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계 입문을 위한 지상 특강. 국내 유일, 국내 최다 12만명의 회원수를 자랑하는 <언론고시카페-아랑>의 운영진의 협조를 받아 <인더뉴스>의 청춘 독자들께 촌철살인 언론사 취업팁을 전합니다. [편집자주]
[아랑카페 운영자] 최근 한 대학의 저널리즘스쿨 학생들의 작문을 읽어보고 채점할 기회가 있었다. 5~6년 전의 수험생들에 비해 전반적으로 수준이 높아지기는 했지만, 눈에 확 띄는 작품이 적었던 점은 아쉬웠다.
작문 시험은 영원한 골치 덩어리다. 사실 뭘 써야 하는지도 고민이다. 소설 형식으로 쓸지, 아니면 칼럼 형식으로 쓸지, 이도 저도 아닌 자신만의 새로운 형식을 창작해서 써야 할지도 고민이다. 실제로 한 일간지에 입사한 한 기자는 소설 형식으로 써서 각광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다른 기자는 칼럼으로 써서 합격했다.
어떤 것도 답이 될 수는 없다. 하지만 굳이 카테고리로 열거한다면 기자나 시사교양PD는 칼럼, 예능 및 드라마 PD는 소설, 아나운서는 수필 형식으로 쓰는 것이 대세로 자리잡고 있기는 하다.
작문을 쓰면 수험생들은 말한다. “제가 볼 땐 잘 썼는데….” 멘토들은 말문이 막힌다. 어떻게 설명해 주기도 어렵다. 새로 써줘야 그 맛을 알 텐데, 막상 새로 써준다면 본인의 실력이 늘지 않기 때문이다.
작문 점수가 낮은 이유를 세세히 열거하려면 수십 가지가 되겠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문제가 되는 포인트를 짚어본다면 아래와 같다.
# 지름길 1. 마지막 몇 줄에서 승부내려 한다
반전의 매력. 잘 쓰면 베스트다. 채점관들이 글을 읽다가 “아하” 내지는 “아차!” 라는 말과 함께 반전을 주는 촌철살인의 작문 말이다.
하지만 그런 글을 쓸 수 있을지는 생각해 봐야 한다. 필자가 읽어봤던 40여편의 글 중 반전의 매력으로 필자를 웃게 만든 것은 1편 정도였다. 실제 수험장에서는 평소 모의고사나 스터디그룹에서 쓰는 실력이 다 나오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500명이 응시한다고 했을 때 반전을 줘서 임팩트를 남기는 수험생은 많아야 10명 정도로 볼 수도 있다.
차라리 조금은 다른 논조, 처음부터 세게 쓰거나, 아니면 약간은 풍자를 담는다는 식으로 접근하는 방법이 올바를 수도 있다. 막판 한 줄에서 임팩트를 주려다가 답안지 전체가 무미건조해 질 수 있다.
# 지름길 2. 결론은 언제나 정부 비판
정부를 비판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비판을 세련되게, 설득력 있게 풀어가면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천편일률적인 것이 문제다. 가난을 이야기하다가도 복지에 대한 정부 비판, 해외 유학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다가도 인재가 떠나는 나라라며 정부 비판, 페이스북과 벤처 신화에 대해 이야기 하다가도 벤처기업을 육성하지 못하는 정부 비판 등 무슨 주제를 이야기 해도 정부 비판으로 결론을 맺는 수험생들이 적지 않다.
이런 수험생들은 실제 시험장에서도 주제가 주어지면 뭔가 새로운 글쓰기 답안을 생각하지 않고 바로 글을 쓰기 시작한다. 정부 비판으로 방향이 잡혀 있기 때문이다. 고민 끝에 참신한 글투와 글감으로 답안을 낸 학생들과는 점수와 합불 여부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 지름길 3. 뻔한 구성, 뻔한 형식
유명한 고전 작품을 따라 쓰는 경우도 빼놓을 수 없다. 사실 유명한 작품이나 최근 화두가 됐던 칼럼을 오마주하는 것은 좋은 글쓰기의 방식이다. 하지만 학생들이 진행하는 오마주의 단계가 다소 수준이 떨어진다는 점이 문제다. 기자 지망생들의 경우 박지원의 ‘호질’이나 채만식의 ‘태평천하’ 등을 오마주 해서 쓰는 경우가 꽤 보인다. 피천득 선생의 작품은 다양하게 인용되거나 재구성되기도 한다.
수험생들 입장에서는 나름대로 참신하게 한다고 하겠지만, 2000년대 초반 수험생들때부터 이어져 온 ‘고전’ 수험 전략이니 그것도 참고해서 자신만의 셀링포인트를 찾기를 바란다.
아나운서 지망생들의 경우 아나운서들의 멘트를 갖고 쓰는 경우도 꽤 많다. 라디오 진행을 한다고 가정하고, 라디오 큐시트와 멘트를 정리한 것을 작문 답안지로 쓰는 경우다. 이번에 봤던 모의고사 답안 중에서는 꽤 잘 쓴 글도 있었지만, 코멘트 할 수 없을 정도로 못 쓰는 아나운서 지망생들의 숫자도 결코 적지 않다.
오히려 아나운서 지망생들의 경우에는 촉촉한 에세이 느낌으로 글을 쓰기를 권하는 편이다. 시중에 유명 아나운서들이 쓴 수필집이 꽤 많다. 실력이 부족한 아나운서 지망생이라면 그 책들을 읽어보고, 그것 정도의 수준으로 글을 쓰는 연습부터 해야 하겠다.
# 지름길 4. 아는 거 주절주절 자랑하기
언론고시생들의 글을 읽어보면, 대개는 독서한 내용에서 애써 인용하려는 태도가 보여 ‘안쓰럽다’는 느낌만 주는 답안이 많다.
누가 시켰는지는 모르겠지만 독서량이 꽤 많다는 걸 자랑하는 지원자들이 있다. 지식의 양이 많은 게 느껴지는데, 정작 글쓰기 연습이 덜 돼 있어서 안타깝다. 이런 학생들은 쉽게 쓰려는 연습을 해야 한다. 작문은 작은 깨달음을 통해 시사 문제에 대해 공감을 주는 것이 기본이다.
문제점으로 따로 적지는 않았지만, 기본 문장력이 갖춰지지 않은 언론고시생들도 있다. 이런 수험생들은 일단 필사부터 시작해야 한다. 남의 글을 필사해 보면서 구성과 글맛을 느끼고, 나라면 어떻게 쓸 수 있을지 내 스스로 ‘유제 풀이’를 해보는 것이 훌륭한 전략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