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장승윤 기자ㅣ2026년 새해 유통업계가 내놓은 신년사에는 경영 환경을 둘러싼 냉엄한 현실 인식이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유통 기업 총수들은 고객 가치를 유통의 본질로 다시 짚고 실행력을 강화해 위기 국면을 돌파하겠다는 각오입니다. 특히 인공지능(AI)을 기업의 신성장 동력이자 생존전략으로 삼겠다는 점을 공통으로 강조했습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유통·식품기업 신년사에서 AI의 도입과 활용이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고물가·고환율·고금리 ‘3고’ 현상과 자국 보호무역주의 심화, 소비구조 변화로 올해도 경영 환경을 둘러싼 부담 요인이 여전합니다. ‘똑똑한 AI 활용 능력’이 실적을 가르는 기준으로 부상하면서 업계의 AI 도입 속도도 빨라지는 모습입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불확실성이 일상화된 시대에 임직원들이 성장과 혁신을 목표로 다가올 변화에 앞서 대응해줄 것을 당부했습니다. 신 회장은 “변화의 뒤를 쫓는 수동적인 태도로는 성장할 수 없다. 강력한 도구인 AI를 핵심 경쟁력으로 내재화하고 그 잠재력을 활용해 변화를 선도하자”며 AI의 역할을 조명했습니다.
롯데그룹은 유통 계열사 전반에 AI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습니다. 롯데마트는 2023년부터 과일 등에 딥러닝 기반 AI 선별 시스템을 운영 중인데 시간이 지날수록 데이터가 쌓여 정확도가 높아지는 게 특징입니다. 롯데온은 지난해 AI 추천 기술과 SNS(사회관계망 서비스) 트렌드 분석 기능을 결합한 맞춤형 뷰티 탐색 ‘트위즈’를 정식 출시했습니다.
한정된 시간과 재원, 인력 속에서 AI는 업무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최적의 수단입니다. 롯데웰푸드가 원재료 시세 예측을 위해 지난해 도입한 ‘AI 구매 어시스턴트’는 지난 10년간의 날씨, 환율, 재고, 선물 가격 등 수십 가지 데이터를 분석해 예측값을 제공합니다. 이를 통해 가격이 등락을 반복하는 팜유의 일일 예측 정확도를 90%까지 끌어올렸다는 설명입니다.
김남정 동원그룹 회장은 글로벌 사업 강화를 위한 필수 조건으로 AI와의 협업을 당부했습니다. 김 회장은 “단순 업무는 AI에 맡기고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일에 몰입하자”며 “임직원 여러분이 업무 전문성과 AI 역량 강화에 노력하면 회사는 업무를 재설계해 성과를 내는 조직을 지원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동원그룹은 지난해에는 송년회 대신 AI 경진대회를 개최하며 사내 AI 활용 분위기 조성에 나섰습니다. LLM(대규모 언어모델) 기반의 GPT 활용이 주를 이뤘던 1회 때와 달리 지난해는 단순 반복 업무를 줄이는 ‘에이전틱 AI’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당시 김 회장은 “에이전틱 AI는 ‘일잘러’ 동료 1000명과 같다”며 신기술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동원그룹에서 AI 활용이 두드러지는 곳은 ‘동원참치’입니다. 동원에프앤비는 2022년부터 기존 설비에 AI 기반 소프트웨어를 탑재해 육안이나 엑스레이로 잡아내지 못한 참다랑어의 미세한 가시나 비늘까지 검출하고 있습니다. 수십 만장의 참치 뼈 이미지를 학습한 AI 덕분에 지난해 고객 클레임은 전년 대비 20% 이상 줄었습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물류·재고관리·배송 등 공급망(SCM) 전반에 AI를 도입하면 기존 인력 중심 운영 방식으로는 불가능했던 운영 효율화와 비용 절감 효과를 볼 수 있다”며 “이는 단순한 자동화를 넘어 예측 불가능한 변수들을 데이터로 통제하고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습니다.
CJ그룹의 올해 신년사 키워드는 ‘속도’로 집약됩니다. 최근 한국 콘텐츠는 미디어를 넘어 음식, 뷰티, 문화를 아우르며 전 세계로 확산하는 추세입니다. 손경식 CJ그룹 회장은 “빠른 실행이 곧 경쟁력”이라며 사업 전 영역에서 기민하게 행동해 기회를 포착해 줄 것을 주문하는 동시에 글로벌 K 콘텐츠 주도권 확보를 위한 무기로 AI를 앞세웠습니다.
손 회장은 “의사결정, 제품 개발, 글로벌 진출, 파트너십 체결 등 사업 모든 영역에서 속도가 중요해지고 있다. 속도가 시장 점유율을 만들고 속도가 성장의 핵심 조건이 되는 시대”며 “국내외 정부정책을 선제적으로 활용하고 AI 디지털 기술을 현장에 도입함으로써 핵심 과제들의 실행을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현대백화점은 급격한 산업 패러다임 변화 속 3대 경영 방침 중 하나로 AI 투자를 꼽았습니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업무 프로세스 전반에 AI가 빠르게 접목되고 있다”며 그룹의 중장기적 성장과 차별적 경쟁력 확보를 위해 고객 경험 고도화와 업무 혁신을 위한 AX(인공지능 전환) 인프라 투자를 강화해달라고 강조했습니다.
올해 치킨 프랜차이즈업계에서도 AI 도입이 활발해질 전망입니다. 제너시스BBQ그룹은 올해를 실행과 성과를 증명하는 원년으로 삼으며 AI를 중심으로 한 경영 혁신을 제시했습니다. 윤홍근 회장은 “AI는 선택이 아니라 BBQ 실행 인프라”라며 “검색·주문·조리·물류·조직 운영 전반을 데이터로 연결해 '제로 마찰'을 구현하겠다”고 전했습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 “지금처럼 경영 상황이 녹록지 않은 때일수록 직관적 경영보다는 데이터 기반의 정밀 경영이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며 “이미 글로벌 유통 공룡들이 AI를 통해 시장 예측의 정확도를 높이고 리스크는 줄이고 있는 점을 생각해보면 한국 기업들도 도태에 대한 위기감을 가지고 AI 전환을 필수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