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장승윤 기자ㅣ달라진 음주 문화가 ‘소맥’(소주+맥주) 시장을 흔들고 있습니다. 회식은 줄고 ‘헬시플레저’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소주·맥주가 우선순위에서 밀려나는 흐름입니다. 내수 경기 침체에 엔데믹 전환에도 매출 핵심인 유흥 채널 회복이 속도를 내지 못한 데 따른 결과입니다. 주류업계는 K소주 수출 확대로 활로 찾기에 나섰지만 내수 비중이 절대적인 산업 구조상 반등은 녹록지 않은 상황입니다.
찬 바람 부는 주류업계..하이트진로 4년 만에 매출 역성장
5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주류업계 실적이 대체로 부진하게 나타났습니다. 하이트진로는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매출은 1조9289억원, 영업이익은 1816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2.2%, 2.8% 줄었습니다. 매출은 4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습니다. 회사 측은 주류 시장 전반 침체를 부진의 이유로 꼽았습니다. 맥주 수요 둔화는 날씨 영향이 컸다는 설명입니다.
롯데칠성음료도 경기 침체 영향을 그대로 받았습니다. 올해 3분기 주류 부문 매출은 193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3% 줄었고 3분기 누적 매출 역시 5753억원으로 7.4% 감소했습니다.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1.2% 증가한 310억원을 기록하며 수익성을 개선했으나 이는 마케팅 비용 축소가 주된 요인으로 꼽힙니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전년도 3분기 대비 판매관리비 지출을 줄이면서 상대적으로 영업이익이 올랐다”며 “소비자들이 술뿐만 아니라 많은 영역에서 필수 소비재를 제외한 나머지 기호 식품들에 대한 소비는 최대한 줄이고 있어 영업을 강하게 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국내 맥주 시장 점유율 1위인 오비맥주는 두 회사에 비해 실적이 나은 편이지만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에 안심할 수만은 없는 형국입니다. 비상장사인 오비맥주는 구체적인 맥주 매출을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지난해 판매관리비(6894억원)를 전년 대비 15% 늘리며 선두 수성을 위해 신제품 출시·마케팅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술 안 마시는 2030세대..주류회사 발목 잡는 '맥주 부진'
국내 주류 시장 침체의 원인은 음주 문화 변화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코로나 19를 계기로 대규모 모임, 회식이 줄었고 폭음하는 분위기도 많이 사라졌습니다. MZ세대를 중심으로 음주에서도 취향을 찾고 개성을 드러내려는 소비가 뚜렷해졌습니다. 이 기간 다양한 주종에 대한 접근성도 높아졌습니다. 수제맥주를 시작으로 와인·전통주·위스키 최근 들어 하이볼까지 수요가 빠르게 늘었습니다.
사회 전반적으로는 건강 관리를 중시하는 분위기가 퍼지기 시작했고 식품기업들이 출시한 단백질, 제로슈거, 식물성 식단 제품들은 불티나게 팔려나갔습니다. 자연스럽게 주류 섭취량은 감소했습니다. 국세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맥주 출고량은 163만7210톤, 희석식 소주 출고량은 81만5712톤으로 전년 대비 각각 3%, 3.4% 줄었습니다. 모두 2년 연속 감소세입니다.
이는 유흥 채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소맥’ 매출에 타격을 줬습니다. 올해(3분기 누적) 하이트진로의 소주·맥주 매출은 1조7613억원으로 전년 대비 2% 줄었습니다. 같은 기간 롯데칠성음료의 소주·맥주 매출은 3070억원으로 9.4% 감소했습니다. 아무리 불경기라 해도 소주 매출은 견고합니다. 3분기 누적 소주 매출은 하이트진로 1조1530억원, 롯데칠성음료 2654억원으로 2020년보다 각각 18%, 49% 신장했습니다.
실적 부진은 맥주 사업이 받쳐주지 못하면서 발생했습니다. 올해 하이트진로 맥주 매출은 6083억원으로 2020년과 비교하면 약 5% 줄었고 같은 기간 롯데칠성음료 맥주 매출은 416억원으로 32%나 떨어졌습니다. 두 회사 모두 최근 5년간 켈리, 크러쉬 등 맥주 신제품 출시와 마케팅에 막대한 비용을 썼음에도 매출은 되레 역신장한 겁니다.
업계는 내수 시장은 소비 인구가 꾸준히 감소하는 가운데 고물가와 소비 침체로 성장 여력이 떨어진 지 오래라고 평가합니다. 와중에 외식물가가 고공 행진하면서 술자리에 대한 부담이 더 높아지고 있습니다. 주류 가격도 덩달아 오름세입니다.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는 올해 4·5월부터 카스, 테라 등 주요 맥주 제품 출고가를 평균 각각 2.8%, 2.7% 인상했습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이후 여러 국내외 정세 등에 의해 물가는 오르고 가처분소득은 감소하는 가운데 소주·맥주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유흥 채널에서의 주류 소비가 많이 줄었다"며 "소주도 식당이나 술집에서 한 병에 5000~6000원에 팔지만 편의점에서는 1600원이면 살 수 있다. 그런 가성비로 인해 가정 유통 채널 소비가 높아진 것도 요인"이라고 말했습니다.
정체된 내수에 K 소주·맥주 영토 확장..수출 확대 숙제
주류 3사는 저도주, 가성비 주류 신제품을 확대하는 한편 해외 시장 공략에 속도를 냅니다. 하이트진로는 베트남 하노이에 첫 해외 생산기지를 짓고 있으며 이를 인근 동남아 국가에 연간 최대 500만 상자의 소주를 수출하는 물류 거점으로 활용할 계획입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대중화를 위해 유통망 자체 보강에 무게를 두고 있으며 앞으로 회전을 위한 활동이 병행되면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롯데칠성음료는 미국을 중심으로 과일소주 수출에 주력합니다. 2023년부터 현지 유통사 E&J 갤로의 유통망을 활용해 순하리, 처음처럼 등을 현지 주류 판매점에 입점시켰으며 지난해 코스트코 등 대형 유통 채널에도 들어갔습니다. 올 상반기 미국 내 순하리 판매 채널 수는 2만3000개를 넘어섰습니다. 롯데칠성음료의 미국 과일소주 수출액은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연평균 성장률 38% 기록 중입니다.
오비맥주는 현재 23개국에 맥주 25종을 수출하고 있으며 이는 한국 맥주 수출 물량의 80%에 해당합니다. 2016년부터는 몽골, 미국, 동남아 등 카스 선호도가 높은 시장 위주로 수출을 확대했습니다. 여기에 수출용 소주 브랜드 건베짠을 선보이며 주류 포트폴리오 확장도 꾀하고 있습니다. 내년 1월부터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에서 본격적으로 판매에 돌입할 예정입니다.
주류업계는 정체된 내수 시장 대신 K푸드 열풍에 힘입어 적극적으로 해외 판로를 개척하려는 모습입니다. 다만 주류 기업 특성상 내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올해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료는 내수 매출 비중이 각각 90%, 89%으로 아직까지 해외 매출액이 실적에 기여하는 정도는 미미한 수준입니다. 각사는 내년 브랜드 인지도 확대에 더욱 열을 올릴 방침입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내수는 인구 절벽과 소득 감소로 한계가 보이기 때문에 하나의 시장을 노린다기보다 조금이라도 기회가 보이면 계속 진출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하이볼 등은 워낙 규모가 작았어서 상승 폭이 크게 보이는 것일 뿐 전체 규모만 보면·소주 맥주가 가장 높다. 이게 일시적인 현상일지 트렌드가 바뀌는 시발점인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