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이종현 기자ㅣ‘이건희 컬렉션’ 특별전이 미국 내에서 K컬처의 품격을 높였다는 찬사와 호평을 받으며 현지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15일 미국 워싱턴DC 스미스소니언 국립아시아미술관(NMAA)에서 국립중앙박물관·국립현대미술관 주최로 열린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 ‘한국의 보물: 모으고, 아끼고, 나누다’은 고 이건희 회장 기증품 국외순회전의 첫 번째 전시로 내달 1일까지 진행합니다.
이 전시는 국립중앙박물관의 국외박물관 한국실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기획돼 2022년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어느 수집가의 초대’를 기반으로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이 대여한 소장품으로 이뤄졌습니다. 전시 및 도록 원고 집필에도 양관 학예 연구직이 참여했습니다. NMAA 전시가 종료된 뒤에는 2026년 시카고박물관과 영국박물관에서 순회 전시가 이어질 예정입니다.
NMAA에 따르면 고 이건희 삼성 회장 기증품 국외 순회전에는 지난해 11월 15일부터 약 한 달간 관람객 1만5667명이 찾았습니다.
NMAA 관계자는 “이번 전시는 동일 규모의 이전 특별전과 비교해 관람객 수가 약 25% 증가했다”라며 “현재도 관람객 증가세가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전시 열기는 미술작품을 토대로 만든 상품(뮷즈)의 인기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에 따르면 국립박물관 상품 브랜드 뮷즈(MU:DS)는 국외 순회전 개막 일주일 만에 완판됐으며 총 주문액은 약 1억원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북미에서 대규모 한국 미술 특별전…문명사적 의미”
워싱턴포스트를 비롯해 CNN, 포브스 등 20여개 현지 매체는 이번 순회전에 대해 보도하며 “‘케이팝 데몬 헌터스’ 열풍에 맞춰 미국에서 대규모 한국 미술 전시회가 개최된 것은 문명사적 의미가 있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은 워싱턴포스트 서면 인터뷰에서 “K팝 등 대중문화가 한국의 역동성을 보여줬다면 이번 순회전은 그 이면에 존재하는 섬세함과 깊이를 만날 기회”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전시는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국가에 기증한 2만3000여점의 작품 가운데 선별된 320여점으로 구성됐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한 국보 7건과 보물 15건 등 총 172건 297점의 문화유산과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한 박수근, 김환기 등 한국근현대미술 24점이 출품됐습니다. 1980년대 정부 주도로 기획한 ‘한국미술 5천년전’ 이후 한국 미술을 전 세계에 알리는 40여년 만의 최대 행사입니다.
특별전에 전시된 고미술품으로는 정선의 ‘인왕제색도’, 김홍도의 ‘추성부도’, ‘일월오악도’, ‘법고대’, ‘천·지·현·황이 새겨진 백자 사발’ 등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근현대 작품 중에는 박수근의 ‘농악’, 김환기의 ‘산울림', 김병기의 ’산악‘이 대표적입니다.
전문가들은 에도시대 목판화가 서구에 일본 미학을 전파해 인상파와 아르누보에 영향을 준 것처럼 이건희 컬렉션을 필두로 한 K미술이 575억달러(약 84조7000억원) 규모의 글로벌 아트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줄 것으로 예상합니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은 개막 당시 “K컬처를 사랑하는 전 세계인들이 이번 특별전을 통해 한국 전통문화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과거와 현재를 관통하는 한국 문화의 힘과 예술성을 느낄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전국에서 350만 관람객 동원…한국 미술의 위상 높여
이번 해외 순회전이 성사될 수 있었던 것은 앞서 이건희 컬렉션의 전국 순회전이 한국 미술 사상 최대 규모의 관람객을 동원하며 큰 관심을 모았기 때문입니다.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은 2021년 이건희 컬렉션 첫 소개 전시를 시작으로 국립중앙박물관 소속 광주, 대구, 청주, 제주, 춘천의 국립박물관에서 순회 개최해 누적 관람객 수 116만명을 돌파했습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2021년 처음 개최한 이건희 컬렉션 근현대작품 전시도 경남, 부산, 울산, 경기, 전남 등 전국 주요 지역을 순회하며 누적 관람객 146만명이 관람했습니다. 이밖에 전국의 다른 미술관·박물관 전시 관람 인원까지 더하면 2021~2024년 누적 관람 인원은 350만명을 넘긴 것으로 추산됩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 따르면 이건희 컬렉션 순회전은 2468억원의 생산 유발 효과와 1024억원의 부가가치를 창출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특히, 이건희 컬렉션 전시를 계기로 미술품 전시 관람 및 구매·소장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커지며 2022년 세계적 아트페어 '프리즈'의 서울 유치로 이어졌고 외국 화랑들의 한국 진출 러시를 낳았습니다.
같은 해 국내 미술시장 규모는 사상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했으며 그해 국립중앙박물관은 관람객 341만명을 달성해 관람객 수 기준 세계 톱5 박물관에 처음으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의 관람객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2025년 650만명을 넘어서며 세계 4위에 올랐습니다.
K-미술의 위상 제고·지역문화 격차 해소…“기업 사회공헌의 새 기준 제시”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유족이 국가에 기증한 이건희 컬렉션은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기업의 사회공헌이 국가 문화유산을 지키고 미술 산업을 활성화해 국가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선순환 모델을 제시했다는 것입니다.
특히, 고 이건희 회장 유족들은 유명 화가들의 대표작을 단순 기증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화가의 연고가 있는 전국 각지의 미술관에 ’맞춤형 기증‘을 해 각 미술관의 완성도를 높였습니다.
이는 지역간 문화 격차 해소를 위한 노력의 일환입니다. 온 국민이 문화를 향유할 수 있도록 인프라 확충에 기여해야 한다는 고인의 철학에 따른 결정이기도 합니다.
예술계의 한 관계자는 “이건희 컬렉션 기증으로 지역미술관의 소장품 수준이 높아지며 지방의 문화 인프라가 강화됐다”라며 “지역민들의 문화 향유 욕구 충족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