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 미디어사업부장] 지난주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3일. 뒤늦게 일본으로 유학을 간 친구가 있어 짧은 일본 여행을 하게 됐다.
여행지는 오사카. 비싼 지하철을 타고 오사카성공원을 가장 먼저 찾았다. 지하철에 내려 걷다보니 저기 멀리서 천수각이 보였다. 어찌나 규모가 큰지 거리가 상당히 떨어져 있는데도 위용이 대단했다.
그런 느낌을 가지는 것도 잠시. 가까서 본 천수각은 느낌이 사뭇 달랐다. 2차 세계대전 때 전소됐던 천수각은 복원당시 시멘트와 콘크리트로 보수가 된 탓인지 평범한 건물로 보였다. ‘천수각도 남대문처럼 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아서 저리 볼품없이 복구돼 있는 것일까?’라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
귀국한 뒤 알아보니 숭례문은 보험에 가입돼 있었다. 문화재청이 지난달 16일 내년 1월15일까지 3개월간의 보험료로 498만4800원을 지급했다고.
5년전 화재로 소실됐던 숭례문이 복원된 것은 지난 4월. 남대문은 복원된 지 6개월 동안이나 화재보험에 가입되지 않고 있었다.
관리를 맡고 있던 문화재청에 관련 예산이 없었다는 게 이유. 그러다 겨우 예산이 확보돼 가입을 하게 됐단다.
그나마, 숭례문은 운이 좋은 경우다. 국보나 보물로 지정된 목조문화재 167건 중 절반인 83점이 화재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은 상태다.
여기에는 세계문화유산인 팔만대장경이 보관된 해인사 장경판전(국보 제52호)과 부석사 무량수전(국보 제18호)도 포함돼 있다.
우리는 만일에 일어날 수 있는 불행한 일을 대비하기 위해 보험에 가입한다. 언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건 사람이나 문화재나 마찬가지다. 멀리서 볼 때만 번듯한 ‘천수각’ 같은 예를 보지 않기 위해서라도 문화재의 보험가입 문제는 반드시 해결돼야 할 숙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