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조성원 기자] ‘시끄럽고 뒤숭숭한 시국상황’이 벌써 한 달을 넘어가고 있습니다. 자기 생활하기에도 바쁜데 나라 걱정에 밤잠까지 설치는 분들도 있다고 하더군요. 상황이 잦아들진 못할망정 여기에 저 높으신 분들의 ‘아무말’ 대잔치도 대성황입니다.
“단 한순간도 사익을 추구하지 않았고 작은 사심도 품지 않고 살아왔다”, “예수 팔아먹은 유다가 되라는 거냐”처럼 뇌와 혀가 서로 다투는 듯한 발언들을 듣고 있자니 ‘이게 말이야 막걸리야’란 오래된 유행어가 절로 튀어 나옵니다. 해서 이번 시간은 막걸리로 정했습니다(응?).
먼저 국순당 쌀 크림치즈 ‘치즈업 치얼업’(750ml, 3%, 2600원)입니다. 막걸리에 치즈라, 선뜻 감이 오지 않는 조합인데요. ‘쌀의 부드러움에 크림치즈의 고소함, 탄산의 상쾌함까지 더해져 입안에 치즈향이 가득 퍼지며 독특한 풍미를 느낄 수 있는 제품’이라고 합니다.
잔에 따라보니 생각보다 치즈향이 강하지 않습니다. 색은 일반 막걸리와 차이가 없군요. 일단 조심스레 한 모금해보니 향보단 맛에서 치즈의 풍미가 확실히 느껴집니다. 일반적인 막걸리보다 입 안에 오래 머무는 느낌도 들고요.
계속 마시면서 굉장히 익숙한 무언가가 떠올랐는데 오호라, 이 맛은 우유가 들어간 탄산음료 밀O스! 찾아보니 밀O스도 요거트가 들어간 제품이 있다던데 맛이 비슷하진 않은지 궁금하군요.
여기서 고백해야겠습니다. 반도 다 못 마시고 손 뗐습니다. 맛이 없진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받지 않는’ 느낌이었다할까요. 막걸리도 좋아하고, 치즈는 사랑하는데 대체 무엇이 문제였을까요.
막걸리의 산미와 가공된 치즈향의 가공할만한 시큼함과 역함이 개인 임계점을 넘어간 게 아닐까 하고 추정해 봅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추정이지, 정확히 저런 이유로 거부감이 들었다고 확언하기엔 주저되는군요. 여하튼 입맛이 유쾌하지 못했습니다.
다음, 우리술 ‘톡 쏘는 알밤동동’(750ml, 6%, 1800원)입니다. 성분함량을 보니 ‘밤 0.04%, 밤 추출물 0.02%’가 들어 있다고 합니다. 새 발의 피만큼 집어넣은 것이 나머지 99.94%의 맛을 지배한다니, 역시 소득 상위 1%가 움직이는 나라의 술답습니다.
따라 보니 딱 봐도 밤(혹은 고구마 혹은 감자)색깔에 밤 향이 은은히 퍼집니다. 맛을 볼까요. 확실히 탄산이 ‘톡 쏘는’게 느껴지는데, 생각보다 밤 맛이 희미합니다. 실망하려는 찰나 식도를 따라 흘려보낸 후 입 안 가득 남는 밤 풍미의 시간차 공격에 포인트를 내주고 맙니다.
이상하게 이 녀석도 마시다 보니 익숙한 무언가가 떠올랐는데, 이번엔 아이스크림 바O바였습니다. 와인 한 잔에 이베리아 반도의 탱고 추는 여인을 떠올리는 수준까진 안 되더라도 좀 더 그럴듯한 비유가 떠오르면 좋으련만, 역시 필부(匹夫)의 입맛엔 무리인가 봅니다.
막걸리 특유의 향이나 고유한 단 맛을 썩 좋아하지 않는 분들에게 환영받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 구수한 밤 맛에 어울리는 붉게 물든 안주와 함께하면 더 좋을 것 같고요.
마지막으로 1932 포천일동 ‘ᄃᆞᆷ은 프리미엄 生 막걸리’(750ml, 6%, 1만1800원)입니다.(찾아보면 더한 것도 있겠지만, [나·혼·먹] 덕분에 막걸리를 이 돈 주고 마셔보게 됐습니다. 하하하하하?)
‘전통 누룩의 우수한 균주만 사용해 고두밥 없이 생쌀로 발효시키고, 인공 감미료를 첨가하지 않는 100% 수제 공법’으로 만들었답니다. ‘하얀 구름의 맛을 닮은 포근하고 뽀얀, 부드럽고 달콤한’ 맛이라는군요. 겉보기엔 확실히 하얗게 보이긴 합니다. 잔에 따라 봤습니다.
'또로로로로'. 막걸리를 샀는데 우유가 나왔습니다. 정말 우유 같아요. 그냥 컵에 따라 마시라고 주면 역시 골다공증엔 우유가 좋다며 입에 가져가게 될 겁니다. 향도 잔을 바짝 당겨 주의 깊게 맡아 보지 않으면 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은근합니다.
맛을 볼까요. 보이는 것뿐 아니라 주감(酒感?)도 우유만큼, 아니 우유보다 더 부드럽습니다. 탄산은 없고, 순수한 쌀의 향이 감도는 가운데 산미도 적절합니다. 벌컥벌컥 들이키면 안 될 것 같은 맛이라고나 할까요(아, 1만1800원!).
경험이 일천해 아직 구름 맛을 보지 못한 탓에 비교는 하지 못 합니다만, 구름을 맛보게 된다면 비슷할 것도 같습니다. 구름의 맛을 닮았다는 게 뜬구름 잡는 소리처럼 들리진 않는다는 말씀입니다. 워낙에 맛이 좋아 별다른 안주가 없어도 술술 잘 넘어가겠습니다.
총평입니다. 국순당 쌀 크림치즈 치즈업 치얼업은 아마 가장 호불호가 많이 갈릴 것 같습니다. 문제는 치즈를 좋아하는 사람도 호(好)가 아닌 불호(不好)가 될 수 있을 만큼 특색이 강하다는 것이죠. 여러분의 반응이 어느 때보다 궁금하군요. 별점은 ★.
우리술 톡 쏘는 알밤동동은 비록 마시다 보면 유명 아이스크림이 떠오르긴 하지만 구수한 밤향과 탄산의 조화가 인상적입니다. 별점은 ★★★☆.
끝으로 1932 포천일동 ᄃᆞᆷ은 프리미엄 生 막걸리. 전에는 느껴보지 못한 부드러움에 은은하면서도 오래가는 쌀의 풍미가 그야말로 ‘프리미엄’이란 수식어가 아깝지 않게 합니다.
한 가지 걸리는 점은 가격. 어쨌든 가성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분들에겐 매력이 조금 떨어질 수도 있겠습니다. 그 점 감안해 별점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