로 운동을 해야 한다. 건강한 소리는 건강한 육체에서 나온다. 병약한 환자, 꼬부랑 노인의 목소리와 젊은 군인들의 목소리를 비교해보면 쉽게 이해될 것이다. 또한 건강하더라도 체구가 작고 바짝 마른 사람일수록 성량이 작고 울림이 약한 법. 폐활량과 근육량을 키울 수 있도록 적절한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실제로 운동을 시작한 뒤 돌연 패기있고 활기찬 뉴스 리딩을 선보이게 된 남자 아나운서들이 여러 명 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목에 문제가 생겼을 때는 빨리 병원을 찾아야한다. 삼겹살 섭취나 사우나 가기 등의 잘못된 목 관리법으로 병을 더 키우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평소에는 예방이 최우선이지만 일단 이상이 느껴진다면 전문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과 처방을 받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 요즘에는 의료기기가 발달해 저렴한 비용에 직접 자신의 성대를 지켜보며 진료받을 수 있다.
이상의 방법을 보고 폭포수, 인분 섭취 이상의 신통방통한 목 관리 노하우를 기대했던 사람이라면 살짝 실망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콜럼버스의 달걀’과도 같이, 당연한 소리 같지만 막상 실천하기는 힘든 것이 바로 올바른 목 관리법이 아닐까? 소중한 내 목을 위해 당장 오늘부터 실천에 옮겨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