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문승현 기자ㅣ2023년은 은행권에 '고난의 시기'로 기억됩니다. 당시 권력 최정점에서 터져나온 '종노릇'이나 '이자장사' 등 거친 발언은 은행권을 직접적으로 겨눈 화살과 같았습니다.
또 금융권 이슈로 떠오른 건 초장기(50년) 주택담보대출입니다. 그해여름 은행들은 최장 40년인 주담대 원리금 상환기간을 50년으로 연장하는 상품을 잇따라 선보였습니다. 만기가 길어질수록 대출자가 갚아야 할 전체 원리금은 늘어나지만 1년단위로 소득 대비 원리금 감당능력을 보는 DSR규제 특성상 대출자로선 대출한도를 늘릴 수 있는 여지가 생깁니다.
신한은행은 관련 상품을 출시하면서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만 34세 이하로 나이제한을 걸었습니다. 경쟁 은행들과 유사한 구조로 50년 초장기 대출상품의 진입장벽을 대폭 낮추기보다 다른 길을 택한 것입니다.
당시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은 '정도경영' 차원에서 연령제한 조건을 두는 의사결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집니다. 결과적으로 신한은행은 가계대출 급증주범으로 은행권 50년만기 주담대를 정조준하고 있던 금융당국 규제압박을 피할 수 있었습니다.
은행산업은 대표적인 규제업종으로 정권이 바뀔 때마다 부침을 겪은 게 주지의 사실입니다. 기업경영을 전면에서 이끄는 수장의 환경변화 대응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입니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은 그해 창립 22주년 토크콘서트에서 "정도경영에는 초조해하지 않고 바른길을 가고 있다는 신념과 인내가 필요하다"며 "인내의 시간을 견뎌내면 비록 속도가 조금 떨어지더라도 정도를 갈 수 있다"고 소신을 밝혔습니다.
2023년 3월23일 공식취임한 진옥동 회장이 3년 임기 만료를 앞둔 가운데 신한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4일 차기 대표이사 회장 최종후보로 진옥동 회장을 낙점했습니다. 내년 3월 신한금융 정기주주총회와 이사회 승인절차가 남아있지만 사실상 진옥동 회장의 추가 3년 연임이 확정됐다고 해도 무방합니다.
업계에서는 대체로 진옥동 회장 2기체제 출범을 예측해왔습니다. 지난 3년 신한금융이 사상 최대 실적을 냈기 때문입니다. 또 하나. 새정부 출범과 미국 트럼프 집권 2기 취임 등 요동치는 정세와 이에 맞물린 생산적금융 활성화, AI 대전환 등 급변하는 금융환경에서 안정적인 리더십과 선구안을 필요로 하지 않겠느냐는 상황분석에 기인합니다.
먼저 신한금융의 연간 당기순이익(지배기업소유주지분순이익)은 진옥동 회장이 취임한 2023년 4조3680억원, 2024년 4조5175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거뒀습니다. 올해는 이미 3분기 누적 기준 4조4609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5조클럽' 진입을 목전에 뒀습니다. 회추위는 "진옥동 후보가 지난 3년간 탁월한 성과를 시현하며 그룹 회장으로서 경영능력을 증명해왔다"고 평가합니다.
회추위는 진옥동 회장이 최근 경영환경에서 그룹의 도전적인 변화와 혁신을 이끌고 미래경쟁력을 강화하는 핵심 비즈니스를 추진할 적임자라고 판단했습니다.
진옥동 회장은 지난 8월말 '디지털 패러다임 전환과 금융의 대응'을 주제로 열린 '신한금융그룹 애널리스트 데이'에서 ERP뱅킹·스테이블코인·AI에이전트를 콕 집어 "고객중심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핵심동력"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앞서 진옥동 회장은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 'USDC'를 발행하는 미국 핀테크 회사 서클(Circle)의 히스 타버트 사장과 면담한 사실이 알려지며 업계 이목을 끌기도 했습니다.
AI 에이전트(agentic AI)는 신한금융이 전사적 실행을 목표로 하는 핵심과제입니다. 진옥동 회장은 7월초 'AX(AI전환)-점화(Ignition)'를 주제로 그룹사 경영진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하반기 경영포럼'에서 "자동차경주에서 급격한 코너를 돌 때 순위변동이 자주 일어나는 것처럼 현재의 AI 기술전환기는 기업생존과 지속가능성을 좌우하는 중대한 시기다. 리더가 기술진화에 민첩하게 대응해 변화의 주체가 돼야 한다"고 당부한 바 있습니다.
신한금융은 이재명정부가 역점추진하는 생산적금융 전환에서도 기민하게 대응하고 있습니다. 진옥동 회장은 지난 9월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한 '국민성장펀드 국민보고대회'에 참석해 "담보 위주로 쉬운 영업을 해왔다는 국민적 비난을 엄중히 받아들인다"면서 "이는 선구안이 없기 때문이며 선구안을 만들기 위해 정확한 신용평가 방식과 산업분석능력 개선에 매진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신한금융이 초혁신경제 산업전환과 민생회복을 지원하는 '신한 K-성장! K-금융! 프로젝트'는 2030년까지 5년간 총 110조원을 쏟아붓는 신한금융만의 생산적·포용적 금융입니다. 신한금융은 국가전략산업 육성과 지역균형발전에 방점을 찍었습니다.
진옥동 회장은 이날 차기 회장 최종후보로 선정된 뒤 "거대언어모델(LLM)을 얘기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양자컴퓨팅, AI 월드모델까지 등장하고 있다"며 "이런 기술이 금융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어떤 새로운 환경을 만들지 한발 앞서 미래를 예측하고 준비하는데 가장 주목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연임이라는 말에 굉장한 무게감을 느끼고 있다"며 "일류(一流) 신한이 되려면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다. 신뢰받는 기업만이 오래갈 수 있고 앞으로 3년 역시 신뢰를 가장 큰 축으로 두겠다"고 강조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