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김철 미디어사업부장] 한동안 잊고 있던 후배에게서 문자가 왔다. “형님 간만에 영화 보실래요?” 라는 질문에 내심 반가웠다. 아이가 아직은 어려 극장 가본지 너무나 오래되어 아내의 허락을 받아 극장 나들이를 하게 되었다.
극장에 도착하니 후배가 가슴팍에 STAFF 명찰을 달고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웬일인가 싶어 물어 봤더니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영화인데 상영관을 잡지 못해 이렇게 단체 대관을 해서 영화를 상영하고 있단다.
'또 하나의 약속'은 제작초기부터 화제가 됐던 영화다. 제작비 조달도 클라우드펀딩(투자, 기부 등의 목적으로 다수의 개인으로부터 자금을 모으는 행위)이라는 독특한 방식을 통했고 무엇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내용 때문이다.
이 영화는 한 아버지의 딸에 대한 사랑이 그들과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보편적 사랑으로 번지는 내용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아이를 키우고 있기 때문인지 무엇보다 자식에 대한 사랑과 그 약속을 지키고 싶다는 실제주인공의 아버지인 황상기 씨의 입장에 이입됐다.
사실 영화의 주된 내용은 산업재해에 대한 이야기다. 특정한 회사를 언급할 필요도 없이 현재의 사회보장보험인 산재보험이 재역할을 하지 못하는 거에 대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영화다.
산재보험이란 산업재해(업무상 재해, 부상, 질병, 사망)를 당한 근로자에게는 신속한 보상을 하고, 사업주에게는 근로자의 재해에 따른 일시적인 경제적 부담을 덜어 주기 위해 국가에서 관장하는 사회보험을 말한다. 결국 산재보험은 근로자와 사업주에게 다 혜택을 주기 위해서 국가에서 보장하는 사회보장제도이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니 현재 우리나라 산재보험 보장이 잘 이루어지고 있는지 의심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동안 언급됐던 ‘입증책임의 전환’, ‘업무상 질병 판정위원회의 문제’등 많은 구조적인 문제도 있지만 산재 신청자에 대한 잘못한 인식과 시선이었다.
또 산업재해로 인정이 되더라도 산재노동자는 권리자가 아닌 관리대상으로 전락하고, 일부 근로복지공단 직원은 산재노동자를 보험사기꾼 취급을 하기도 한다.
최근 들어 공공기관의 효율성과 경쟁력에 대한 언급이 많다. 하지만 운영측면에서만 효율성과 경쟁력을 운운할 뿐 설립 목적과 역할의 효율성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아 안타깝다.
근로복지공단은 말 그대로 근로자의 복지를 위해 만들어진 공공기관이다. 그 설립 목적에 맞게 근로자 입장을 이해하는 역할이 됐으면 좋겠다. 영화에서처럼 슬프고 억울한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