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정재혁 기자] 메트라이프생명이 신입 설계사에 2년간 기본급으로 300만원을 지원키로 결정했다. 언뜻 보기에 메트라이프의 이 같은 정책이 '파격적인 대우'로 보이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설계사들에게 그리 큰 혜택은 아닐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프로그램의 수혜자는 매달 납입보험료 50만원 이상 계약하는 설계사들에게 적용된다. 실적 조건은 보장성보험과 저축성보험, 연금보험 등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50만원은 보장성보험 기준이며, 다른 보험 상품은 상대적으로 기여도가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예컨대, 종신보험의 경우 월 50만원만 실적을 채우면 300만원이 지원되지만, 저축성보험은 50만원 이상이 돼야 300만원을 지원받을 수 있다. 다시 말해 저축성 보험은 종신보험보다 더 많이 팔아야 50만원을 달성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뜻이다.
메트라이프생명은 이번 정책으로 신입 설계사를 유치하고, 정착률을 높이겠다는 목표다. 최근 메트라이프생명 전속설계사 수는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기 때문. 실제로, 지난 2015년 9월말 기준 4389명이던 설계사는 작년 9월 3693명으로 700명 가까이 줄었다. 설계사가 감소하면, 보험사 실적에도 영향을 준다.
그런데, 업계에서는 메트라이프생명의 Rookie 300 프로그램이 실제로 설계사에 큰 혜택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설계사가 회사에서 제시한 조건(50만원)을 달성하면 300만원에 가까운 수수료(급여)를 받을 수 있어서 일종의 ‘생색내기’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예를 들어, 보장성보험의 대표적인 종신보험의 경우 설계사 수수료는 업계 평균적으로 월납보험료의 8~9배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여러 개의 계약 혹은 단일 계약을 통해 종신보험 50만원 실적을 올리면, 설계사가 지급받게 되는 수수료는 대략 400만~450만원정도 된다는 얘기다.
이중 보험사는 선지급 수수료로 50%(내외)를 한꺼번에 지급하고, 나머지는 나눠서 지급한다. 설계사가 선수수료만 챙긴채 그만두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따라서 종신보험(20년 만기)을 50만원 가량 실적을 냈다면 설계사가 다음달에 받게 될 수수료는 200만~250만원 수준이 된다. (지급방식은 회사별로 다소 차이가 날 수 있다).
여기에 꾸준히 매달 50만원의 실적을 쌓아왔다면 분급수수료(선지급 수수료 외의 남은 지급분)도 수익에 추가된다. 메트라이프가 제시한 월 50만원 조건(종신보험 기준)을 충족하면 수수료만으로 매달 300만원 가까이 받을 수 있는 구조다.
암 보험의 경우는 약간 상황이 다르다. 똑같이 50만원의 계약을 했더라도 설계사가 받는 수수료는 약 130만~150만원 가량 된다. 선지급금이 70만~80만원 가량 되기 때문에 메트라이프생명이 약속한 지원금이 크게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메트라이프생명은 (변액)종신보험 상품을 주력으로 판매하고 있고, 암보험을 비롯한 건강보험은 종류가 미미한 편이다. 설계사는 회사 방침에 따라 변액상품 판매 자격증을 거의 의무적으로 취득해야 하기 때문에 실제로 설계사가 암보험 등을 위주로 실적을 채우기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 생보사 관계자는 “회사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종신보험 50만원 실적이면 기본적인 수수료만으로도 월 300만원 수익이 가능한 것으로 안다”며 “회사가 주력으로 판매하는 상품이 종신보험이다보니 다른 저축성 보험이나 건강보험으로 실적을 채우진 않을 것이므로 (회사 정책이)일종의 ‘조삼모사’인 것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특히, 메트라이프에서 판매하는 변액종신보험 설계사 수수료율이 매우 높아 50만원 실적으로도 수수료를 최대 500만~600만원을 받을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메트라이프생명 관계자는 “회사가 제시하는 여러 목표를 설계사가 모두 달성한 경우에는 최대 12배 이상의 수수료를 지급하는 경우가 간혹 있다”며 “하지만, 이는 특수한 경우로 일반적으로는 종신보험의 경우 월납보험료의 7~8배 수준의 수수료를 지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50만원 실적으로는 수수료 300만원을 넘는 경우가 별로 없어 혜택을 보는 신입설계사가 많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와는 별개로 불완전 판매나 왜곡된 형태의 영업이 조장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월 실적 50만원'이라는 조건을 쉽게 달성하기 위해서 고객 중심이 아니라 실적 위주의 영업 행태가 팽배해지지 않겠냐는 게 우려의 핵심이다.
모 생명보험사 설계사는 “신입 설계사들에게 안정적인 수입원을 보장해 주겠다는 의미를 나무랄 일은 아니다”며 “하지만, 연금목적을 가장한 종신보험 판매나 저축성 보험이 필요한 고객들에게 보장성 보험을 권하는 일이 발생할 소지가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보험사의 설계사는 “돈을 중심으로 보험 설계사들을 모집하게 되면 결국은 돈만 좇게 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하는 것이 이곳 보험영업 현장의 현실”이라며 “(보험의)가치가 도외시되는 방식의 인력 모집을 보게 돼서 씁쓸하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