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은 보험설계사·칼럼니스트ㅣ홈쇼핑 채널을 돌리다 보면 자주 들리는 단골 멘트가 있다. 이 정도 파격적인 가격에 이만한 구성의 구매는 오직 지금 방송 중에만 가능하다는 말이다.
화면에 뜬 ‘매진 임박’이라는 글귀와 함께 쇼호스트의 자못 다급한 목소리를 듣는 동안 나도 모르게 전화기를 들어 구매 버튼을 누른 경험, 누구에게나 있을 테다. 하지만 나중에 더 싸게 파는 곳을 우연히 발견하고 억울한 기분이 드는 일도 왕왕 생긴다.
보험 회사 역시 보험이라는 상품을 파는 곳이라 때론 홈쇼핑 채널의 쇼호스트처럼 상품의 장점을 크게 앞세우는 영업방식을 쓰기도 한다. 다만, 보험은 엄격한 감시기관이 존재하고 불완전 판매를 할 경우 해당 설계사는 징계를 당하기 때문에, 없는 이야기를 지어내거나 유출해서는 안 되는 자료 등을 고객에게 제공해서는 안 된다.
며칠 전 한 고객으로부터 문의가 있었다. 2026년 1월에 보험료가 오른다는데 사실이냐는 질문이었다. 아는 설계사로부터 그런 문자가 왔다면서 도대체 왜 자꾸 보험료는 오르기만 하냐는 푸념이 섞여 있었다. 더불어 보험료가 얼마나 오를 건지도 물어왔다.
보험료 인상에 대한 사실 여부를 답하라면 ‘사실’이다. 예정이율 인하가 결정된 데다가 금융당국의 손해율 및 해지율 가정 조정 요구까지 겹치면서 예정 대비 실제 손실을 반영해야 하므로 2026년 보장성 보험료 인상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보험료가 얼마나 오르게 될지는 설계사로서도 실제 인상이 되어보아야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보험료 인상에 가장 민감한 쪽도 실은 설계사다. 상품 가격 상승은 영업활동 위축의 직격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2026년 1월 보험료 인상을 앞두고 설계사도 홈쇼핑 쇼호스트처럼 이 보험상품을 이 가격에 가입할 기회는 오직 지금이라는 말을 하지 않기란 어려움을 고백한다.
그렇다면 예정이율이 대체 무엇이길래 보험료에 영향을 주는 걸까? 예정이율이란, 보험사가 고객에게 받은 보험료로 장래에 보험금을 지급할 때까지 운용하여 거둘 수 있을 거라 예상되는 이익의 비율(예상 투자 수익률) 을 뜻한다.
보험 회사는 예정이율을 근거 삼아 미래에 지급할 보험금의 가치를 계산하고, 이를 통해 고객이 납부해야 할 보험료를 산출하게 되므로 예정이율과 보험료는 서로 큰 영향을 주는 관계다. 즉, 예정이율이 높으면 보험료 운용을 통해 더 큰 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되므로 그만큼 고객에게 받는 보험료는 낮아지고 반대로 예정이율이 낮아지면 보험료는 높아진다.
기준 금리 인하 기조와 장기 저금리 환경의 영향으로 평균 공시이율이 6년 만에 하락하게 되면서 예정이율의 하락이 불가피해 생긴 결과다. 즉, 상품 원가의 가격이 올라가면 상품 가격이 상승하는 원리와 비슷하다. 이 외에도 보험료 상승의 요인은 몇 가지가 더 있지만 가입을 고민하는 고객에게 중요한 건 보험료가 그래서 얼마나 오를 것인지, 과연 내년 1월 전 가입이 유리한 게 맞는지일 것이다.
각 보험사 관계자들에 따르면, 2026년 보험료 인상은 적어도 2~5% 수준이 될 전망이다. 또한 2026년에는 4세대에 이어 5세대로 실손보험 개정도 예정이 되어있어 여러모로 큰 혼란이 예상된다. 5세대 실손은 4세대 실손보다 자기부담 비율이 커질 뿐 아니라 청구할 수 있는 치료 항목 또한 조정이 될 수 있어서다, 과거 실손보험의 급격한 보험료 갱신 문제로 전환을 고려하고 있다면 5세대보다는 4세대일 때 바꾸는 게 유리하며, 전환 전 반드시 담당 설계사와의 상담을 통해 비교 안내를 받아야 한다.
월 보험료가 크지 않은 보험이라면 체감상 2~5% 인상이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 그러나 평균 2~5% 인상이 모든 종류의 보험에 일괄적으로 적용되는 수치가 아니며, 종류에 따라 어떤 상품은 큰 폭으로 오르거나 해지환급금이 줄어들 수 있다.
또 보험은 장기납이 많아 월 보험료만 놓고 보면 큰 폭이 아닐지 몰라도 총 납입 보험료는 큰 차이가 생긴다. 보험 구조가 이렇다 보니 어떤 방식으로 고객에게 이를 전달해 영업에 효과적으로 활용할지 한 해의 끝을 앞두고 고민이 깊어진다.
홈쇼핑 상품 구매 후 일정 기간 내 무료 반품이 되듯, 보험도 청약 철회 기간이 있으니 이를 활용하는 것도 유용한 팁이라고 생각한다. 보험은 보수적인 제도지만 예정이율, 법규, 의료 상황 등 상품에 영향을 주는 요소들이 많아 변화에 기민하게 반응하는 양가적 특징을 가진다.
가입 후 철회는 고객의 권리여도, 2026년 1월에 보험료가 올랐다 해서 오르기 전 2025년 보험상품을 구매하는 건 불가능하다. 연말이 될 수록 홈쇼핑 쇼호스트의 매진 임박과 이 가격은 오직 방송 중에만 가능하다는 외침은 잦아지고 소비자들은 갈팡질팡하기 마련이다. 과장 광고와 충동구매로 인한 잦은 반품은 비례 곡선을 그리기 마련이지만, 미래를 위한 준비인 보험 가입에 따로 정해진 시기는 없다.
보험료 인상 전, 보험 나이 상승 전, 내가 아직 아프기 전인 지금이 최적의 타이밍임을 잊지 말고 상품 개정 소식을 정확하게 안내하는 설계사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다면 내 구매 버튼을 되돌리지 않아도 되는 현명한 가입이 되리라 믿는다.
■서지은 필자
하루의 대부분을 걷고, 말하고, 듣고, 씁니다. 장래희망은 최장기 근속 보험설계사 겸 프로작가입니다.
마흔다섯에 에세이집 <내가 이렇게 평범하게 살줄이야>를 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