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나 그 날인데, 혹시 그거 있어?”

생리대 유해물질 검출 논란 이후 겪은 ‘생리대 파동’ 체험기

[인더뉴스 권지영 기자] “나 그 날인데, 혹시 그거 있어?”


암호가 아니다. 여자들은 '그 날'과 함께 '그거'를 말하는 순간 0.1초 내에 알아차린다. 그리곤 빌려줄 '그거'가 있는지 가방을 샅샅이 뒤진다. 다행히 빌려 줄 수 있으면 안도하고, 만약 없으면 괜히 미안해진다. 짐작하겠지만 '그 날'은 생리 날짜고, '그거'는 여자들만의 소지품 '생리대'다.


유명 브랜드의 생리대에 유해물질이 검출됐다는 주장이 제기됐을 때 처음엔 와닿지 않았다. 인구의 절반인 여성들이 한 달에 일주일씩 사용하는 생리대에 설마 문제가 있을까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생리대를 만드는 회사가 피부에 직접 맞대 사용해야 하는 생리대에 이상한 짓(?)을 했을 거란 생각조차 하기 싫었던 거다.


생리대 사태가 실제로 심각하다고 느낀 건 다름 아닌 '주변인'들 때문이었다. 지난달 말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에서 깨끗한 나라의 '릴리안 생리대'에 유해물질이 검출됐다는 연구(강원대-여성연대)결과를 발표한 이 후 지인들로부터 10통이 넘는 연락을 받으면서부터다.


“지난 1년 간 릴리안만 써왔는데, 어떡하냐”는 하소연부터 “앞으로 어떤 생리대를 사야 하냐”는 질문이 줄을 이었다. 그리곤, 생리대 대란을 몸소 체험했다. 평소 사용하던 생리대를 온라인에서 주문하려는데, 전량 '품절'. 여러 온라인 사이트를 돌아다니며 해당 브랜드를 검색했지만, 남아 있는 재고가 없었다.


대형마트로 발길을 돌렸다. 하지만 생리대 진열대를 본 순간 '멘붕'이 왔다. 유해물질 검출 논란이 있는 브랜드의 생리대(1+1행사임에도)는 진열대를 꽉 채우고 있는데, 그 외 나머지 브랜드는 모두 팔린 상태였다. 평소 같았으면 1+1생리대를 냉큼 집어 들었을 텐데, 손이 가지 않았다.


드러그 스토어에서도 상황은 비슷했다. 생리대 진열대를 함께 보던 여성 몇 명은 한숨을 연거푸 내쉬고 있었다. 점원을 불러 수입산 제품인 "나트라케어나 유기농 본 있어요?"라고 물었더니 "들어 오는대로 바로 품절"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국산 생리대보다 2배 가까이 비싼 생리대를 찾아 나섰지만, 사지 못 했다.


복수의 드러그 스토어 관계자는 “하루에도 수 십번씩 생리대 관련 문의 전화가 오고 심지어 예약을 해달라는 주문도 한다”면서 “일부 수입산 천연 제품은 일주일에 세 번씩 물량이 들어오는데, 그나마 수량이 적어서 순식간에 팔리고 면 생리대도 재고가 없다”고 했다.


식약처는 생리대 업체 전수 조사에 착수했다.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6개월 이상 시간이 걸릴 예정이다. 하지만 여성들의 불안감은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최근엔 일회용 생리대 안전성 논란이 커지면서 영아들이 사용하는 일회용 기저귀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국내 기저귀 점유율 대부분을 차지하는 브랜드의 생리대에서 발암물질 등 유해물질이 검출됐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해당 기업이 만드는 기저귀에 대한 불안감도 번지고 있는 것이다. 비싼 가격을 주고라도 국산 브랜드 대신 수입산 기저귀로 갈아타겠다는 얘기도 심심찮게 들린다.


먹을거리에 이어 생활 필수품에도 유해물질 논란이 퍼지면서 애꿎은 서민들의 지갑만 얇아지고 있다. 올해 초 조류인플루엔자(AI)사태와 계란 살충제 파동이 이어지면서 계란 가격이 두 배 이상 뛰었고, 국산 브랜드의 생리대와 기저귀 안전성 논란으로 값비싼 수입산 제품이 대체하면서다.  


여기에 대형마트에서 쇼핑할 때 '주의해서 구매해야 하는 품목'이 하나 둘씩 늘어나고 있다. 계란, 생리대, 기저귀까지 왔다. 과연 여기에서 끝이 날까. 그 다음 품목은 뭘지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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