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정재혁 기자] 최근 소문으로만 떠돌던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가 사실로 밝혀져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줬습니다. 그 숫자는 무려 9437명. 특정 분야 종사자 1만여명이 정부 감시를 받고 있었던 셈입니다.
이에 문화예술인들은 검은 비닐봉투를 뒤집어쓰고 시위에 나서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특히 리스트 작성에 참여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는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사실 블랙리스트라는 말은 일상생활에서도 자주 쓰이는 편입니다. 보험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주로 특정 보험사 가입을 거절당했을 경우, 해당 회사의 “블랙리스트에 올랐다”는 표현을 쓰곤 합니다.
그렇다면, 보험사도 특정집단의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관리하고 있을까요? 여러 보험사에 문의한 결과, 이는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다만, 보험사가 가입을 거부하는 일부 직군들이 있어 마치 이것이 블랙리스트처럼 느껴지는 경우는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보험사의 보상 담당 직원입니다. 아무래도 보험사 내부의 시스템을 잘 파악하고 있다 보니 손해를 끼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겁니다. 비슷한 예로 치위생사 또한 역선택의 우려가 높아서 치아보험 가입이 어렵다고 합니다.
블랙리스트는 아니지만, 애매한 경우는 또 있습니다. 자동차보험에서는 동일한 소비자가 A보험사에는 가입이 거절돼도 다른 B나 C보험사에는 가입이 승인되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보험사마다 가입 심사 기준이 다르기 때문인데, 이런 부분 때문에 소비자들이 더욱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믿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보험사에 가입 심사 기준을 공개할 순 없는지 물어봤습니다만, 곧바로 “안 된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보험사 입장에선 이게 일종의 영업 전략이기 때문에 쉽사리 공개할 수 없다는 겁니다.
한 손보사 관계자는 “각 회사마다 자체적인 분석을 통해 손해율이 높은 특정 집단을 찾아내고, 여기 속한 사람의 가입을 전략적으로 거절한다”며 “이러한 정보는 회사의 대외비이기 때문에 자세한 내용은 알려줄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래도 하나 알려드리자면, 예를 들어 A보험사는 외제차 가입자의 손해율이 높다는 분석을 토대로 외제차 가입에 대해서는 보다 엄격한 심사 기준을 적용한다고 합니다. 국산 승용차는 보통 3년간 2번 이상 사고 때 인수 거절이라면, 외제차는 3년간 1번 이상 사고 경력 있으면 가입을 거절한다는 것.
만약 이 기준에 걸려 가입을 거부당한 외제차 소유자는 화가 날만도 합니다. 실수 한 번으로 인해 불량고객으로 판단될 수도 있으니까요. 행여나 다른 보험사에서도 가입을 거부한다면, 공동인수 처리가 돼 최대 3배 이상의 보험료를 내야할지도 모릅니다.
보험사 블랙리스트가 없다고 하지만, 앞으로 생길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지난해 1월 한국신용정보원(신용정보집중기관)이 창립해 보험 가입 정보를 비롯한 여타 금융사들의 정보를 통합 관리 중입니다.
현재 이곳에 가입돼 있는 보험사는 생보사 4곳(삼성, 한화, 교보, 농협)과 손보사 4곳(삼성, 현대, 동부, KB)입니다. 보험사들끼리 가입자 정보를 서로 공유할 위험이 생긴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당장은 ‘보험사기다잡아’와 같이 보험사기범을 잡아내기 위한 목적으로 정보를 공유한다고 밝히고 있지만, 목적이 언제 어떻게 변질될지는 모를 거라는 주장입니다.
보험사 관계자들 대부분은 “블랙리스트라는 표현 자체가 잘못된 것 같다”며 “쓰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밝혔는데요. 이것이 단지 보험사만의 희망사항으로만 그치지 않으려면, 가입 심사 기준에 대한 정보를 소비자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